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

 

흔히 취업을 위해 쌓는 스펙으로 학벌과 학점ㆍ토익을 일컬어 ‘3종 세트’라는 말이 생겨났다. 거기다 어학연수와 자격증이 추가된 ‘5종 세트’ 그리고 공모전 입상ㆍ인턴 경력이 포함된 ‘7종 세트’까지 등장했다. 여기서 더는 늘어날 것이 없어 보였던 항목이 최근에는 사회봉사와 성형수술까지 해야 하는 ‘9종 세트’로 확대됐다. 극심한 취업난을 잘 보여주는 현상인 동시에 획일화된 스펙 경쟁, 외모지상주의, 재능과 무관한 인재 채용 등 한국 취업 세태의 문제점을 잘 나타내주는 용어다.
 
20대를 옭아매는 경쟁은 해가 지날수록 더 늘어나기만 한다. 취업준비생은 과도한 경쟁에 휘말려 어느새 ‘나’보다는 점수를 쫓고 있다. 불안함에 자신감은 떨어지고 우울증까지 찾아온다. 결국 청년은 좁은 취업문에 대한 불안을 떨치고, 확신을 얻기 위해 눈에 보이는 스펙에 집착을 하게 된다. 이렇게 과열된 취업 경쟁을 막기 위해 대기업들 사이에 ‘스펙 초월 채용’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학벌·학점·토익점수 등 객관화할 수 있는 수치를 대체해 개발되는 전형 역시 또 다른 형태의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불만을 피할 수 없다.
 
지나친 경쟁사회에서 대학은 학문보다는 취업률에 목숨 걸기 시작했고, 대학생 사이에서 휴학이나 졸업유예가 관행처럼 자리 잡았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기업은 대책은커녕 열정페이와 인턴이라는 이름으로 청년들의 인력을 착취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저작권자 © 동덕여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