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예능의 흐름은 ‘일상’에 맞춰져 있는 듯하다. 이 흐름에 맞춰 그동안 나온 예능을 보면 연예인과 그의 자녀가 나오는 프로그램, 연예인이 직접 나와 요리를 하는 프로그램 등이 있었다. 연예인이라면, 공인이라면 특별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던 시청자에게 이제 그들도 우리와 같다고 여기게끔 하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이 흐름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인의 일상을 단순히 보여주는 것뿐만 아닌 그를 파헤치는 예능이 새로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바로 JTBC의 <냉장고를 부탁해>다.

냉장고를 보면 삶이 보인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냉장고에는 주인의 식습관에 맞는 음식들이 보관돼 있고, 사람의 성격에 따라 깔끔하게 정리돼 있을 수도, 오래된 음식이 그대로 남아있기도 해 이런 말이 생겼다. <냉장고를 부탁해>도 우리가 궁금해 하던 공인의 냉장고를 보여줘 그를 한층 더 알 수 있게 한다.

이 프로그램은 출연진의 냉장고가 주인공이다. 출연진이 자신의 집에 있는 냉장고를 스튜디오로 가지고 오면, 8명의 셰프가 그 안에 있는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대결을 펼친다. 여기서 시청자는 그들의 냉장고에서 즉석식품이나 곰팡이 핀 식재료를 보고 공감대를 형성하며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러한 점이 <냉장고를 부탁해>의 인기 요인이다.

이뿐만 아니라 셰프마다 각자의 특징을 잘 드러내 한층 재미를 더한다. 최현석 셰프는 폼을 잡으며 앞치마를 두르고 소금을 뿌리며 허세 캐릭터로 자리 잡았고, 불가리아 출신 미카엘 셰프는 여성 게스트에만 관심을 보이고 남성에게는 사무적으로 대하는 모습을 보여 웃음을 자아낸다. 정창욱 셰프는 언제나 실패하지 않는 요리만을 선보여 ‘맛 깡패’라고 불리고, 김풍 셰프는 ‘야매 요리사’로 통하며 자취요리의 1인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아웅다웅 다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대결 중인 셰프가 어려움에 빠지면 ‘유니셰프(Unichef)’를 결성해 서로 도와주기도 한다.

MC 또한 프로그램을 더욱 감칠맛 나게 한다. 방송인 김성주와 정형돈은 게스트와 셰프를 웃기고 때로는 긴장하게도 한다. 냉장고를 뒤지면서 냉장고 주인의 이성 관계를 캐내기도 하고, 대결 중인 셰프 옆으로 가 음식을 맛보기도 하면서 신랄한 상황중계를 한다. 그리고 요리에 문외한인 MC들이 재료나 요리법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 일반 시청자와 같이 궁금증을 해소해나가 극 중 이해를 도와주기도 한다.

그러나 연예인의 냉장고를 들여다보는 것이라 그런지 회를 거듭할수록 ‘그들이 사는 세상’과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들의 냉장고에는 다양한 식재료들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다양함이란 생소한 재료를 말하는 것뿐만 아닌 각종 요리에 활용할 수 있는 식재료가 많다는 것을 뜻한다.

최근 방영한 20회(3월 30일 자)에서 셰프들은 각각 ‘하우 두 유두?’, ‘털업 샐러드’를 만들었다. 여기에 사용된 재료들은 렌틸콩, 페페론치노, 주꾸미, 새우, 메이플 시럽, 소고기 등심, 두부 등이다. 그들은 출연진의 냉장고에 나온 재료를 활용해 요리한 것이지만, 시청자는 이 같은 요리를 하려면 큰마음 먹고 시장으로 향해야 할 것이다. 공인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공감대를 형성해 인기를 끄는 프로그램인 만큼 앞으로는 시청자층을 좀 더 공략해 서민적 면모를 드러내는 냉장고를 가져와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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