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예외 없이 ‘지옥 같은 입시 전쟁’이 시작되었다. 올해는 심지어 수험생을 가능한 많은 시험장으로 신속하게 나르기 위해 오토바이 퀵서비스 업체들이 때 아닌 특수를 누리는 기현상마저 발생했다고 한다. ‘입시 지옥’, ‘입시 전쟁’이라는 표현이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우리 사회는 왜 소모적인 입시 경쟁을 연례행사처럼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인가? 대학 사회의 많은 지식인들은 비정상적으로 과열된 입시 경쟁이 한국 사회 특유의 맹목적 학벌 중시 문화 탓이라고 토로한다. 그래서 의식 개혁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런데 정작 대학 사회는 이러한 과도한 소모적 입시 경쟁을 치유하기 위해 어떠한 진지한 고민과 노력을 하고 있는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입시철에 즈음하여 새삼 대학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대학의 역할과 기능이 변화할 수는 있다. 그럼에도 대학은 교육과 연구 전당이라는 본연의 모습이 변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최근 대학사회에서 들불처럼 번지는 소위 ‘우수학생’ 유치 경쟁과 취업률 경쟁을 보면서, 대학이 교육과 연구라는 본령을 망각해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대학의 평가는 최근 들어 오직 신입생의 수능점수와 취업률이라는 편의적이고 세속적인 잣대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심지어 대학 스스로도 이러한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줄 세우기 경쟁에 무비판적으로 동참하거나 자발적으로 편승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 진행되고 있다. 대학이 4년 인재 농사를 시작하는 출발점에서 좋은 씨앗을 고르는 일을 소홀히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씨앗을 고르는 일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얼마나 정성들여 농사를 짓느냐 하는 것이다. 그리고 공들인 4년 농사의 결과가 자연스럽게 높은 취업률로 귀결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대학들이 앞장서서 현재의 ‘우수학생 유치 경쟁’에서 ‘우수인재 양성 경쟁’으로 전환을 주도해야 할 때이다. 아울러 대학은 어떻게 하면 깊이 있는 연구, 충실한 교육, 그리고 엄격한 학사관리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인재를 배출할 것인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100년을 내딛는 동덕이라면 현재의 잘못된 일방적 줄 세우기에 연연하지 않고, 긴 숨으로 100년을 준비하는 동덕으로 새롭게 출발하기 위한 진솔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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