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장 티롤(Jean Tirole) 교수는 프랑스 툴루즈 지역의 툴루즈경제대학교와 프린스턴고등연구소 그리고 경제산업연구원(IDEA) 등에 소속돼 활동하고 있다. 그는 1978년 프랑스 파리9대학에서 수학 박사학위를 받고 1981년 미국 MIT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전설적인 인물이다. 성격이 비사교적인 듯하지만 다방면에 뛰어나고 겸손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장 티롤은 수학적 기술과 경제학적 이해력을 모두 갖췄고 이를 융합하는 데 일가견 있는 수리경제학자다. 게임이론을 개발한 동년배들보다 포괄적이고 심층적인 분석력으로 ‘산업조직론은 Tirole의 『산업조직론』이전과 이후가 있다’라는 식의 인정을 받았다. 이어 나온 『게임이론』책은 포괄적 종합과 새로운 문제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엇보다 티롤을 티롤답게 한 것은 작고한 장 자크 라퐁(Jean-Jacques Laffont, 1947-2004)과 함께 한 연구물을 묶은『구매 및 규제 인센티브 이론』이다. 경제이론을 공부한다면 누구나 넘어야 할 산이라 할만하다. 당시 최고의 방법론적 기술인 ‘2그룹 2유형’ 또는 ‘2그룹 연속유형’을 이용해 인센티브를 고려한 제도를 설계하고, 특히 규제와 조달을 포괄적·현실합치적으로 분석해냈다고 찬사를 받는 작품이다. 라퐁 교수와의 공동 작업은 티롤이 노벨상 수상발표 인터뷰에서도 얘기했듯이 가장 큰 힘이 된 작업이었다. 라퐁 교수가 타계하기 전 공동 수상할 수도 있었으나 그렇게 되지 않은 것은 ‘신의 장난’이라고 할만하다.
그러나 티롤의 티롤다움은 그만의 솔로 작품에서 잘 나타난다. 비슷한 시기에 발간된 그의 저서 『신중한 은행 규제』는 은행규제에 대한 통찰을 담은 것으로 그 이후 통신, 금융위기 및 세계통화체계, 은행 그리고 유동성 등으로 확장 및 재편성돼 논하고 있다. 이 외에도 홀로 또는 공동으로 통신, 환경규제 등에 다양한 연구업적을 쌓았다.
 
티롤의 전형적인 수완은 다음과 같다. 일단 관심 있는 이슈에 대한 조사를 수행하면서 개인과 집단의 괴리, 즉 개인의 인센티브와 집단의 목적 간 상충관계가 제기되는 관심거리를 포착한다. 그리고 본인과 라퐁이 함께 연구하면서 발전시켰던 수리 방법론적인 모형화를 시도한다. 이때 이슈의 관심거리를 잘 포착할 수 있게 수리모형이 특수성을 갖도록 한다. 그리고 그만이 할 수 있는 전문성을 마음껏 발휘해 수리모형을 속속들이 분석한다. 이때 수리적 계산 및 풀이뿐만 아니라 그림, 표, 범주화 등을 사용한다. 마지막으로 분석 결과들을 이슈의 관심거리에 따라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논의한다. 이러한 티롤 방식은 개인과 사회의 조화롭고 현실 설명력 있는 융합에 대해 수리적인 방법론과 제도적인 설명력을 다양한 방면에서 제시하고 있었고 그 도중에 노벨상을 거머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티롤의 방법론은 수리적 방법론과 경제학적 설명력 모두에서 도전받고 있다. 수리적 방법론은 경제학의 이론화에서 지속해서 발견되는 것으로 경제수학의 발전에 기인한다. 최근 율리 사니코프(Yuliy Sannikov)의 ‘연속시간 방법론’이 성공을 거두고 앞으로 다양한 방면에 적용될 것으로 생각하는 바, 티롤의 노벨상 수상의 시기는 절묘한 ‘신의 한 수’라 생각된다. 경제학적 설명력에서도 그동안 줄기차게 제기됐던 비경제학적 공격에 대해 티롤은 심리학과 경제학의 융합을 롤랜드 베나부(Roland Benabou)와 함께 계속해서 추진하고 있다.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에 대해서는 필자의 능력을 훌쩍 넘어서지만 예상해보자면 지금보다 이론화가 진행되지 않을까 한다. 다양하게 제기되는 비경제학적 공격을 다시 한 번 굳건하게 막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니코프와 베나부가 있는 프린스턴대학교는 이미 존 내쉬(John Nash), 에릭 매스킨(Eric Maskin) 등 여러 명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이는 프린스턴대학교에서 가까운 미래에 사니코프와 베나부에게 노벨 경제학상을 기대하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티롤의 학문적 쾌거를 바라보는 우리 입장에서는티롤이 대학교, 고등연구소, 경제산업연구원을 넘나들며 활동할 수 있는 연구 환경이 부러울 따름이다. 예나 지금이나 경제학 본원은 과학적 사고와 경제적 현실의 냉엄한 균형이라 할 수 있겠다.
김 진(사회과학대학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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