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설치에 앞서 근본적 대책 필요해

지난 1월, 인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발견된 CCTV 영상을 보고 전 국민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영상 속의 아이는 음식을 남겼다는 이유로 교사에게 얼굴을 맞아 쓰러지고 나머지 아이들은 모두 겁에 질려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모습이었다.

영상이 공개된 후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해당 어린이집 원장과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대표가 나서서 사과했다. 이에 여·야는 아동 학대 방지 대책으로 어린이집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그러나 지난 3일,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171명 중 찬성 83명에 반대 42명, 기권 46명으로 찬성 과반인 86명에는 미치지 못해 부결됐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이 부결 이유로 “어린이집 원장들의 입김이 세다. 총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회의가 열린 며칠 뒤, 또 다시 경남 고성 공립 어린이집에서 상습적인 아동학대가 발생한 것이 드러났다. 이에 학부모 측은 정치권을 향해 거세게 비판하며 법안 재상정을 요구했다.

 

 CCTV 설치에 앞서 근본적 대책 필요해

 

 

 

  어린이집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은 지난 2일, 발의된 지 3개월, 추진 1개월 만에 입법 여부가 논의됐다. 이는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진 것이라고 한다. 현재 결과적으로 부결됐지만, 이 법안이 4월 국회에서는 통과가 될 것 같은 분위기다.

 

  그러나 이대로 시행되기에는 많은 문제점이 보인다. 우선 법안을 살펴보면, CCTV 영상은 최소 1개월 이상 보존하도록 하고 학대 의심이 드는 경우 부모가 CCTV를 열람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이는 아이의 보호자가 폭력에 대한 최선의 증거를 가질 수 있게 한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이 법안은 최근 일어난 사태로 인해 들썩이는 민심을 가라앉히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의심이 든다. 우선, 개방된 열람권은 혹여 학부모가 교사를 압박하는데 악용될 여지가 있다. ‘학대 의심이 들 때’라는 구체적이지 않은 전제 조건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CCTV를 확인하려는 부모가 있을 수 있다. 이로써 교사는 근무 중 항상 누군가에 의해 감시받는 느낌이 들 것이다. 자유롭지 못한 현장은 교사에게 불안, 예민함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이는 소위 ‘부모 눈치 보는’ 교사에게 평소보다 강요하는 역할이 될 것이다.

  게다가 어린이집의 3-4세 아동은 상황 판단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실제 일어난 일과 자신이 상상한 일을 쉽게 구별하지 못한다. 사건이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대해 자기중심적 해석을 갖고 부모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충분히 그들에게 오해의 소지를 줄 수 있으며 무조건적 영상 열람이 부추겨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에 본교 사회과학대학 아동학과 모 교수는 “영․유아 교육기관은 아이가 처음 겪게 되는 사회화 기관이다. 이때 익숙하지 않은 갈등과 여러 상황을 겪게 되는데, 이로써 아이가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라며 부모가 이 장면을 폭력으로 오해해 교육의 현장을 방해할까 우려했다.

 

  또한, 아이를 보호하려는 이 법안이 오히려 그들에게 더 큰 올가미가 될지 모른다. 특히, 장애나 특이사항을 가진 아동에게는 영상이 발목을 잡는 증거가 될 수밖에 없다. 그들의 치부를 CCTV의 열람권을 가진 누구나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교육기관은 장애 아동을 배척하지 않고 다른 학생과 융화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 과정에서 아이끼리, 혹은 교사와 아이 간에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 이때 무리한 영상 열람을 통해 장애 아동이 갈등을 유발하는 행사자로 낙인찍힐 위험이 있다. 

  문제 해결의 근본적 방향은 양질의 교육현장에서 교사가 아이를 바람직한 방법으로 교육하는 것이다. 하지만 법안은 교사에 대한 처우와 인성 교육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근본적인 것을 놓치면 결국 더한 상처만 남기게 될 것이다. CCTV로는 육체적 폭력만 잡아낼 수 있을 뿐 언어적 폭력 등 다른 유형의 학대까지 막을 수는 없다. 모 교수는 “CCTV 설치 의무화의 사전 계도기간을 갖고 교사와 학부모, 사회 모두가 적응할 시간을 제공해야 한다”라며 더 세심한 법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뜨거운 감자를 식히려다 더한 불덩이를 만들지 않길 바란다.

강연희 기자 yhadella@naver.com

저작권자 © 동덕여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