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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부는 공유 바람
2015년 03월 16일 (월) 19:31:17 이신후 기자, 강연희 기자 sinoo__@naver.com, yhadella@naver.com
   
SBS 예능 프로그램 <룸메이트>에서 등장하는 ‘셰어하우스’는 이제 생소한 단어가 아니다. 한집에서 함께 사는 것뿐만 아니라 여행자를 위해 거실의 소파까지 내주는 ‘카우치 서핑’, 차를 원하는 시간만큼 빌려주는 ‘집카(Zip car)’ 등 공유는 이미 곳곳에 확산됐다.
 
청년의 곁에 있는 ‘공유’ 문화는?
우리는 이제 공간과 옷을 공유하고 사람의 지식마저도 공유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화 흐름에서 우리 대학생과 맞닿아 있는 공유 문화는 무엇이 있을까.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바로 드는 생각은 심화된 진로 고민과 취업 문제일 것이다. 또한, 졸업을 앞둔 대학생이라면 구직을 위해 면접을 많이 보러 다닌다. 그러나 그동안 정장을 입을 일이 많지 않던 대학생에게 면접 복장을 갑자기 구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해 나타난 것이 ‘열린옷장’이다. 열린옷장은 정장이 당장 필요한 청년구직자나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내딛은 사람에게 정장을 대여해주는 비영리단체다. 2012년 7월부터 시작해 올해로 3년째에 접어들었다. 열린옷장은 건대입구역 인근에 있었다. 빌딩 안으로 들어가 보니 열린옷장은 4층과 5층에 각각 한 개의 호실로 운영되고 있었다.
4층은 정장을 반납하는 장소, 5층은 정장을 대여해주는 장소였다. 4층에는 사람이 입었던 옷이 모이는 장소여서 그런지 재봉틀과 드럼 세탁기, 바지 밑단 수선기 등 세탁소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이렇게 새 옷으로 탈바꿈한 정장은 5층으로 가게 된다. 5층은 대여자가 직접 와서 치수를 재고 정장을 입어보기 때문에 4층보다 공간이 넓었다. 넓은 대기실 또한 눈에 띄었다. 대기실에는 모니터도 있어 내가 언제 치수를 재고 탈의실을 이용하면 되는지 대략 가늠할 수 있었다. 대여자가 많을 때도 편하게 기다릴 수 있도록 한 열린옷장의 배려심이 엿보였다. 이후 직원이 대여자의 치수를 재주고, 맞는 정장을 골라주면 탈의실로 가서 입어보면 된다. 바지 길이가 길어 불편하다고 하면 곧바로 수선까지 해주고 있다. 또한, 넥타이나 구두, 벨트까지 빌릴 수 있어 따로 마련해야 하는 번거로운 문제까지 해결해준다.
열린옷장에는 많은 정장이 대여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렇다면 이 정장은 어디서 온 것일까. 옷장지기 정선경 씨는 “처음엔 SNS를 통해 열린옷장 프로젝트를 알렸어요. 그랬더니 다들 어떻게 아시고 정장을 기증해주시더라고요. 이름이 알려진 지금은 하루에 한 건 정도 (정장이) 꾸준하게 오고 있어요. 여성복 기업에서 기증을 해주시기도 했고요”라며 정장의 출처를 밝혔다. 또 그녀는 열린옷장이 가장 바쁠 때는 공채가 시작되는 기간이라고 말했다. 면접은 코앞인데 정장 한 벌 마련하기 쉽지 않은 청년들이 주로 찾아온다는 것이다. 실제로 열린옷장에서 정장 한 벌을 대여하는 데는 약 3만 원 정도가 든다(3박 4일 기준, 재킷·셔츠·팬츠·구두 포함 가격). 시판되는 정장 가격이 최소 30만 원이라고 생각하면, 3만 원으로 정장 한 벌을 대여할 수 있다는 열린옷장의 정책은 청년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열린옷장에서 만난 대여자 또한 저렴한 대여비를 장점으로 꼽았다. 회사원이라고 밝힌 이명성 씨는 “정장을 대여하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에요. 정장을 입을 날이 많이 없어서 마련하지 않고 있다가 친구 결혼식 때 처음으로 빌리게 됐어요. 인터넷 사이트 검색을 하다가 열린옷장을 알게 됐는데 대여 가격이 참 저렴하더라고요. 실제로 와보니 직원분들도 친절하시고요. 또 정장이 필요해져서 다시 빌리러 왔어요”라며 빌린 정장을 들고 웃어 보였다.
 
공유 문화, 경제활동으로 자리 잡다
앞서 청년에게 필요한 공유 문화를 소개했지만, 우리 주변 곳곳에서도 ‘공유 바람’이 불고 있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국민도서관 책꽂이’다. 이곳은 자신의 책을 맡기고 이용자 누구나 그 책을 볼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벌써 6천여 명의 회원이 모여 맡긴 책이 3만권을 육박했다고 하니 다양한 서적을 기대해볼 수 있겠다. 게다가, 책을 맡긴 사람과 빌린 사람이 서로 감명 깊은 문구를 소개하는 메시지나 선물을 교환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한 건물 안에서 9명의 CEO가 제각각의 가게를 운영하는 셰어스토어 ‘어쩌다라운지’, 여행자에게 현지인 한 명을 연결해 지역의 여행 팁을 공유하는 ‘마이리얼트립’ 등이 있다.
미국의 법학가인 로런스 레시그는 이러한 현상을 ‘공유경제’라고 표현했다. 무엇인가를 ‘소유’하기 위한 경제활동이 아니라 ‘공유’를 위한 경제활동이라는 뜻이다. 재작년 1월, 우리나라에서도 ‘서울, 공유경제를 만나다’라는 표제로 공유도시 사업이 시행됐다. 시간, 공간, 재능, 물건, 정보 등 개인의 것을 함께 나눠 활용함으로써 사회의 유휴자원도 활용하고 이웃들과 공동체 의식도 형성하자는 취지다.
공유 문화는 이제 막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웃 간 서로 주고받는 게 당연했던 관습이 이제 어떠한 ‘문화’로 불러야 한다는 사실이 조금은 씁쓸하기도 하다. 그러나 공유 문화로 인해 이웃 간, 사람 간의 사이는 다시 ‘열리고’ 있다. 공유 바람이 우리 사회의 각박한 현실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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