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 에브리타임 계정을 거래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다
△여대 에브리타임 계정을 거래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다

  대학생 커뮤니티 플랫폼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은 대학 생활에서 필수 불가결한 어플 중 하나다. △강의평 및 시험정보 △시간표 △학점 계산 등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기능은 물론, 익명 커뮤니티도 제공해 소통의 장 역할까지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에타는 가입 시 학교 인증을 필수로 거쳐야 하므로, 모두가 재학생임을 보장하고 있어 최근 600만 명 이상의 누적 가입자를 달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에타의 가장 큰 특징인 익명성을 악용하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특정 대학의 에타 계정을 사들인 뒤 재학생인 양 커뮤니티를 활보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목록에는 ‘○○대 에타 팝니다’, ‘삽니다’와 같은 제목의 채팅방을 매우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특정 성별만으로 구성된 여자대학의 경우, 그 피해가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본교 재학생 A 씨는 신입생 게시판에서 “너희 여대 이미지 실추시켜서 내년엔 ○○대가 누를 거야”와 같은 협박 글을 본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자신이 쓴 글에 여성을 무차별적으로 비하하는 댓글이 달렸었다는 제보도 잇따랐다. 또, 성신여대에 재학 중인 B 씨는 “직접 경험하진 않았지만, 남성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여대 에타에 본인의 신체 부위를 올린 실제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에타 계정은 적게는 4만 원에서부터 최대 10만 원까지 거래되는 추세다. 적지 않은 돈을 써 가면서 이들이 계정을 사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직접 계정거래 오픈채팅방에 접속해 구매 희망자들과 대화를 시도해 본 결과, 그들 모두 외부 정보를 ‘홍보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그중에서도 유독 여대 에타 계정만을 구하던 한 구매자는 ‘미팅 주선 커뮤니티를 여대 에타에 홍보하면 매우 효과적’이라며, 원하는 가격대에 맞춰주겠다고 말하는 등 집요하게 거래를 요구하기도 했다.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대부분은 계정거래 행위를 엄연한 ‘불법’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전문가의 입장은 다르다. 한 변호인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서는 단순히 계정거래 행위만으로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려운 상태다. 즉 거래 계정이 범죄에 연루되거나 타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은 이상, 제재를 가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처럼 별다른 법적 조치가 불가능하므로 어플 내부의 자체적인 단속이 시급한 상황. 그러나 이용자들은 이 역시 미흡하다고 전했다. 에타 운영사 ㈜비누랩스 측은 ‘해당 대학교의 학부생이 아닌 이용자가 게시물을 올릴 시, 영구적으로 서비스 이용 제재를 가한다’고 밝힌 바 있으나, 여전히 각 대학 게시판에는 계정거래자로 의심되는 외부인들이 곳곳에 숨어있는 상황이다. ‘대학생 필수 어플 1위’로 자리매김한 에브리타임, 그러나 그 이면에 숨은 문제들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할 때다.

김효주 기자 hyoju02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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