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가 팟캐스트 채널에서 던진 문장이다. 이 교수는 해마다 성범죄를 피하는 방법이 무엇이냐고 묻는 기자들이 있다며, 이들에게 “성범죄를 어떻게 피해요? 오원춘 사건에서 피해자가 어떻게 하면 범죄를 피할 수 있었을까요? 조두순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가 성범죄를 피하는 방법이 있었을까요?”라고 반문한다.

  이 교수의 반문대로 성범죄는 예방할 수 있는 범죄도 피할 수 있는 범죄도 아니다. 성범죄의 원인은 오직 가해자에게 있다. 그렇기에 이러한 질문은 초점이 빗나간 위험한 질문이다. 이러한 질문이 위험한 이유는 2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방할 수 없는 범죄 앞에서 ‘예방법’을 찾는 질문은 결국 피해자들을 향한 추궁으로 변질되기 쉽다. 피해자가 당시 어떤 상태였는지, 무슨 옷을 입고 있었는지 그리고 범죄를 당한 시간대가 언제인지에 무게를 두는 질문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이러한 추측들은 일종의 신화에 가깝다. 이는 피해 당사자가 피해자가 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망상인 데다가, 피해자를 검열하고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행위다.   

  이렇게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고 피해자를 비난하는 문화의 찌든 때를 벗겨내려면, 질문의 초점을 달리해야 한다. 우리가 궁금해야 할 것은 가해자의 처벌 정도다. 알려져야 할 것은 그들이 응당한 벌을 받느냐다. 어떻게 해야 대한민국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강간문화’가 사라질 수 있느냐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성폭력을 피하는 법’이 아니라 ‘성범죄를 근절하는 법’이다. 이제는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법이 아닌 가해자가 되지 않는 법, 가해하지 않는 법을 가르쳐야 할 때다.
                                                                                       하주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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