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와의 취재에 응한 월곡 일대 상권 17개 점포의 응답 결과다
△ 본지와의 취재에 응한 월곡 일대 상권 17개 점포의 응답 결과다

 코로나19(이하 코로나) 확산 국면에 따라 본교에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한 지 어느덧 4주째. 팬데믹 현상으로 인해 국내 경제도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본교가 위치한 월곡동(이하 월곡) 일대 상인들은 이러한 현실을 어떻게 견디고 있을까. 기자는 난항을 겪고 있을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듣고자 학교로 향했다.
 2일 오전 9시, 제법 따뜻해진 봄 공기를 마시며 월곡으로 가는 지하철 6호선에 올랐다. 전년 대비 지하철 이용객 수가 40.5%나 줄었다는 통계가 실감 날 만큼, 출근 시간대임에도 열차엔 빈 좌석이 여럿 존재했다. 월곡역에서 내려 학교로 가는 길은 활짝 핀 벚나무가 무색할 만큼 한산했고, 불이 꺼진 음식점과 손님 없이 텅 빈 가게들이 즐비했다. 햇살이 내리쬐는 도로 위로 공고 없이 임시 휴업 중인 카페와 간판을 내리고 종적을 감춘 빵집이 눈에 밟히기도 했다.

 

△ 학우 한 명 찾아볼 수 없이 썰렁한 동덕여대오거리의 모습이다
△ 학우 한 명 찾아볼 수 없이 썰렁한 동덕여대오거리의 모습이다
△ 동덕여대오거리에 위치한 빵집 모던바이츠의 철거 중인 모습이다
△ 동덕여대오거리에 위치한 빵집 모던바이츠의 철거 중인 모습이다

 

‘개강 특수’ 사라진 월곡 일대 상권
 “아무래도 학교 앞에 있는 가게인데, 코로나 때문에 학생들이 등교하지 못해 매출에 타격이 클 수밖에 없죠.” 백주년기념관 맞은편에 위치한 ‘DA피자’ 사장 정덕기 씨는 비어있는 테이블들의 줄을 맞추며 말했다. 한창 손님이 붐빌 법한 점심시간임에도 손님이 있는 자리는 한두 석뿐이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영업 방식에 변화가 생겼냐는 기자의 질문에 정 씨는 급격한 매출 감소로 인해 영업시간을 줄여야 할 것 같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DA피자’ 외 본지와의 취재에 응한 16곳의 가게도 전부 코로나로 인한 매출 하락을 경험했다. 상인들이 체감하는 매출 감소의 폭은 최소 30%부터 최대 80% 이상까지 다양했는데, 여기엔 본교 대면 수업 연기가 한몫했다. 대면 수업이 연기되면서 학과나 동아리에서 진행하는 개강총회나 신입생 환영회 등이 취소됐고, 어딜 가도 학우들로 시끌벅적하던 월곡의 봄 풍경은 찾아볼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젊은 층의 유동 인구가 적은 월곡 일대에서 가게를 유지하려면, 본교 학생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원책이요?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죠.”
 서울시에선 소상공인을 위해 휴업 지원금, 운영비 지원, 대출금리 인하 등을 골자로 한 지원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호이차’를 운영하는 윤재연 씨로부터 월곡 일대 상인 사이에선 현 정책이 ‘실효성 없는 지원책’으로 통하고 있다는 이야길 들을 수 있었다. 실제로 취재에 응한 17곳의 가게 중 실질적인 지원을 받은 곳은 단 한 곳뿐이었다. 또한, 작년 가을부터 영업을 시작한 ‘텀블리나 커피’는 최근 2년 동안의 부가가치세 증빙 서류를 제출할 수 없어 지원 대상에서 배제됐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윤 씨는 “신용등급에 따라 대출을 지원해주는 기관도 다르고, 지원 대상과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며 소상공인이라고 해서 전부 지원을 받을 수 없는 현실을 꼬집었다.
 “정책, 캠페인 다 좋은데 이상하게 제 이야기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제1생활관이 위치한 후문 상권에서 ‘밥은’을 운영하는 최용희 씨는 정책과 현실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끼는 듯했다. 현재 어려운 여건에 처한 소상공인들을 위해 임대료를 인하해주는 ‘착한 임대료 운동’이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의에 따른 캠페인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입장이었다. 실제로 코로나 사태 이전과 비교했을 때 임대료가 하향됐냐는 기자의 질문에 월곡 일대 상인들은 1명을 제외하곤 모두 고개를 저었다. 심지어 ‘카페 아지트’ 건물은 전보다 임대료가 인상됐다는 사실을 전하기도 했다. 최 씨는 “건물주의 재량으로 임대료 감면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나 지자체에서 정확한 지침을 내려줘야 소상공인이 짐을 덜 수 있다”고 덧붙였다. 텅 빈 테이블을 비추는 조명 아래 그늘진 최 씨의 얼굴엔 시름이 가득해 보였다. 한때 학우들로 북적였던 밥집의 풍경은 먼 옛일이 된 지 오래였다.

 

“무작정 영업을 중단하라는데 그게 되나요?”
 월곡에서 만난 ‘커피랑 도서관’ 사장 조철현 씨 또한 현 지원책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카페 ‘커피랑 도서관’은 코로나 집단감염을 막기 위해 운영이 제한되는 ‘다중이용시설’에 해당한다. 법률 제15809호(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다중이용시설이란 ‘불특정 다수인이 이용하는 영업 중 화재 등 재난 발생 시 생명·신체·재산상의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높은 곳’이다. 하지만 ‘커피랑 도서관’을 비롯한 수많은 다중이용시설 가게는 금전적 부담 때문에 계속 영업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코로나 여파로 매출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휴업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이전처럼 공부나 과제로 바쁜 학생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카페 안에서 조 씨의 한숨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그는 영업 중단 대신 아르바이트생의 인원과 근로 시간을 줄였다. 현 매출로는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덧붙여 조 씨는 “허황된 지원책이 아닌 진짜 도움이 되는 지원책이 나오길 바라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예시로 세금 부담 완화, 인건비 및 임대료 지원 등을 꼽았다.

 

모두가 바라는 단 한 가지 소원은
 온종일 월곡 일대를 돌아다녔지만, 어딜 가도 작년 이맘때쯤의 활기찬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마스크를 낀 몇 사람만 지나다니는 거리에선 자동차 엔진 소리만 들릴 뿐 적막감이 흘렀다. 가게들은 본래 마감 시간보다 한두 시간씩 더 일찍 문을 닫았고, 불빛 없이 어두워진 밤하늘 아래 내딛는 발걸음은 더 무거웠다. “표를 얻기 위한 정책이 아닌 국민의 긍정 에너지를 끌어낼 수 있는 정책이 실현됐으면 좋겠어요. 스페인처럼 한국에서도 서로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문화가 생기길 바랍니다.” ‘아리랑컵밥’ 사장 김승근 씨의 바람처럼, 서로를 북돋우면서 코로나가 종식될 그 날을 기다려본다.


노희주 기자 nnwrigg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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