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한쪽에 생소한 장르의 책이 정렬돼 있다. 책을 펼쳐보면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그림이 많고, 한 권으로 끝나기 때문에 만화라고 할 수도 없다. 아직 우리에게는 낯설기만 한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은 이미 해외에서 남녀노소 모두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그래픽 노블이란 그림이 주가 되는 만화의 형식을 띠면서도, 소설만큼 확고한 주제의식과 복잡한 줄거리로 구성된 장르다. 얼핏 만화로 착각할 수 있지만 여러 면에서 만화와는 차이점을 보인다. 우선 연재인 만화와는 달리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는 그래픽 노블은 시간적 제약이 적어 작가가 자신만의 스타일로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을 창작할 수 있다. 또한, 만화의 시각적인 특징보다는 서사 구조를 더욱 부각한다.
요즘 580만 관객을 모으며 인기몰이 중인 영화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도 원작은 그래픽 노블이었다.이 작가의 신작인 <크로노너츠>와 <네메시스> 또한 판권계약을 맺어 영화화된다. 국내에서도 익히 많은 팬을 보유한 마블 코믹스(Marvel comics)와 DC 코믹스(DC comics) 역시 각 영웅 캐릭터의 이야기를 그래픽 노블로 출판했다. 게다가 역으로 ‘워킹데드’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처럼 방영된 미국 드라마나 개봉된 영화가 책으로 나오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미국 그래픽 노블은 정식 출판되고 있어 대형 서점에 가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국내에서 이제야 주목받기 시작한 그래픽 노블은 대중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출판사 ‘피오니북스(Peony books)’가 작년 6월에 그래픽 노블에 관한 잡지 <월간 그래픽 노블>을 창간했다. 이 잡지는 한 권당 하나의 작품을 다뤄 여기에 담긴 재미있는 이야기, 시대 상황, 작가의 철학, 작가에게 영향을 준 문화에 대해 설명한다. 또한, 관련 명사를 만나 그들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가 담긴 그림과 서사, 추천하고 싶은 그래픽 노블에 관해 다양한 내용을 담았다.

이런 흐름을 반증하듯 출판사마다 앞으로 나올 그래픽 노블에 대한 홍보 열기가 뜨겁다. 시공사에서는 올해만 10편이 넘는 그래픽 노블을 출간할 예정이다. 또한, 2013년 동아신춘문예 시나리오 부문에 당선된 ‘당부’는 지난 2월 25일 ‘당신의 부탁’이라는 이름을 달고 그래픽 노블로 재탄생했다. 이 외에 팬들이 모여 책에 대한 정보나 감상을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도 많아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만 하면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이제 그래픽 노블은 한국에서도 하나의 문학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어른도 이제는 당당히 그림책을 즐길 수 있는 세상이 도래했다. 그래픽 노블을 손에 쥐는 순간, 우리는 실감 나는 그림 소설 속 장면으로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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