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월명동 일대

얼마 전 전북 군산시가 유엔-해비타트·아시아경관디자인학회·후쿠오카아시아도시연구소에서 주최한 ‘2014 아시아 도시경관 대상’을 받았다. 2010년부터 시작한 아시아 도시 경관상은 도시의 공공성, 편의성 등을 평가해 주어지는 상이다. 이전엔 서울 선유도 한강공원, 제주 올레길, 포항 중앙상가 실개천, 부산 감천문화 마을 등이 수상한 바 있다. 군산의 어떤 매력이 아시아 도시경관 대상에 이르게 했을까.

우리나라 서해안에 위치한 군산은 금강과 만경강 하구에 둘러싸여 토지가 비옥하다. 이로 인해 군산 일대는 호남평야라고 불리며 우리나라 최대 곡창지대로 알려졌다. 하지만 군산이 쌀이 많이 나는 곳으로 알려지게 된 데는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도 함께 자리하고 있다.

1876년 조선은 일제와 최초로 근대적 조약을 맺으며 일본인에게 굳게 닫혀있던 항구를 열어준다. 1899년에는 앞서 개항된 부산·인천·원산 등에 이어 군산도 개항하게 된다. 일본 상인들은 자유로운 상거래를 하며 개항장을 드나들었고 항구에는 외국인 거주지역인 조계지가 세워졌다. 1910년 조선의 국권이 일제에게 넘어가고, 각 개항장은 일제의 수탈지로 변모하게 된다. 군산 역시 일제가 자국에 부족한 쌀을 반출해가는 쌀 수탈지로 이용된다. 

해방 후, 일본인 소유 재산은 대부분 헐어져 현재 우리나라에서 그 시대의 유적을 찾아보기 힘든 게 현실이다. 하지만 군산은 일본식 사찰과 목조 가옥을 그대로 보존해 ‘근대문화 도시’라는 관광 명소로 활용했다. 군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내려 버스로 10분 정도 달리면 군산 월명동 일대에 도달한다. 국내 유일한 일본식 사찰인 동국사를 먼저 둘러본 후, 도보로 일본식 가옥인 고우당 게스트 하우스와 신흥동 가옥을 갈 수 있다. 나무로 지어진 가옥은 우리 건축물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서양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구 군산세관도 그대로 남아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 근대 역사와 일제 강점기는 불가분의 관계다. 분명 일제 강점기는 우리 민족에게 아물지 않는 상처다. 하지만 그 흔적을 지운다고 역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군산은 역사를 보존하는 방법을 택했고, 실제 수많은 관광객들이 군산을 찾고 있다. 1930년대의 우리나라를 보다 선명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군산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보길 바란다.
정다은 기자 starde121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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