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치 않게 듣는 질문이다. 우울의 원인은 가지각색이지만, 질문 속에 담긴 의미 하나는 비슷하다. ‘우울함은 벗어나고 싶은, 벗어나야 하는 감정이다.’ 딸려오는 답변은 다양하다. 음악 듣기, 노래 부르기, 잠자기, 자전거 타기, 동물 영상 보기. 그런데 우울한 기분을 꼭 긍정적인 것으로 전환해야 하는가? 물론 일상에 영향받을 정도로 심한 우울감에 매몰되라는 것이 아니다. ‘나쁜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강박을 버려보자는 의미다. 이런 적이 있지 않은가. 내가 아는 방법을 총동원해 기분이 안 좋은 나의 상태를 바꾸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여전히 난 ‘나쁜 상태’에 놓여 있었다. 이때 화살의 방향은 ‘나’에게 향한다. 나는 왜 이럴까, 나는 뭐가 문제일까. 사실, 문제는 없다. 그 생각이 문제를 만드는 것이지. 여기, 도리어 부정적인 감정에 머무는 나의 방법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우울함을 비롯하여 ‘지금 내가 기분이 안 좋다’를 인지하면, 우울의 시작점을 찾기 시작한다. 나를 제외한 외부에서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다 남 탓만 할까 봐 겁난다고? 이 걱정을 하는 당신은 그럴 확률이 아주 낮다. 여태 ‘하지 않을 리스트’에 ‘남 탓하기’를 적어두고 자신만 혼냈다는 소리니까. 감정의 원인을 발견한 후, 또 생각한다. 해결책이 나의 영역 안에 있는가, 밖에 있는가? 전자면 기분이 이렇게까지 나빠질 리도 없다. 후자처럼 손쓸 방법이 없으면 생각을 멈춘다. 외부에서 문제를 찾지 못할 때도 생각을 멈춘다. 이제 생각이 아니라 감각에 집중한다. 의자에 기대거나 어딘가에 누워 몸에서 힘을 최대한 뺀다. 그리고 호흡에 집중한다. 낯선 감각에 호흡이 커질 것이다. 생경함을 받아들이며, 살아 있음을 체감해 본다. 쿵, 쿵, 쿵. 당신은 파묻히기에 너무 강한 생(生)을 지니고 있다.

 한 마디 더 얹자면, ‘내’ 기분이 나쁠 땐 ‘나’만 생각하자. 지난날을 생각해 보자. 당신은 자신의 감정과 기분을 들여다보기도 전에 타인의 시선과 감정을 우선시하지 않았던가? 매 순간 그러지 않았다고 한들 습관처럼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했을 때가 있었을 것이다. 더불어 사는 우리에게 타인은 중요하다. 그러나 당신 자신이 더 중요하다. 여태껏 충분히 자신을 탓하고, 미워하고, 검열하고, 채찍질하고, 괴롭혔다. 이렇게 자신을 박하게 키워왔으니 한 번쯤은 자신에게도 너그러워지자.

박윤혜 학생 논설위원(경영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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