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규칙한 월경은 신체 적신호

몇 년 전, 수능을 앞둔 여고생이 6개월 동안 생리가 없어서 어머니와 함께 산부인과에 왔다. 초음파 검사를 했더니 난소가 약간 커져 있는 것 이외에 다른 이상은 없어 성호르몬 프로게스테론이 주성분인 생리 유도 주사를 투여했다. 처방 1주 후 정상적으로 생리가 나왔다. 딸에게 앞으로도 규칙적인 생리가 없으면 주기가 정상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피임약을 이용한 호르몬 치료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 미혼인 딸이 피임약을 먹는 것에 심한 거부감을 느낀 어머니는 치료를 중단했다. 2년 후, 이 여학생은 한 달 내내 출혈이 멈추지 않는다고 산부인과를 다시 찾았다. 결국, 그녀는 조직 검사에서 자궁내막암으로 진단돼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을 받게 됐다. 이 여학생의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호르몬 치료를 꾸준히 받았으면 암을 예방할 수 있었을까?
 
월경이 불규칙한 여성 모두가 자궁내막암이나 자궁내막증식증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자궁내막은 임신을 위해 두꺼워진다. 그러다가 임신이 되지 않으면 내막이 무너지면서 출혈이 동반되는데 이것이 생리다. 주기적인 자궁내막의 탈락(생리) 없이 지속해서 호르몬 자극만 받게 되면 자궁내막증식증, 자궁내막암 등이 생길 수 있다. 그렇다면 월경이 불규칙하다는 것의 기준은 무엇일까?
 
‘희발월경’이란 월경이 규칙적이지 않고 주기가 길어져 드물게 월경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얼마만큼 생리가 늦어질 때 문제가 될 수 있을까? 보통 생리주기가 40일 이상으로 길어지면 희발월경으로 진단한다. 생리주기가 2개월 이상 늦어지는 것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면 반드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 희발월경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여성호르몬의 불균형이다. 과도한 스트레스나 급격한 다이어트, 또는 체중증가가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외에도 갑상선 기능의 이상, 시상하부 및 뇌하수체의 이상, 난소기능부전, 인공유산수술로 인한 자궁내막의 손상도 희발월경을 일으킬 수 있다. 그리고 생리가 불규칙하다는 것은 배란이 불규칙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임신의 기회도 적어지므로 난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다른 질환 없이 단순한 호르몬 불균형 때문에 발생하는 희발월경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정상체중으로 복귀, 심리적인 안정과 충분한 휴식만으로 정상화될 수 있다. 그러나 한 번 생리주기가 흐트러지면 다시 돌아오는 것은 수개월 이상이 걸린다. 반복적으로 생리주기가 달라진다면 반드시 호르몬 치료 방법 중 하나인 저용량 피임약을 통해 주기적인 자궁내막의 탈락을 유도해 자궁내막을 보호해야 한다. 호르몬 치료에 있어서 프로게스테론 주사와 피임약 복용이 가장 널리 쓰이는 간단한 방법이다. 그 외에 주사나 피임약 치료를 하지 않고 2개월에 한 번씩 프로게스테론 약만 복용해 생리를 나오게 하는 방법도 있다. 주사 없이 피임약을 바로 처방하기도 하지만 초음파 검사로 난소와 자궁내막 상태확인이 필요하다.
 
미혼 여성이 피임약을 먹는 것은 사실 꺼려지는 일이다. 그러나 피임약은 반드시 피임을 위해서만 처방하는 것이 아니라 희발월경, 부정자궁출혈, 자궁내막증, 생리전 증후군, 여드름의 치료를 위해서도 사용하고 있다. 그러니 안심하고 복용해도 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피임약이 불임이나 태아 기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고했고, 피임약은 난소암과 대장암을 감소시키는 장점도 있다.
 
산부인과는 흔히 임신하였거나 질염, 성병 같은 부인과 질환이 생겼을 때 가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왠지 미혼 여성이 가기에 부끄러운 곳이라고 여기거나 문란한 여성으로 오해를 받을까 봐 걱정하기도 한다. 생리를 불규칙 하게 하거나 생리통이 있을 때, 갑자기 성기 주변에 오돌토돌한 돌기가 만져지거나 질 분비물이 증가한 경우에는 주저하지 말고 산부인과에 내원해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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