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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고등학교 시절은 주어진 일을 완벽히 해내서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로 가득 차 있었다. 무엇 하나 제대로 끝맺지도 못하면서 계속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시험공부도 끝나지 않았는데 뮤지컬에서 주인공 역을 맡고, 언제 산 건지 기억도 안 나는 책을 산더미처럼 쌓아두는 게 일상이었다. 그러면서도 옆 반의 누구는 매일 학원도 다니고 주말엔 봉사까지 하더라, 친구의 친구는 전국 대회에서 수상했다더라 하는 말이 신경 쓰였다. 주변 친구들은 매일이 100점이지만, 필자는 매일이 낙제점인 것 같았다. 되새겨보면 고등학생이라는 압박감 속에
文지르다
이다현 기자
2024.04.15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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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넌 지금 질문을 할 때가 아니라 대학에 갈 생각을 해야 할 때야”란 답만 돌아오던 때였다. “그럼요, 정말 그때가 좋았죠. 뭐 생각할 필요가 있었나요.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됐죠.” 김보영의 소설집 『얼마나 닮았는가』 중 ‘0과 1 사이’에서 양육자들은 아이들이 겪는 시기를 두고 이렇게 말한다. 입시를 치르는 청소년기는 ‘앉아서 공부만 하면 되는’ 시기이자, 그저 대학 입학을 위한 시기일 뿐이다. 따라서 김 여사는 딸 수애가 ‘시대착오적인 교육을 중지하라’, ‘무한경쟁을 중지하라’,
文지르다
진효주 기자
2024.03.25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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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고양이 한 마리를 아는가. 현대 물리학의 모태라 불리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양자역학을 설명하는 대표적 사고실험이다. 여기 불투명한 상자 안에 고양이와 계수기, 망치, 그리고 청산가리가 든 병이 들어있다고 상상해 보자. 이때 상자 내부에서 방사능이 유출될 확률은 50%로, 계수기가 이를 감지하는 즉시 청산가리는 망치에 의해 깨진다. 과연 한 시간 뒤에 고양이는 살아있을까. 정답은 ‘살아있는 고양이와 죽어있는 고양이 모두 동시에 존재한다’이다. 모든 사실이 관측으로 결정된다는 양자역학에 따르면 세상은 중첩 상태로 현존한
文지르다
이지은 기자
2023.12.04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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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입을까 고민하다 옷장에서 두꺼운 스웨터를 꺼냈다. 어느새 주변에서 들리던 매미 소리는 사라졌고 청명한 햇살과 차갑지만, 맑은 가을의 공기가 다가왔다. 무더운 여름을 지나 선선한 가을이 온 것이다. 이렇듯 계절과 계절 사이의 변화를 느낄 때, 매년 이맘때쯤인 나의 생일을 지나 보낼 때, 나이 육십을 바라보는 부모님이 이제는 부추가 이에 잘 낀다고 하실 때, 시계 초침의 째깍째깍 소리는 점차 커져 심장을 쿵쾅쿵쾅 두드린다. 어느덧 내가 대학교 3학년이라는 것도 쏜살같이 지나는 시간을 체감케 한다. 신입생이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文지르다
김수인 기자
2023.10.1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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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컴컴한 시야, 누군가 총구를 겨누며 다가온다. ‘딸깍….’ 방아쇠를 당기는 소리가 들리고 처절하게 도망치던 나는 꿈에서 깨어난다. 꿈속에서 하염없이 무언가에 쫓기던 모습은 현실과 다를 바가 없었다. 2021년, 대학입시에서 총 여섯 차례 불합격을 맞닥뜨리고 계획에 없던 재수를 시작했다. 목표는 오로지 방송 연출가. 꿈을 향해 스스로 채찍질했지만 돌아오는 건 악몽이었다. ‘이번엔 기필코 합격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이로 심신은 한없이 지쳐갔지만, 이미 시작한 이상 돌아갈 순 없었다. 우리는 과거를 자양분으
文지르다
김효주 기자
2023.09.18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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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6시 42분, 메시지가 왔다. “내일 나와 같이 이곳에 갈래?” 내 친구 J다. 그와 함께라면 재밌을 게 뻔했다. MBTI까지 J인 J는 근사한 모임을 계획하는 능력이 탁월했고, 늘 지치지 않고 우정을 말했다. 생일에는 꼭 우정 에세이를 선물했고, 밤늦게까지 놀다가 집에 돌아간 날에도 디카를 컴퓨터에 연결해 함께 찍은 사진을 보내야 잠드는 친구였다. 그가 말한 이곳이란 홍대입구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우정 상담소로, 최근 책 『아무튼, 친구』를 출간한 ‘열혈우정인’ 양다솔 작가가 친구 이슬아, 계미현 작가와 함께 기획한
文지르다
송영은 기자
2023.09.01 1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