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 소지에 대한 의식 고취 필요해

  최근 세종시의 ‘편의점 총기 난사사건’과 경기도 화성의 ‘엽총 난사사건’으로 국민이 충격에 휩싸였다. 불과 3일 동안 무려 8명이 사망했던 두 번의 사고는 대한민국이 더는 총으로부터 안전한 나라가 아니라는 경고를 심어줬다. 이에 총기 관련 사고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루 만에도 면허 딸 수 있어
  현재 우리나라에서 총기 소지 면허를 취득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정부에서 주관하는 시험인 만큼 그 기준이 엄격할 것 같지만, 엽총 소지 면허증 필기시험 합격률은 80%에 육박한다. 2013년에는 75.4%(5,748명 중 4336명), 2014년에는 79.0%(4,352명 중 3436명)가 합격했다. 시험은 환경부에서 공개한 수렵면허 문제은행에서 대부분 출제돼, 사실상 문제를 사전에 공개한 것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과목마다 40점 이상, 평균 60점 이상만 받으면 합격할 수 있으며 별도의 인성이나 적성을 평가하는 절차도 없다. 이어 시력, 소변 등 신체검사를 마치고 1시간짜리 동영상만 시청하면 총기 소지까지 가능하다. 범죄에 대한 사전교육은 일체 시행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운전면허보다 쉽다며 총기 면허시험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엽총은 살상력을 가진 무기이지만, 한 번 수렵 면허증을 취득하면 안전수칙 등에 대한 교육은 전무하다.


  이 외에 총기 관리에도 문제가 제기됐다. 지난해 기준, 소지허가가 취소된 총기 1만4279정 가운데 4,272정이 수거되지 않았다. 특히 미수거 총기의 89.3%(3,813정)가 도난·포기·분실 상태인 것으로 나타나 사고 및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파출소에서 정상적으로 반출허가를 받은 총기는 범죄에 악용되지 않도록 총기와 실탄을 분산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는 전국 경찰서에서 총기 입·출고가 가능하며 총기를 소지한 사람이 장소 제한 없이 이동할 수 있다. 게다가 구경 5mm 이하 공기총은 개인이 소유할 수 있고 400발 이하의 실탄을 장소 제한 없이 구매 및 보관이 가능하다. 경기도 김포에서 발생한 총기사건의 피의자는 아내의 이름으로 허가받은 총기를 범행에 사용한 것이 드러나 관리의 부실함이 더욱 높아졌다. 이 외에도 총기 사고에 대한 경찰의 대응 설명서조차 존재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사회에 만연한 분노조절장애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가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앞서 언급한 사건들의 공통점은 분노를 참지 못해 저질러진 일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극단적 감정을 통제하지 못해 일어난 ‘분노 범죄’의 원인을 ‘분노조절장애’로 꼽고 있다. 이는 외부에서 오는 스트레스나 박탈감을 이기지 못하는 일종의 사회적 질병이다.


  분노조절장애의 원인은 크게 생물학적 원인과 환경적 원인으로 나뉜다. 그 중 환경적 원인은 성장기 학대, 부부 문제, 이별, 생명의 위협 등 심한 정신적 외상으로 인한 후천적 증상이다. 지난 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분노조절장애를 앓는 환자 수가 연간 1만4000명을 육박하고 진료비가 118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게다가 그 비율은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문제를 일으킨 폭력범 36만6000명 중 41.5%(15만2000명)가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분노조절장애로 인한 범죄가 급증하는 이유로 한국심리클리닉 ‘유유재’의 이재실 대표는 “현대 사람이 사회적 인식수준이 높아지면서 부조리함과 구조적 모순을 이전보다 더 민감하게 느끼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부랴부랴 법 개정돼
  정부는 지난 2일, 핵심 대책으로 총기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부착하는 방안을 내놨다. 총기를 들고 수렵지를 이탈하는 경우에 이를 추적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총기 사용 및 소지에 관련된 법률 또한 변경됐다. 우선, 5년에 한 차례 서류만 제출하면 되던 기존의 면허 갱신주기를 3년으로 줄이면서 안전교육까지 받는 것으로 개정됐다. 또한, 수렵 전에도 안전교육이 의무화되고 면허를 받기 위해 필요한 안전교육 항목도 추가됐다. 게다가 지난 2일에 총기 사고 대책 당정협의를 통해 △총기 관련 규제를 한 차례라도 위반할 경우 총기를 영구히 소지 불가 조치 △총기소유 결격사유에 ‘폭력·음주 등으로 인한 충동성 범죄’등을 추가 △총기 소유가 불가능한 사유를 적시할 것이 아니라 제한적으로 총기 소유가 가능한 경우를 명기하는 방식으로 전환 등 여러 사항이 논의됐다. 이어 경찰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전과자에게는 총기 소지를 영구히 불허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총기류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부착 및 위치 추적이 의무화되고, 개인의 소량 실탄·소형 공기총 소지도 전면 금지된다.


  그러나 급히 마련된 개정안에도 여전히 허술한 측면이 있다. 특히 정부가 제안한 위성위치확인시스템은 상습 성폭행범에게 실시했던 전자발찌 법안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이 제도는 성범죄자들의 재범률을 낮출 수 있다는 취지로 시작됐으나 추적 장치를 떼어 내거나 충전되지 않은 상태로 범죄를 저지르다 적발된 사례가 215건에 이를 정도로 좋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총기 또한 위성을 통한 위치추적에 허점이 많다는 점에서 한계적이다. 또한, 위치 파악을 위해서는 성범죄자의 위치를 추적하는 중앙관제센터와 같은 관리 시설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게다가 도난분실 상태의 총기가 많아 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도 없다. 이에 관리시설과 인력을 확충하느라 헛되게 국민의 혈세만 낭비할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한, 강신명 경찰청장은 “총기가 대부분 수입품이라 GPS 삽입에 기술적 문제가 있다”라고 말해 이 대안의 또 다른 문제점을 드러냈다.


  정부 혹은 총기 관계자는 무엇보다 여태껏 일어났던 총기난사 범죄가 ‘일회성’이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해 충동적으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미미한 대비로는 사고를 막을 수 없다. 이를 위해 경찰관이 총기 사고나 인질극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위기 대비매뉴얼을 정비해야 한다.


  또한, 이럴수록 근본적인 것부터 접근해야 한다. 총기 소지자, 경찰, 시민 모두의 안전에 대한 의식 고취에 집중해야만 범죄 재발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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