여군 장교

  지난 8월과 9월에 걸쳐 MBC에서는 ‘진짜 사나이 여군특집’을 방영했다. 이 특집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각 출연진뿐만 아니라 ‘여군’이라는 직업의 관심도를 높였다. 베일에 싸인 여군을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수도방위사령부를 방문해 염기정 소령(35)과의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업무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대학교에 각 과가 있는 것처럼 군대에는 병과라는 것이 있어요. 우리나라는 크게 전투, 기술, 근무, 행정, 특수병과로 총 5개의 병과가 있죠. 이중 저는 기술병과 이하 군수병과에 속해 있어, 군인들에게 의식주 관련한 물자와 예산을 지원해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업무환경은 어떤가요
  제가 근무하고 있는 수도방위사령부는 상급부대에 속해요. 그래서 환경 여건도 좋고, 잔업이 남아있거나 당직, 훈련할 때를 제외하면 퇴근 시간도 일정한 편입니다. 보통 처음 임관하면 전국 각지로 부대를 배정받아요. 전방으로 가기도 하고 산골 깊숙이 있는 부대에 가기도 하죠. 근무지는 3-5년에 한 번씩 옮겨 다닙니다.

숙소의 환경은 어떤가요
  일단 기혼자와 미혼자가 거주하는 숙소가 다릅니다. 기혼자는 군인아파트에서 가족과 함께 살 수 있고, 미혼자는 BOQ(Bachelor Officer's Quarter)라고 장교용 독신자 숙소에서 지내게 되죠. 숙소는 복불복이에요. 낙후된 숙소에 배정될 수도 있고, 재건축된 지 얼마 안 된 새 건물에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좋은 숙소 걸리길 바라야죠. (웃음)

일하시는 데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말투 때문에 힘들었어요. 군대는 ‘다나까’ 말투만 쓰잖아요. 사회에서는 잘 쓰지 않던 말투라 적응하는 데 애먹었어요. 저는 업무를 수행할 때만 ‘다나까’를 쓰고 부대를 벗어나면 쓰지 않다 보니 자연스러워지기까지 시간이 걸리더라고요.
또 하나 힘든 점은 동료 여군이 너무 적다는 사실이에요. 한 부대 내에 여군 수도 적은데 병과 별로 나뉘면 한 병과에 여군은 한 명뿐일 때가 많죠. 계급도 다 다른 경우가 허다해 동료라고 부를 수 있는 여군이 없어요. 좀 외롭죠. 또 훈련할 때, 일주일 동안 야외에서 자면서 잘 씻지 못하니까 청결 부분에서도 좀 힘든 편이에요.

군인이 될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나요
  저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뒤, 여군사관학교에 진학했어요. 제가 임관할 당시만 해도 여자가 군인이 될 수 있는 방법은 여군사관학교나 육·해·공군사관학교 뿐이었죠. 하지만 요즘은 ROTC, 학사장교, 3사관학교를 통해서도 여군이 될 수 있습니다.

군인이 되기 위해 꼭 준비해야 하는 것은
  첫째도 체력, 둘째도 체력이에요. 전투병이 아닌 행정병이라고 해도 기본적인 체력은 요구된답니다. 어떤 방법으로 군인이 되든 기초군사훈련은 다 받기 때문에 체력은 필수죠. 임관한 후, 행정병이 됐다고 할지라도 꾸준히 훈련을 받아야 해요. 진급에 영향을 미치거든요. 어떤 병과에 속해 있더라도 체력을 다져야 합니다.


병과마다 준비해야 하는 사항이 다른가요
  여군사관학교에 지원할 때 아예 병과를 선택합니다. 그래서 전공학과에 따른 가산점이 있죠. 경영이나 경제학과는 군수병과, 전산전공은 통신병과 등 전공에 따라 우선순위가 있습니다. 여기에 전공 관련 자격증까지 있다면 더욱 금상첨화겠죠. 무술 관련 자격증을 취득한 여군도 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학점은 좋아야 해요. 요즘은 다 4점대 이상만 들어온다고 하더라고요. 또한, 공인영어 자격증도 있으면 좋아요. 영어를 잘하면 본인이 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져요. 파병이나 미군과 연합해서 훈련하는 경우 가장 먼저 차출될 확률이 높죠.

사관학교 출신 여군이 많은가요
  예전에는 1년에 육군사관학교에서 15-20명, 여군사관학교에서 150-200명 정도 임관했어요. 여군사관학교 출신 여군이 훨씬 많았죠. 현재 한해에 임관하는 전체 여군 수는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고, 지금 육군사관학교는 한 해 50-60명 정도 뽑으니 여군사관학교, 학군단, 학사장교 출신 여군이 좀 줄었습니다. 올해부터 3사관학교에서 여군을 모집한다고 하니 추세는 좀 더 지켜봐야겠죠.

여군을 희망하는 학생에게 조언 부탁드려요
  겉모습이 멋있어 보여 지원하는 친구보다 군인으로서의 사명감을 지닌 친구가 지원했으면 좋겠어요. 제복이나 업무 등 겉모습도 물론 중요하죠. 하지만 체력도 많이 요구하며 성실해야 하고 주변에 여자가 많이 없기 때문에 힘든 일이 많아요. 역경이 닥쳤을 때 극복해 나가려면 내실을 튼튼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부·운동도 열심히 해야 하고, 병사들과 같이 생활하려면 사회에서 여러 경험을 하고 오는 것도 중요해요.
장교로 임관하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경우가 많죠. 입대하고 나면 리더십에 관해 교육하는 시간이 주어집니다. 원래 소극적이었던 친구들도 교육을 받으면서 리더의 면모를 갖춰가더라고요. 교육을 열심히 받으면 전문가가 될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여군이 돼 저와 함께 일하는 친구가 많아졌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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