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SNS상에서 자주 사용됐던 말 중에 ‘츤데레’라는 말이 있다. 겉으로는 쌀쌀맞고 차갑지만 사실 그 속마음은 애정을 품고 있다는 속뜻을 가지고 있다.

내가 친한 사람 중에 말과 그 속마음이 참으로 다른, ‘츤데레’라고 불리는 사람이 있다. 어느 날, 지인이 부친상을 당해 그와 함께 장례식장을 간 날이었다. 지인을 향해 다들 ‘힘내’라는 위로를 건네는 와중에, 그는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서 있기만 했다. 원래 위로의 말 같은 건 잘 안 하는 사람이니 ‘그냥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하면서, 한편으로는 너무나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한마디의 말도 건네지 못하나 싶어 나도 모르게 그에게 실망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가 가방에서 달달한 젤리와 사탕이 든 봉지 하나를 꺼내 건네며 “그냥 들고 다니는 건데, 너 먹어라. 필요 없으면 내가 그냥 먹고”라고 하는 것이었다. 지인이 받은 봉지 안에는 평소에 지인이 즐겨 먹던 것이 가득 담겨 있었고, 그것은 그의 취향과는 전혀 맞지 않는 것들이었다. 건네준 후에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그는 다시 묵묵히 서 있었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은 이 상황을 어이없이 지켜보고만 있었다. 곧 나는 장례식장을 가던 중 담배가 다 떨어졌다며 편의점을 들르던 그의 모습이 생각났다. 편의점에 들어가 한참 동안을 나오지 않던 그는 단순히 담배만을 산 것이 아니라 지인에게 건네줄 간식거리도 함께 산 것이다. 나는 그의 겉모습만을 보고 냉혈인간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는 참으로 따뜻한 사람인 것이다. 부끄럽고, 표현법을 잘 몰라 그렇게 행동했던 것이다.

사실 우리 주위에는 알게 모르게 이런 사람이 많다. 남이 좋아하는 것을 기억하고 챙겨주지만, 표현은 하지 않는 사람들. 자식에게 한없이 무뚝뚝하지만, 그들이 준 선물은 가슴 깊숙이 간직하는 아버지들. 이런 모든 사람은 말 그대로 ‘츤데레’들인 것이다. 우리는 그들의 마음을 깨닫지 못한 채, 너무 무뚝뚝하다는 생각 하나로 실망하고 냉혈인간이라고 불러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그저 부끄러워서 다 표현하지 못했던 것이다. 꼭 그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흔히 친절한 얼굴 속에 무서운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양의 탈을 쓴 늑대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차가운 얼굴 속의 친절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들, 즉 ‘츤데레’는 어떻게 불러야 하는 것일까? 아마 ‘늑대의 탈을 쓴 양’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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