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작가라고 하면 글 쓰는 사람을 떠올린다. 미술가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영상물 계통에서는 드라마 작가나 시나리오 작가가 있다. 자기 손으로 직접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작가라는 말을 듣는 것이다. 그런데 영화계에서 그냥 ‘작가’라고 하면 의미가 조금 달라진다.
영화계에서의 작가는 자기 손으로 직접 창조물을 만들어내는 수많은 사람들을 지휘해 하나의 완성물을 조합해내는 사람, 즉 감독을 의미하는 말이다. 그래서 작가주의 비평이라고 하면 감독 중심으로 영화를 분석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감독이라고 모두 작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 말을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성취와 개성, 자의식을 보여주는 감독들만 작가라는 찬사를 받는다. 이런 생각이 처음으로 제기된 것은 1950년대 프랑스에서였다. 당시 프랑스의 비평가들은 영화감독이 단순한 시나리오 영상화 기술자가 아니라 독자적인 창작자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직접 감독으로 데뷔해 자신들의 주장을 실천에 옮겼고, 현대영화사의 전설이 되었다. 프랑수아 트뤼포, 장 뤽 고다르, 에릭 로메르 등이 그들이다. 이들을 주축으로 형성된 당시 프랑스 영화의 부흥을 ‘누벨 바그’라고 한다. 장 뤽 고다르의 대표작인 <네 멋대로 해라>는 한국 드라마의 제목으로 차용되기도 했다.
엉뚱하게도 이런 프랑스 비평가들의 활약으로 인해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것은 헐리우드 감독들이었다. 그전까지 헐리우드 영화는 단순한 오락용 장르물로, 말하자면 시장에서 파는 물건과 같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스튜디오 시스템에서 찍어낸 공산품이라는 것이다. 작가론에 의해 그런 스튜디오 환경에서 만들어진 장르물에서조차도 자신의 개성을 표현해내는 작가로서의 감독들이 재발견됐다. 스릴러의 거장 히치콕이나 서부극의 존 포드 등이 거장의 반열에 오른 것은 이 때문이다.
 

▲ 이창동 감독의 데뷔작인 영화 <초록물고기>
이창동 감독의 <시>가 최근에 열린 대한민국 영화대상에서 작품상을 받았다. <시>는 이외에도 대종상, 영평상, 부일영화상 등에서 작품상을 휩쓸어 2010년 최고의 작품으로 인정받았다. 작가 이야기를 꺼낸 것은 때마침 이창동 감독이 이렇게 화제의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
  그는 어쨌든 상업영화계 안에서 작업하는 사람이다. 그의 데뷔작인 <초록물고기>에는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었던 한석규, 심혜진, 문성근이 나온다. <밀양>엔 송강호와 전도연이 나온다. <초록물고기>는 조폭 치정극이라는 장르물이기도 했다. 그렇게 상업영화 작업을 하면서도 그는 자신의 개성과 문제의식을 작품에 불어 넣는 데에 성공했다.
  1997년작인 <초록물고기>의 경우, 포스터를 보면 영락없는 홍콩스타일의 범죄느와르 영화처럼 그려져 있다. 영화 자체의 컨셉이 워낙 전형적이었기 때문에 포스터의 표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면 범죄물이란 껍데기 안에 있는 인간에 대한 치열한 성찰에 놀라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초록물고기>가 한국 영화계의 전설로 기억되는 것이다.
  작가들이 많은 영화계는 풍성하다. 관객의 입장에서도 작가를 한 명씩 발견할 때마다 영화를 보는 즐거움이 커질 것이다. 그러려면 영화를 감독 중심으로 깊이 생각하면서 감상해야 한다. 작가주의 관람 태도로 영화를 훨씬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면, 조금 더 많이 알아보고 생각하는 귀찮음을 감수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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