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2007)』-토머스 모어/을유문화사

 

    토머스 모어가 작품을 쓴 16세기의 유럽은 격변기였다. 유토피아의 1부는 라파엘 히슬로다에우스, 페터 힐레스, 토머스 모어 이 세 사람의 대화를 통해 디스토피아(어리석음의 세계)를 드러내 시대적 상황을 비판한다. 1부에서 군주를 도와 정치개혁을 한다면 국민에게 도움이 될 것이니 입궐해 보라는 페터 힐레스의 제안에 라파엘 히슬로다에우스는 세 가지 변론을 들어 반박한다.

첫 번째로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것은 사회적 원인이 있기 때문인데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불쌍한 빈민만 사형에 처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역설한다. 두 번째로 군주의 호전성에 관한 이야기를 꺼낸다. 군주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웃 국가와 전쟁하려는 생각에 빠져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를 보좌하는 신하 모두 그것을 부추기는 상황이기 때문에 자신의 의견은 무시당하리라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라파엘은 군주의 명예와 안전은 군주의 재산이 아니라 국민의 재산에 달려 있으며 자신이 아무리 역설한들 그들은 듣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라파엘은 각각의 변론마다 특별한 부족을 예로 든다. ‘폴릴레리트’는 도둑을 사형에 처하는 대신 강제로 노역형을 부과한다. 하지만 노예가 돈을 구걸하고, 탈주를 모의하고, 다른 지역의 노예와 대화를 나누면 사형에 처한다. 여기서 사람을 살리기 위해 마련한 제도가 오히려 더 죽이게 되는 극단적인 불의의 모순이 나타난다. 이는 작가가 고의로 궤변을 한 부분이기도 하다. ‘아코리아’는 전쟁으로 겪었던 피해를 교훈 삼아 영토 침략을 완전히 포기하고 살아가며, ‘마카리아’는 법률로 국왕의 재정을 제한했다.

변론의 사례로 등장한 세 민족은 한 가지 측면에서만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로서 부분적인 이상향(마이크로토피아)이라고 할 수 있다. 모어는 마이크로토피아를 소개한 후 2부에서 모든 면에서 이상적인 유토피아를 표현했다.

2부는 이상사회이자 소피아(지혜의 세계)로서 1부의 디스토피아의 세계와 단절된다. 고립성을 강조하기 위해 유토피아가 원래 반도였으나 섬이 됐음을 전제로 한다. 유토피아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는 라파엘의 말을 통해 유토피아의 구조와 농업, 도시, 공무원 제도, 노동조건, 사회조직, 여행과 무역, 법률, 노예제도, 전쟁, 종교사상 등의 분야의 이상적인 모습을 자세히 묘사했다.

유토피아는 모든 것이 공유된 사회이므로 생필품에 대해 누구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생계에 대한 걱정이 없으므로 평화롭고,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도 일하는 사람처럼 보호받는다. 사유재산이 없고 모든 생산품은 일정하게 분배된다는 것이 유토피아의 가장 큰 특징이다. 또한 이곳은 계급 없이 모두가 평등한 사회이다.

모어의 이러한 생각은 실제로 사회주의 운동가에 의해 실천에 옮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 주체가 인간이라는 모순을 가지기 때문이다. 인간이란 존재는 본래 타인과의 비교에서 우월하고 싶은 욕구가 존재해 이기적인 면모를 품고 있다. 또한, 불변하는 형태가 아니라 변화를 시도한다. 변증법적인 사고를 통해 사회를 변화시켜 나간다는 뜻이다. 이론으로는 완벽하나 이론을 뛰어넘는 인간의 이기심은 이상향에 대한 갈망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또한, 이것이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을 작가는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유토피아를 통해 현실 세계인 영국 사회를 비판하고 사회적 모순과 귀족의 부패를 드러내고자 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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