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서 쾌유 기원 물결 잇따라
여·야는 ‘종북’ 논란으로 갈등 빚어

지난 5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피습당했다. 이날 리퍼트 대사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주최 조찬 강연회에 참석했다. 이 강연회에 참석한 김기종 씨는 흉기를 휘둘러 리퍼트 대사를 공격했다. 그 결과 대사는 새끼손가락의 찰과상, 약지에 1.5cm 크기의 상처, 전완부 안팎 관통상, 오른쪽 얼굴에 자상 등을 입었다. 그는 6일 동안 세브란스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퇴원할 수 있었다.

리퍼트 대사의 피습 소식을 들은 우리나라는 큰 충격에 휩싸였고, 이어 대사의 쾌유를 기원하는 응원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 ‘응원’이 과도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사건 이후 대한예수교 장로회 합동한성총회 소속 신도들은 “리퍼트 대사님 사랑합니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기도회와 발레, 부채춤, 난타 공연을 열었다. 광화문 미국대사관 앞에선 시민들이 쾌유 기원 서명을 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엄마부대와 자유청년연합 등 보수단체 역시 사건 당일부터 대사가 입원한 세브란스 병원, 광화문 등 서울 도심에서 기자회견과 집회를 열었다. 현장에는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We Love Mark’ 등의 문구가 보였다.

이 행사를 지켜보던 행인 A 씨는 “처음에는 문화행사인 줄 알았는데 리퍼트 대사의 쾌유 기원 행사라는 걸 알고 놀랐다. 내가 리퍼트 대사라면 너무 부담스러울 것 같다. 대사의 쾌유를 바라는 입장이지만, 이런 성대한 행사가 열리는 것을 보고 한편으론 우리나라의 초라한 위치를 대변해주는 것 같았다”라며 의견을 전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도는 여론은 아닌 것 같다. 리퍼트 대사의 쾌유 기원 물결이 잇따라 이어지자, 외신 또한 이를 지적하고 나섰다. 뉴욕타임스는 9일 자 신문에서 “한국에서 벌어지는 리퍼트 대사 쾌유를 기원하는 ‘광기’가 미국 숭배주의(Worshiping)에서 비롯됐다”며 “한국의 보수적인 이데올로기는 미군을 지난 한국전쟁 당시 남한을 위해 싸운 구세주로 생각하도록 한국민들을 가르치고 있다”라고 전했다.

한편 여야에선 ‘종북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때아닌 종북 논란은 새누리당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일어났다.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들이 용의자 김기종 씨의 국회 출입을 허용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새누리당 측은 “새정치민주연합은 ‘김기종 테러 사건은 극단적인 개인의 일탈 행위’로 치부하면서 김기종과의 거리 두기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극단적 종북 세력과의 분명한 절교 선언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여당의 주장에 ‘종북몰이’가 도를 넘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새정치연합은 12일, 법리 검토를 마친 뒤 문재인 대표 명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하는 등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은 “정부 여당은 이번 사건을 국내 정치에 악용하려고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은 아닌지 참으로 유감스럽다”라며 심정을 전했다.

지난 10일 퇴원한 리퍼트 대사는 한국 국민이 공감하고 성원해준 데 감사를 드린다며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 같이 갑시다”라는 말로 기자회견을 마쳤다. 그러나 피습 사건 이후 일어난 일들을 보면, 과연 땅은 어느 쪽으로 굳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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