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온라인 전시관에서 볼 수 있는 VR 콘텐츠다
△국립중앙박물관 온라인 전시관에서 볼 수 있는 VR 콘텐츠다

  강의실에 앉아 수업을 듣는 일상이 그리워지리라고 그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 코로나19(이하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진행되면서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홈루덴스족’을 자처하게 됐다. 본래 홈루덴스족이란 집에서 노는 것을 좋아하는 이들을 지칭하는 말이지만, 지금은 모두가 집안에서 즐길 거리를 찾아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 180도 달라진 일상 속에서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 중일까.

집에서 펼쳐지는 다채로운 취미활동
  최근 종일 집에만 머문다는 A(21) 씨는 무료할 때마다 찾는 취미가 생겼다. 바로 ‘달고나 커피’ 만들기다. 지난 1월 초, KBS 예능 <편스토랑>에서 처음으로 소개된 달고나 커피는 방영 당시엔 큰 관심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코로나 확산 이후 달고나 커피는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집콕’ 생활에 딱 맞는 취미활동으로 떠올랐다. 인스타그램 기준 ‘#달고나커피’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은 13만 4,000개(2020.04.09 기준) 이상으로 인기를 입증했다. 이 커피를 만들기 위해선 가루 커피를 수백 번 이상 젓는 단순노동이 요구되는데, A 씨는 “힘들지만 완성하고 나면 뿌듯해 자주 만들게 된다”며 달고나 커피의 매력을 이야기했다.


  달고나 커피의 유행에 힘입어 카페 음료를 집에서 제조하는 ‘홈 카페’를 즐기는 사람도 늘었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홈카페’ 검색량은 1월 대비 185.7%가량 증가했으며, ‘커피머신’은 42.8% 상승했다. 홈카페 음료는 제조 방법이 어렵지 않고, 결과물을 SNS에 공유하는 재미도 있어 코로나 시대의 대표적인 여가활동으로 주목받았다. 이외에도 SNS를 통해 홈트레이닝 운동법을 공유하고, 꽃 사진을 서로 주고받으며 ‘랜선 꽃놀이’를 즐기는 등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집콕 생활을 극복해나가고 있다.

문 닫은 문화 시설, 온라인에서 다시 열리다
  이렇듯 국민 대부분이 집안에서 머물다 보니 문화 시설 이용 인구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지난 1월 영화 관객 수는 약 1,684만 명이었지만, 3월은 178만 명에 그쳤다. 박물관, 공연기관, 예술단체 등 국립예술문화시설의 경우 지난 2월 말부터 운영을 멈추고 무기한 휴관에 들어갔다. 이외에도 일부 공연 기획사와 극장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한 ‘잠시 멈춤’ 캠페인에 맞춰 자체적으로 공연을 중단하거나 취소했다. 그 결과 문화예술계는 막대한 손해를 감당하게 됐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지난 3월 공연 매출액은 약 91억 원으로, 389억 원이었던 1월 매출보다 76.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문화예술계가 코로나 사태 이후 큰 타격을 입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처하고자 여러 예술 기관에서는 온라인 서비스를 확장했다. 이들은 다양한 기술력으로 문화를 즐기는 방식의 외연을 넓혔다. 먼저, 여러 국립예술단체는 온라인 스트리밍을 통해 공연 녹화 영상을 공개했는데, 그중 이번 달 8일에 중계된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금란방>은 조회 수 6만 건 이상을 기록하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가상현실(VR) 기술을 도입한 콘텐츠를 선사한 곳도 있다. 국립국악원은 무대 위에서 360도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영상을 제작했으며, 국립중앙박물관은 마우스 클릭만으로 전시 동선을 따라가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온라인 전시관을 마련했다. 집에 머무는 관객들에게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무료 제공함으로써, 문화 예술 시장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영상과 VR 콘텐츠 제작이 어려운 시설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때문에 일부 공연장 및 미술관에서는 운영을 계속 이어가되, 발열 검사를 진행하고 관객 수를 축소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코로나의 확산을 막고 기존의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집 안과 밖 모든 곳에서 각자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아직은 새로 마주한 생활 방식에 적응함과 동시에 사회와의 연결고리를 유지해야 할 시점이다. 이러한 노력이 이어진다면, 화면 대신 타인과 직접 얼굴을 마주 보게 될 날이 머지않아 찾아오지 않을까.

김도헌 기자 heenglo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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