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시설 상당 부분 ‘위험 상태’
데크 계단 대폭 확장하고 확대하겠다

△ 사고가 일어난 언덕의 모습이다
△ 사고가 일어난 숭인관과 인문관 사이 언덕의 모습이다

 지난 6월 5일 오전 8시 54분경 본교 재학생 故양수빈(아동 21) 씨는 숭인관과 인문관 사이 언덕을 내려오던 교내 트럭과 충돌한 후 뇌사 판정을 받은 이틀 뒤 끝내 숨졌다. 본 사고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운전자 과실이다. 트럭 운전자 A 씨(81·남)는 만 55세 이상으로 대통령령에서 명시한 고령자에 해당한다. 또한, 본교가 법인 임용규정 제5장 제14조에서 명시한 관리운영직 등을 포함하는 사무직원의 정년보다 21세가 더 많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교원 외 직원으로서 정년에 달한 자는 학기의 말일에 당연히 퇴직한다. 그러나 학교 측은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A 씨가 해당한다며, 55세에 근무를 마치고 1년 단위로 단기 계약을 맺어왔다고 밝혔다. 더불어 “해당 직원은 행사 지원에 관한 직무를 성실히 행해왔고, 안전관리 수칙에 의해 당일에도 3인 1조로 움직였다”며, ‘나이를 이유로 해고하는 규정을 명문화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현재 A 씨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조사 중이다.

학생들, “예견된 사고였다”
 두 번째 원인은 부실한 학교 시설이다. 사고지점인 언덕길은 일명 ‘숭인산’이라고 일컬어지는 공간이다. 학생들은 줄곧 본교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을 통해 “가파른 언덕길인데도 차량 통제가 이뤄지지 않는다”, “경사가 높아 내려갈 때 무섭다”와 같이 언덕에 대한 불편함을 꾸준히 호소해왔다. 실제로, 학우 243명을 대상으로 비탈길 안전문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94.2%(228명)의 학우가 언덕에서 위험성을 느꼈다고 답했다. (본지 보도 2018년 12월 10일 제500호 3면)

이뿐만 아니라, 작년 본교 인권센터가 재학생 6,4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에서 ‘본교에서 가장 불만족하는 점’에 대한 응답은 △본교 캠퍼스 위치=26.0%(485명) △시설=22.2%(413명) △교수진=11.6%(216명) 순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은 주로 ‘가파른 곳에 있는 강의실로 이동하는 게 불편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해당 언덕은 상대적으로 강의실이 많은 인문관과 숭인관 사이에 위치해 교내 유동 인구가 많은 편에 속한다. 실제로 학생들은 ‘숭인관과 인문관, 대학원 앞 비탈길을 일주일에 몇 번 왕복하는가’라는 본지의 질문에 △왕복 5번 이상=50.8%(123명) △왕복 3~4번=25.2%(61명) 순으로 응답했다. 언덕길의 정상에는 쓰레기 수거장이 자리해 있어 늘 이동하는 트럭과 학생이 붐비기 마련이었다. 이에 작년 겨울, 본교는 언덕길 좌측에 합성목재데크 계단(이하 데크 계단)을 시공했다.

 그러나 공사 이후에도 학생들은 도로를 걸을 수밖에 없었다. 데크 계단은 언덕을 이용하는 학생 수에 비해 가로 폭이 좁았을뿐더러, 좌측 방면에만 설치돼 숭인관(우측)을 향하는 학생들에게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작년 6월 29일, 본교 포털에는 ‘인문관과 숭인관 사이에 있는 계단에 미끄럼 방지 패드 설치를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민원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무엇보다 데크 계단은 난간이 없어 차도와의 명확한 구별이 어려웠다. 현재 국토교통부령으로 규정된 ‘건축물의 피난ㆍ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규칙)’에 따르면 3m 이상 높이의 계단에는 높이 3m 이내마다 유효너비 120cm 이상의 계단참을 설치하는 것이 원칙이다. 또한, 계단 중간에 너비 3m 이내마다 난간을 설치해야 하며, 1m를 넘는 계단 및 계단참의 경우에는 양옆에 난간(벽 또는 이에 대치되는 것을 포함)을 필수로 설치해야 한다. 언덕 위 나무 계단은 해당 기준에 모두 부합했으나 사고 발생 이전까지 추가 설비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사고 발생 3일 후에야 긴급안전공사의 일환으로 △데크 계단 △인문관 A 앞 계단 △춘강학술정보관 앞 계단에 손잡이 및 난간이 설치됐다.

긴급공사 이후 학교 시설은
 사고 발생 후 부분적으로 학교 시설 긴급공사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교내 구성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는 여럿 존재했다. 본관과 대학원을 가로지르는 돌계단의 경우 위 규칙의 모든 의무 조건에 해당하지만, 계단참과 난간을 포함한 그 어떠한 설치물도 없었다. 또, 본지가 돌계단의 길이를 직접 측정해본 결과, 가장 높은 단 높이가 32cm, 가장 좁은 단 너비는 15cm였다. 통일되지 않은 단의 규격은 보행에 어려움을 야기했다. 계단 폭도 마찬가지다. 돌계단의 경우 가장 좁은 폭이 42cm로, 성인 여성 한 명이 제대로 발걸음을 옮기기에도 어려운 너비였다. 정돈되지 않은 풀숲 또한 통행을 방해했다. 결정적으로 통행로가 연못 위 절벽에 위치해있지만, 어떠한 안전장치도 설치돼있지 않았다.

△ 돌계단의 좁은 폭으로 인해 발걸음을 옮기기 힘든 모습이다
△ 돌계단의 좁은 폭으로 인해 발걸음을 옮기기 힘든 모습이다

 교내 보도블록은 어떨까. 현재 국토교통부는 ‘보도 설치 및 관리 지침’을 통해 보행로의 포장상태 서비스 수준 등급(A~E)을 제시하고 있다. 보행로가 관리돼야 하는 일정 수준은 C(Fair)등급 이상이지만, 대학원과 인문관 사이에 자리한 보행로의 보도블록은 대다수 금이 가 있거나 들뜬 상태로, D(Poor) 또는 E(Very poor)등급에 해당했다. 이뿐 아니라, 해당 보행로 곳곳에는 석판 타일과 같이 정리되지 않은 공사 잔해물도 나뒹굴고 있었다.

△ 들뜨고 깨진 교내 보도블록의 모습이다
△ 들뜨고 깨진 교내 보도블록의 모습이다
△ 들뜨고 깨진 교내 보도블록의 모습이다
△ 들뜨고 깨진 교내 보도블록의 모습이다

 한편 지난 6월 8일, 본교는 긴급안전공사를 시행하는 동시에 언덕길 시작 부근에 교내 트럭을 비롯한 차량 출입을 막는 안전봉을 설치했다. 때문에, 미화 직원들은 트럭 대신 직접 손수레를 끌어 쓰레기를 옮겼다. 이를 목격한 학생들은 포털에 민원을 넣으며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요구했고, 이에 비상대책위원회는 언덕 위에 있는 쓰레기 수거장을 예지관 지하 3층 주차장으로 이전하는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이전된 쓰레기 수거장 또한 환영받지 못했다. 예지관은 학생들이 등하교하는 후문과 매우 가까워 발길이 많이 닿는 편이다. 학생들은 “미관상 좋지 않고, 악취 때문에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게다가 이곳은 엄연히 부설주차장이므로 임시라도 쓰레기 수거장으로 이용될 수 없다. 주차장법 제19조 ‘부설주차장은 주차장 외의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를 어긴 사례로, 엄연히 불법이다. 해당 법령에 따르면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처할 수 있다.

교내 안전, 공사 통해 보장한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함현철 예산관재처장은 “유력한 수거장 이전 후보였던 기숙사 뒤 부지에는 폭 3m의 맨홀 침사지가 있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교내에 위치한 제1기숙사 뒷쪽 공터에 자리한 침사지는 공용 우수관과 연결돼 지자체 관할 하에 유지되고 있어 학교 측에서 인위적으로 시설을 설치할 수 없다. 하지만 학생들의 민원이 계속됐기에 현재 예지관 지하 3층 쓰레기 수거장은 악취 방지를 위한 홀딩 도어와 대형 환기 팬을 추가 설치해놓은 상태다. 함 처장은 “예지관 사용에 있어 불편함이 존재하지 않도록 특별히 신경 써 쓰레기 수거장을 관리하겠다”고 답했다.

 사고 이후 본교는 교내 차량 출입을 전면 금지했다. 동시에 인문관과 숭인관 사이 언덕에 안전봉과 난간을 설치했다. 사고 직전까지 이들이 존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함 처장은 “차량 회전 반경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최근까지 이뤄진 숭인관 리모델링 공사와 전압기, 변압기 시공을 위해 2톤 이상의 트럭이 언덕에 진입해야 했기 때문에 이를 설치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원칙적으로 사고 이후 차량을 통제하고 있지만, 학내 편의점과 카페의 물류 차량, 학생 식당 식자재 차량 등의 비품 이동을 위해선 차량 출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는 보행자가 없는 이른 새벽에 차량 출입을 허락하고 있으나 예기치 못한 사고를 예방하고자 약 1.5m였던 숭인관과 인문관 사이 데크 계단의 폭을 4m까지 확장하고, 르네상스홀과 춘강학술정보관 사이 언덕길에도 데크 계단을 설치해 보차도를 확실히 분리할 계획이다. 해당 시공에는 본관 앞 보도블록 추가 설치와 기존 보행로 확장도 포함되며, 대학원 앞 경사로에 열선을 깔아 겨울철 도로 결빙을 최대한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민원이 수차례 제기됐던 돌계단도 조만간 탈바꿈될 예정이다. 함 처장은 “학생들이 불가피하게 아슬한 돌계단을 이용하는 상황을 인지했다”며 “기존 돌계단에 데크 계단을 넓게 덮는 시공을 통해 더욱 안전한 통행로를 마련하겠다”고 답변했다.
본교는 연면적 54,323㎡ 이상으로, 연면적 3,000㎡ 이상 대학에게 필수로 요구되는 안전인증제 대상이지만, 제도가 도입된 2020년 이후로 안전점검을 받지 않은 상황이다. 학교 측은 코로나19 상황으로 점검 진행이 더뎠다며, 인증 기간인 2025년까지 점검을 끝마치기 위한 준비 단계에 있다고 전했다. 또, 추후 문제점이 계속 발견될 경우 정밀점검까지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안전한 학교 위해 노력하겠다”
 올해 봄, 제56대 총학생회 ‘파동’(이하 파동)은 본교와 함께 총 1,617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학교 시설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해 학교 시설 안전 관련 요구사항을 받았다. 해당 내용은 5월 31일에 열린 ‘2023 상반기 교학 소통 ARETE’를 통해 전달됐으나,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 시설 문제가 실질적으로 고쳐진 건 없었다. 이에 지난 6월 15일에 진행된 긴급 비대위-중앙운영위원회 면담에서 학교 측은 “학생의 요구사항도 안전이지만, 소방, 연구실, 실습실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파동은 학교와 ‘2023학년도 학내 사고 이후 대응 및 대책마련에 대한 합의문’을 작성한 후 본관 점거를 해제했다. 위 합의문을 통해 파동은 학교 측으로부터 공동비상대책위원회를 개최하고, 안전강화위원회를 신설해 학생 의견을 수렴할 것을 약속받았다. 학기당 최소 1회 이상 정기적으로 개최될 안전강화위원회는 대학 측 위원과 학생대표 위원으로 구성돼 위원장인 총장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학생의 의견을 전달하는 학생대표는 사안에 따라 학생회 차원 시찰 및 설문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 7월 21일, 교무위원회는 ‘안전한 캠퍼스 보장을 위한 연대 서명’ 전달식을 진행했다. 연대 서명 일부를 전달한 후 총학생회장 김서원(체육 20) 씨는 “학생들이 맘 편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고민하고 아낌없이 투자해야 한다”고 발언하며, 이번 합의를 끝이 아닌 시작으로 여겨 더 발전된 동덕을 위해 계속해서 목소리를 낼 것을 다짐했다.

송영은 기자 syet0530@naver.com
이지은 기자 jieuny9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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