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우리 사회가 마주한 질병 중 하나는 치매다. 책 『치매, 엄마가 이상해요』는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치매에 대해 알아야 하는 이유와 치매를 예방하는 법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우리에겐 치매를 위한 대비가 필요하다
  75만 명. 이는 2018년 기준 65세 이상의 치매 환자 인구로, 우리나라에서 치매가 더는 낯선 질병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수치다. 그러나 사람들은 여전히 이 병을 ‘나와 가족의 일’이 아니라며 관심 두지 않는다. 책 『치매, 엄마가 이상해요』는 치매를 그저 ‘남일’로 바라보는 사람들을 위한 치매 예방 지침서다.


  이 책은 치매를 일상생활의 습관을 통해 예방 가능한 병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신선하다.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치매 예방법을 설명한 점 또한 독자의 몰입감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저자는 치매 환자를 ‘사랑 환자’로 대해야 한다며, 환자에게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이유를 상세하게 설명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부정적으로만 느꼈던 치매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존재한다. 책의 한 챕터인 ‘우리 남편 치매 안 걸리게 하는 방법’에서는 주로 아내가 남편을 도우며 치매를 예방하는 방식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어지는 ‘산책의 즐거움으로 치매 걱정을 떨쳐내라’에서는 부부 중 의존도가 높은 사람이 치매에 걸리기 쉽다며, 자립하는 습관을 지닐 것을 권한다. 도움을 통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주장 뒤에 등장한 이 충고는 앞서 언급된 방식에 의구심을 갖게 했고, 설득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했다.


  치매는 주로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눈물을 유발하는 감동적인 이야기의 소재로 쓰인다. 하지만 치매가 우리 삶에 등장하는 순간, 우리는 이 병을 그저 이야기의 소재만으로 바라볼 수 없을 것이다. 치매는 언제, 누구에게 닥칠지 아무도 모르는 병이다. 하지만 동시에 예방 가능한 질병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우리에겐 치매를 위한 대비가 필요하다. 적은 노력으로 사랑하는 이를 지킬 수 있다면, 이 책을 읽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김가희 기자 skyballoon00@naver.com

 

 

  영화 <스틸 앨리스>는 주인공 앨리스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 점차 기억을 잃어가는 과정에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닫는 영화다. ‘상실’을 두려워하지 말고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관객에게 오랜 시간 동안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상실의 미학’을 통해 배우는 인생 강의
  소중한 사람과 함께 쌓은 추억들이 모이면, 한 사람의 인생이 된다. 만약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시간들이 언젠가부터 머릿속에서 조금씩 도려낸 듯 사라진다면 어떤 느낌일까. 영화 <스틸 앨리스>는 알츠하이머를 진단받은 주인공 앨리스가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영화로, 온전히 ‘자신’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담았다.


  <스틸 앨리스>만의 특별한 점은 시청자의 눈물을 유도하기 위한 ‘인위적인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주인공이 점차 변화해 가는 모습을 담음과 동시에 그가 어떻게 그 변화를 마주하고 수용하는지를 그저 담담히 담아냈을 뿐이다. 오히려 자신의 변화를 조금씩 받아들이면서 삶의 의미를 새롭게 정립해나가는 앨리스의 모습을 진솔하게 전달함으로써, 관객들의 몰입도를 더욱 높인다.


  또한, 앨리스 역을 맡은 배우 ‘줄리안 무어’의 연기는 <스틸 앨리스> 특유의 차분함과 따뜻하면서도 담담한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앨리스가 알츠하이머라는 변수를 맞닥뜨렸을 때의 두려움, 슬픔, 혼란스러움 그리고 깨달음 뒤의 의연함과 행복함까지, 다양한 감정 변화를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섬세하게 표현한다. 이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을 뒷받침하는 제작진의 연출력과 영화의 몰입감을 높여주는 음악들은 시청자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한다.


  영화 속에서 앨리스는 누구나 소중한 것들을 잃는다는 ‘상실의 미학’을 말하며,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살기 위해 하루하루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원치 않는 변화로 비록 이전의 자신과는 다른 모습이더라도, 삶을 지속하는 사람은 ‘여전히 앨리스’(Still Alice)이기 때문이다. 즉 소중한 것들이 언젠가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상실감에 좌절하고 연연하는 삶이 아닌, 인생을 살아가는 주체인 ‘나’의 모든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가치 있게 보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정채원 기자 jcw99053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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