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2000년대’를 기획하면서 단순히 기억을 상기시키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색다른 경험을 해보기로 했다. 드라마, 노래, 가수처럼 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했던 추억과는 달리 피부로 경험했던 추억을 찾아 나섰다. 문구점을 처음 방문하려고 했을 땐 아직 있을까 하는 걱정이 먼저 들었다. 다른 골목으로 이사한 문구점을 찾는 게 쉽지 않았지만, 예전에 계셨던 주인아주머니를 뵈니 먼저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문구점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가장 먼저 들어왔던 건 이른바 ‘불량식품’이라 불렸던 간식들이었다. 하나둘 집어 들다 보니 어느새 3,000원을 훌쩍 넘겼다. 없어진 식품들도 많고 생각보다 높아진 가격에 놀라 주인아주머니에게 10년 전과 달라진 점이 무엇인지 이것저것 묻게 됐다. 아주머니는 “불량식품이라는 이미지에서 저가식품 이미지로 바꾸기 위해서 이름도 변경하고 식품에 있는 비타민이나 영양요소들을 강조한다. 한 달에 두 번씩 정부에서 감사가 나온다. 그래서 예전엔 있었지만 없어진 상품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름이 바뀐 식품과 영양성분이 표시된 식품이 많아졌고, 이전에 가격표시가 없었던 상품에 가격표도 붙어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어릴 때 즐겨 먹던 먹거리들을 오랜만에 구매했다는 즐거움도 잠시, 하교 시간이면 항상 분주하던 문구점 앞이 왠지 모르게 허전했다. 그러고 보니 최근 학교 인근 문구점에서 줄을 서 준비물을 구매하는 풍경을 본 지 오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구점에서 챙겨가야 할 준비물이 동날까 봐 전날부터 미리 준비물을 사던 경험 또한 예전 이야기가 됐다. 이런 현상은 지난 2011년부터 전국적으로 본격 시행된 ‘학습준비물 지원제도’로 인해 일어난 결과다. 어린 시절 놀이문화를 주도하던 학교 앞 문구점에 대한 추억을 지금의 아이들과 공유할 수 없게 된 것도 아쉬운 점이다.
 
제도뿐만 아니라 대형문구점의 등장으로 10년 전보다 사정이 어려워졌다는 주인아주머니의 말을 듣고 안타까운 기분이 들었다. 초등학교 근처 문구점에 방문하기 이전에 먼저 방문했던 중학교 근처의 문구점이 사라진 것을 보고 왔기 때문에 그 말이 더욱 실감 났다. 추억을 찾으러 간 동시에 추억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돌아오는 길은 반가움과 씁쓸함이 교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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