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혼인 유형을 보여주는 지표다
△다문화 혼인 유형을 보여주는 지표다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가정의 형태는 다양해졌고, 동시에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국제결혼의 수도 증가했다. 통계청이 조사한 ‘2018년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8년 국제결혼 총 건수는 23,773건으로 전체 혼인 중 9.2%를 차지하며, 전년 대비 0.9%P가 증가했다. 그중 한국인 남성과 외국인 여성이 혼인한 경우는 67%(15,933건), 한국인 여성과 외국인 남성이 혼인한 경우는 18.4%(4,377건)로, 한국 남성이 한국 여성보다 ‘다문화’ 가정을 이루는 사례가 3배 이상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을 새로운 정착지로 삼은 결혼이주여성(이하 이주여성)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결혼이주여성이 배우자를 만나는 경로를 보여주는 지표다
△결혼이주여성이 배우자를 만나는 경로를 보여주는 지표다

 

결혼중개업체의 어두운 민낯
‘2018년 전국다문화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주여성이 배우자를 만나는 경로는 △친구 또는 동료의 소개(30.6%) △결혼중개업체의 소개(24.8%) △스스로(21.6%) △가족 또는 친척의 소개(19%) 순으로 ‘친구 또는 동료의 소개’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는 ‘2015년 전국다문화가족 실태조사’에서 ‘결혼중개업체의 소개(27%)’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3년이 흐른 지금, 친구 또는 동료의 소개로 인한 결혼율이 높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이주여성상담센터 이채희 센터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결혼중개업체를 통한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정착하게 된 이주여성이 많아지면서, 자신의 친구나 동료를 한국 남성들에게 소개해 주는 새로운 양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변화에도, ‘결혼중개업체의 소개’는 한국 남성이 외국인 배우자를 찾는 방법 중 2위로 뽑힐 만큼 여전히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2018년 기준, 이주여성의 국적은 △베트남(30%) △중국(21.6%) △태국(6.6%) △일본(4.2%) △필리핀(4%) 등으로 동남아시아 출신이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중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배우자를 만났다’는 응답이 베트남 여성의 경우 50.9%였으며, 필리핀 여성은 23.7%의 응답률을 보였다. 이는 상당히 많은 외국인 여성이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배우자를 찾는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는 결과다. 그렇다면 결혼중개업체의 현실은 어떨까. 국내 결혼중개업체는 대부분 남성이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외국인 여성과 연결돼 결혼을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이뤄져 있다. 간단한 회원가입만 하면 나라별로 나열된 여성의 이름, 나이, 사진 등의 신상정보를 누구나 볼 수 있으며, 관심 있는 여성을 선택할 수도 있다. 한 업체의 경우 여성의 이름을 V-000(숫자)과 같은 일련번호로 표기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결혼중개업체의 홍보 방식은 여성을 상품화한다는 점에서 끊임없이 비판을 받고 있다.

 

다문화 혼인의 이혼유형을 보여주는 지표다
△다문화 혼인의 이혼유형을 보여주는 지표다

 

사고방식의 차이로 이어진 부부간의 갈등
  2018년 기준 국제결혼의 평균 혼인 지속 기간은 △외국인 남성= 12.48년 △외국인 여성= 9.04년이다. 이처럼 평균 혼인 지속 기간이 외국인 남성에 비해 외국인 여성이 낮은 것은 이주여성의 결혼생활이 평탄치 않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그렇다면 이주여성은 남편과 어떤 이유로 파경을 맞이하게 되는 걸까. 2018년 기준 한국 남성과 외국인 아내의 이혼 및 별거 사유로는 △성격 차이(48.9%) △경제적 문제(12.5%) △학대・폭력(10.2%) 등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성격 차이’는 한국 남성의 보수적인 사고방식과 부부간의 많은 나이 차이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센터장은 남편의 나이대로 45세 이상(31.3%)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과 연령차가 ‘남편이 아내보다 10세 이상 연상(40.9%)’인 경우가 가장 많다는 점을 예시로 들었다. 이들은 대부분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으며, 이주여성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에서 왔기 때문에 자신의 말을 잘 들을 것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환경 속 국제결혼 와해의 과정은 대부분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결혼생활 초반의 이주여성은 낯선 한국 생활로 가족인 남편에게 더욱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남성은 이러한 태도를 순종적인 아내의 면모라고 느낀다. 이후 점차 이주여성이 한국에 적응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조금씩 피력하게 되면, 남성들은 ‘처음에는 내 말을 잘 들었는데 같은 나라 출신의 다른 여성들에게 나쁜 물이 들어서 내 말을 듣지 않는다’와 같은 단적인 결론을 내린다는 게 이 센터장의 설명이다. 결국, 이주여성을 동등하게 바라보지 않는 시선이 가정 내 갈등과 가정폭력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이주여성을 옭아매는 허술한 체류 제도
  이주여성이 가정폭력을 참고 사는 이유를 알려면 먼저 국내 ‘체류’ 제도에 대해 알아야 한다. 결혼이주민은 한국인과의 결혼을 통해 ‘결혼이민자격’이라는 체류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결혼생활이 끊어지면 혼인의 존속을 전제로 했던 모든 권리 및 의무가 소멸되고, 법적으로 한국에서 머무를 수 있는 이유가 사라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혼 후에도 이주여성이 한국에서 살기 위해선 이혼의 책임이 남성에게 있다는 것을 증명하거나 자녀의 양육권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자녀가 성년이 되면 체류 연장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실상이다. 이렇듯 둘 중 하나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이주여성은 자국으로 돌아가야 하기에 자녀와 강제로 이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물론 이주여성이 영주권이나 국적을 취득해 한국에 머무는 방법도 있지만, 영주권을 취득하기 위해선 결혼이민자격으로 2년 이상 한국에 머물러야 한다. 더불어 국적을 취득할 경우엔 한국인 배우자와 법률상 혼인신고가 돼 있는 상태로 2년 이상 계속 한국에 주소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따라서 한국에 계속 머물기 원하는 이주여성은 양육권을 얻어 아이가 성년이 되기 전에, 영주권과 국적을 취득하거나 결혼생활을 유지하면서 이를 취득해야 한다. 이주여성은 이러한 제도의 허점으로 인해 가정폭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저 버티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던져지기도 한다. 이 센터장은 “이혼 후에도 이주여성이 한국에 체류할 수 있도록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관련 제도와 정책들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차별 없는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이렇듯 타지에서 살아가는 이주여성을 위해선, 그들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이 제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그러나 ‘다문화’라는 단어로 선주민과 이주여성을 구분 짓게 되면 또 다른 차별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 그러므로 이주여성을 다문화로 규정지어 그들만을 위한 정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모든 사람이 공정하게 지원받을 수 있는 방향성 안에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이주여성을 ‘타인’으로 바라보는 사회 분위기에선 그들이 겪는 어려움에 공감하고 이를  타파하기 힘들다. 이제는 차별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모두가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야 할 때다. 

 

김가희 기자 skyballoon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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