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의원선거(이하 총선)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총선은 유난히 많은 변화가 돋보이는 선거다. 선거연령 조정으로 만 18세의 청소년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게 됐으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실시되는 첫 번째 총선이기도 하다. 완벽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아닌, 비록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지만 국민은 국회에 개혁의 바람이 불었다며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현행의 거대 양당 체제에서 벗어나, 다양한 당들이 의석에 진출해 많은 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국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국민의 기대는 한순간에 재가 돼 버리고 말았다. 두 거대 양당이 비례대표 의석수를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위성 정당이라는 ‘기가 막힌’ 꼼수를 만들어낸 것이다. 미래통합당의 위성 정당인 미래한국당 창당을 시작으로, 더불어민주당도 자칭 연합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창당했다. 여기서 그친 것이 아니라, 양당은 위성 정당의 비례대표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는 공천의 민주적 절차를 명시한 공직선거법 제47조 제2항을 위반한 것이라는 군소정당의 지적으로까지 이어졌다.

  지난해 수강했던 한 교양강의의 교수님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강하게 주장하면서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양당제 문제를 개선하고 다양한 정당들이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라 했던 것이 기억난다. 하지만 제도가 변질됨에 따라 오히려 이전보다 군소정당의 배석 확보 수가 더 줄어들고, 이에 따라 거대 양당의 배석 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결국, 안 하느니만 못한 개혁이 된 것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나라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 위해 수차례 시행착오를 거쳐왔다. 마침내 지난해 말 국회 패스트트랙을 통해 극적으로 통과되면서 드디어 우리 정치계에도 봄이 올 수 있는 것인가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하지만 거대 두 양당은 자신의 잇속을 챙기기 위해 국회의 변화를 간절히 바랐던 국민의 염원을 순식간에 우롱했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실현을 위한 노력은 무의미한 것이 됐다.

  한국은 어떤 문화를 도입해도 다 한국화해 ‘K-문화’로 새로 만들어낸다는 농담 어린 진담이 있다. 이번에도 역시 한국인의 ‘종특’은 변하지 않았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치권에 의해 결국 ‘K-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변질돼 버리고 말았다. 매우 안타깝지만, 이번에도 한국은 ‘한국’스러웠다.

 

정채원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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