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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미래 엿볼 홍콩의 보통선거
2014년 10월 27일 (월) 17:35:13 이충형 중앙일보 정치국제부문 기자 adche@joongang.co.kr

 

홍콩의 민주화 시위가 27일로 30일째를 맞았다. 99년간 영국의 지배, 혹은 보호를 받으며 먹고사는 문제만 신경 쓰던 쇼핑과 금융의 도시홍콩 시민은 이제 참정권이 얼마나 소중한 권리인지 거리에서 경찰과 싸우며 깨달아 가고 있다. 최루탄과 짱돌로 상징되는 과거 한국의 민주화 시위가 30년 후 홍콩에서 재현된 셈이다. 실제로 홍콩 일간지 <명보(明報)>19604·19 혁명에서 19876월 항쟁에 이르는 한국의 민주화 운동을 소개하기도 했다.
홍콩 시위대가 요구하는 것은 홍콩 행정장관에 대한 완전한 보통선거 시행이다. 행정장관은 외교·군사를 제외하곤 고도로 자치권이 부여된 홍콩을 다스리는 행정 수반이다. 선거의 4대 원칙 중 하나로 우리에겐 상식인 보통선거가 문제가 되는 건 중국 특유의 정치체제, 그리고 중국 본토와 홍콩 간 특수 관계 때문이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다. 공산당이 사실상 헌법과 정부 위에 있다. 공산당 일인자인 총서기에 선임되면 국가원수인 국가주석에 내정된다. 현재 시진핑(習近平)이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다. 총서기는 5년마다 열리는 당 대회에서 2,000여 당 대표들의 투표로 선출되는데 사실상 당 핵심 지도부 내 논의로 결정되고 투표는 요식행위다. 200여 명의 중앙위원 선출 역시 아무나 후보가 될 수 없고 지도부가 후보를 사실상 결정한다. 일정 나이와 조건을 갖추기만 하면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주어지는 보통선거 원칙이 여기엔 없다.
이렇게 뽑힌 당 간부는 입법·사법·행정부와 주요 국유기업의 요직을 차지하고 국가를 이끌어 간다.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를 구성하는 각 지방의 대표들, 즉 국회의원들 역시 직선제가 아니라 당이 장악한 각 지역 선출기구들에 의해 뽑힌다.
중국이 이처럼 직접 민주제를 채택하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공산당 일당 독재가 중국에서 지속되려면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이다. 공산당 정권은 지난 65년간 중국을 통치하며 발전과 번영의 길로 이끌었다고 강조함으로써 체제 정당성의 명분을 내세운다.
이런 본토의 체제와 홍콩의 이질성이 빚을 갈등은 84년 중국과 영국이 맺은 홍콩반환협정에 이미 내포돼 있었다. 당시 중국 실권자 덩샤오핑(鄧小平)은 더 많은 땅을 돌려받기 위해 주권 반환 이후에도 50년간 자본주의에 바탕 해 고도의 자치를 홍콩에 실시하겠다라고 영국에 약속했다. 하나의 중국이지만 본토와 홍콩이 다른 체제를 유지한다는 일국양제(一國兩制)’ 선언이었다. 캐나다 등지로 이민 가던 홍콩인들은 이 약속을 믿고 다시 돌아왔다. 97년 홍콩은 반환됐다.
영국 총독이 다스리던 홍콩은 이후 의회의 간접선거로 임기 5년의 행정장관을 뽑아왔다. 그 시간 동안 홍콩인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들이 발생했다. 본토의 부자들이 홍콩 땅을 사들여 땅값이 치솟았다. 본토에서 분유 파동이 일어나자 홍콩 분유를 대량으로 사재기해 품귀 현상이 벌어졌다. 홍콩으로 원정출산도 이어졌다. 본토에 대한 비호감이 홍콩인들 사이에 커나갔다. 2012년엔 친중국 의식을 강화하는 국민교육과정이 대규모 반대 시위에도 불구하고 홍콩에 도입됐다.
지난 6월 중국 정부는 일국양제 백서를 발간하며 양제와 일국을 동등한 가치로 봐선 안된다. 양제는 일국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못박았다. 여태까진 일국양제를 거론할 때 일국보다 양제에 무게를 두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중국 정부가 이를 뒤집은 것이다. 2017년부터 직선으로 치러질 행정장관 선거는 1,200명의 추천위원회가 2-3명의 후보를 선출하기로 하면서 후보의 기준을 애국인사로 제한했다. 바꿔 얘기하면 친 중국 정부 인사란 의미다. 이러자 입후보 자격에 제한을 두지 않는 보통선거를 요구하며 시위대가 거리로 나온 것이다.
현재 시위는 꺼질 듯 하면서도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시진핑 정부와 시위대 모두 평화적 해결을 주장하지만 타협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시위대의 요구를 들어주면 잘못된 선례를 남길 것을 중국 정부는 우려한다. 서구식 자유민주주의는 중국 실정에 맞지 않는다고 중국 정부는 주장한다. 이런 평행선 속에서 시위가 어떤 결말을 맞을지는 현 중국 체제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이충형 중앙일보 정치국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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