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살던 한 고등학생이 대학 입시를 마치고 서울 소재 대학의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합격하길 바라던 바로 그 학교였다. 하지만 합격의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하나 둘 걱정이 생기기 시작한다. ‘서울에 있는 학교를 다니려면 집에서 통학하기는 힘이 드는데… 등록금도 결코 만만치 않은 금액인데 자취비용은 또 어떻게 감당할까. 괜히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는 것은 아닐까’라고 말이다.
   광주에서 올라와 현재 추계예술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임현희(21) 씨는 학교에 기숙사가 없어 입학 후 고시원에서 생활하다 현재 살고 있는 방 두 개짜리 집으로 이사하게 됐다. 임 씨는 “학기가 시작될 때 집을 구하려고 하니 집값이 너무 비쌌어요. 아무리 집값을 비싸게 올려도 들어올 사람은 다 있으니까요. 처음 고시원을 가게 된 건 집값 부담 때문이었어요. 고시원은 공과금이 안 들고, 월 23만 원으로 방을 구할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고시원의 직사각형 방안에 거의 반년 동안 살다보니 ‘내가 여기서 죽어도 아무도 모르겠다’는 심리적인 불안감이 들었어요. 정신병자가 고시원에 불을 지르고, 뛰어나오는 사람을 찔러 죽인 사건으로 고시원이란 곳을 처음 알게 되기도 했고요. 그리고 심리적인 불안감뿐만 아니라 방음도 잘 안되고, 화장실과 부엌이 공용이어서 정말 불편했어요. 창문도 없어서 여름에는 더욱 힘들었어요”라며 현재 거주지로 이사를 하게 된 배경을 얘기했다.
   지난 고시원에서의 생활에 비하면 지금의 주거환경은 많이 나아졌다. 하지만 50분이나 소요되는 통학시간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이 집은 제가 원하는 위치는 아니었어요. 고시원에서 나와도 비용이 부담 안 되는 장소를 찾은 거죠. 집을 구할 때 솔직히 가격을 처음 생각하게 되요. 가격이 비쌀수록 주위 환경, 편의시설 이런 것은 따라오니까요” 그녀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집의 가격은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50만 원이다. 하지만 룸메이트와 함께 살고 있어서 1인 부담금은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22만 5천 원이라고 한다. 보증금을 제외하면 이전의 고시원 생활비와 비슷하지만 공과금을 합치면 월 30만 원 정도 필요하다.
   1년에 천만 원을 육박하는 등록금은 그 어느 가정에게도 만만치 않은 금액일 것이다. 등록금 마련으로도 힘든데 자취비용까지 드는 소위 서울유학을 결심하게 된 이유를 묻자 “입학 전에도 기숙사가 없다는 것은 알고 있어서 돈이 많이 들 거라고 어느 정도 예상하고는 있었어요. 그럼에도 이 학교를 선택한 건 지방소재 대학보다 서울소재 대학의 교육환경이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사실 심리적인 요인일 수 있죠. 사람들은 다 인서울(서울소재의 대학을 통칭하는 말), 인서울 하니까요. 등록금과 자취비용만 해도 엄청난 돈이지만 지방에서 기숙사 없는 서울 학교를 오려면 감수해야겠죠”라고 대답했다.
   우스갯소리로 대학 등록금이 집 기둥뿌리를 뽑는다고 하는 이 시대에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은 주거비용이 +α로 필요하다.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학자금 대출 제도의 이자가 싸다고 하지만, 결코 만만한 비용은 아니다. 또 집을 구할 때 가격을 선택의 우선순위에 둘 수밖에 없는 학생들은 주거환경에 대한 선택권이 줄어들게 된다.
   먹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많은 그녀에게 월세, 공과금은 짐이 되었다. 이를 부담하기 위해 시작한 아르바이트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한다.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느라 때로는 몸도 마음도 지친다는 그녀가 보다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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