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도 안전지대는 아냐

대학 내 성범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들어 부쩍 많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성범죄가 일어난 것이 피해자 잘못이라는 그릇된 의식에서 깨어나 용기 있게 고발하는 학생이 늘어나기 시작했을 뿐이다.

교수의 권위, 성범죄로 악용돼

지난 1일, 서울대는 징계위원회에서 상습 성추행 혐의로 구속된 강석진 교수를 파면하기로 했다. 강 교수는 2008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모두 11차례에 걸쳐 여학생 9명을 성추행한 혐의(상습 강제추행)로 지난해 12월 구속돼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는 수업 중 여학생에게 성관계에 관련한 말을 하며 여자친구가 돼달라는 등의 성희롱 발언을 서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지난해 초 중앙대의 한 교수는 자신의 연구실에서 3차례에 걸쳐 여학생의 몸을 만지는 등의 성추행 혐의로 학내 인권센터 조사를 받았다. 고려대의 모 교수도 지난해 말 여성 대학원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피해 학생은 병원에 입원해 불안감을 호소할 정도로 고통 속에 살고 있는 상황이다.

드러난 것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지난 1일에는 학생을 불러 자신의 일을 도와달라고 하다가 성추행을 한 교수가 밝혀지기도 했다. 고등교육을 지도하는 자로서 모범을 보여야 하는 교수가 이제는 자신의 권위를 악용하고 있다.

이제는 학생도 가해자

대학 내 성범죄의 가해자는 교수뿐만이 아니다. 같은 학생 간에도 성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2월 25일, 서울 S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선정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문구가 사용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선배들이 ‘아이 러브 유방’ ‘작아도 만져방’ 등 선정적 문구를 적어 각 방문에 붙인 것이다. 이들은 방을 돌며 인사하는 후배에게 ‘입장 시 섹시 댄스 추기’ 등 성희롱이나 다름없는 규칙을 강요하기도 했다. 한편 국민대에서는 남자 동기들이 SNS를 통해 여자 동기의 외모를 평가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같은 문제는 매년 있어온 것이다. 오리엔테이션이나 M.T 등 뭉쳐서 어울리는 자리가 많은 만큼 가해자가 학생인 사례는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13년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벌어진 성범죄 318건 중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선배ㆍ동기인 건수는 193건(60.7%)이었다. 교수ㆍ강사는 76건(23.9%)이었다.

우리 대학의 상황은

속속 드러나는 대학 내 성범죄에 학보사는 우리 대학은 어떠한지 파악하고자 설문을 진행했다. 본교 재학생 210명을 대상으로 지난 25일부터 일주일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내에서 성범죄를 겪은 적이 있다고 대답한 학우는 4명이 있었다. 이중 2명이 ‘교수’가 가해자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학우가 어떠한 입장을 취했는지 알아볼 수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본교 커뮤니티 동감(dong-gam.net)에는 한 사회과학대 교수의 성희롱 발언을 문제 삼은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이 글은 이 교수의 강의 수강 후기와 함께 성희롱 관련 문제를 낱낱이 밝히고 있는데 조회수가 무려 1,865회에 달하며, 댓글도 67개가 달렸다. 이 교수는 여성을 닭에 비유하면서 성적으로 희롱하거나 수업 중에 학업보다는 외모 가꾸기에 치중하라며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이 글에 달린 댓글 중 “교수님 스스로도 이것이 성희롱 발언인 것을 안다. 미안하다고는 하지만 전혀 반성의 말투가 아니었으며 개선되지도 않는다. 또한, 신고할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말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라며 불편함을 토로한 것도 있었다.

하지만 설문조사 결과 ‘우리 대학 성 문제에 관련한 이야기를 들었거나, 목격한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79.5%(167명)의 학우가 ‘모른다’로 대답했다. 이는 익명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 있지만, 모든 구성원에게 공론화되기엔 한계가 존재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서울 S대 신입생 성희롱 사건은 한 학우가 S대 페이스북 페이지에 네 장의 사진을 게시하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이렇게 알려지자 S대 학우들은 학생회 측의 사과를 요구하며 학내 구성원과 이 사건에 대한 것을 공론화했다. 서울대 인권센터도 지난해 11월 강 교수가 여학생들을 성추행했다는 신고를 받고 자체 진상조사를 벌였으며, 올해 1월 말 대학본부에 강 교수를 파면해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본교가 여자대학교라는 특성이 있어 성범죄가 잘 일어나지 않을 것 같지만, 우리 대학도 안전지대는 결코 아니다. 어쩌면 이미 피해자는 어쩔 수 없이 입을 다물었는지도 모른다. 벌써 많은 대학교가 성범죄로 얼룩졌다. 본교도 교내 커뮤니티에서 관련된 얘기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는 만큼, 구성원의 관심을 요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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