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터 보선

  지난 1월, 비거니즘의 지평을 넓혀준 책 한 권이 발간됐다. 바로 『나의 비거니즘 만화』다. 비거니즘은 동물성 제품을 사용 또는 섭취하지 않는 것을 뜻하며, 이를 지향하는 사람을 비건이라고 칭한다. 비건으로서의 일상을 만화로 녹여내 많은 사람에게 따뜻하면서도 강렬한 메시지를 선사한 일러스트레이터 보선(31). 동물부터 사람에 이르기까지, 그가 가진 호기심과 가치관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나의 비거니즘 만화』를 작업한 보선이라고 합니다. 출판 편집자로 일하다가 현재는 일러스트레이터, 그림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비건을 지향한 지는 1년 반이 넘었어요.

『나의 비거니즘 만화』는 어떤 책인가요
  『나의 비거니즘 만화』는 비거니즘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정리한 책입니다. 비거니즘을 어떻게 실천하는지부터 공장식 축산의 실태까지 비건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으려 했어요. 무엇보다 비건을 지향하게 된 후 달라진 제 일상을 만화로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만화는 제가 겪은 일들을 바탕으로 전개되는데, 주인공 ‘아멜리’는 저의 모습이 투영돼있으면서도 완전 같지는 않아요. 호기심이 많으면서 동시에 답을 유보하는 캐릭터로 만들고 싶었고 그 결과물이 아멜리였죠. 사람들이 제 만화를 보면서 정답을 찾기보다는 질문을 얻어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작업했습니다.

언제부터 비건을 지향하게 됐나요
  예전에 게리 유로프스키라는 동물권 운동가의 강연을 보고, 제 행동과 동물의 고통이 연결돼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어요. 그 순간 강연에서 “어떤 선택을 할 거냐”고 묻는 거예요.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은 비건인데, 이 선택을 미루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 후로는 밥을 먹거나 옷을 살 때 환경과 동물에 조금이라도 해가 덜 가는 선택을 하곤 합니다.

『나의 비거니즘 만화』에 ‘불완전한 비건이 많아지길 바란다’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 의미는 무엇인가요
  완벽한 비건이 되는 건 어려운 일이에요. 그래서 불완전한 비건이 될 수 있다고 말하면 더 많은 사람이 비건을 지향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사회가 비건 친화적으로 변화하기 위해선 극소수가 완벽하게 채식을 하는 것보다 다수의 사람이 비거니즘에 호의를 보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죠. 동시에 비거니즘을 실천할 때 시도해 볼 만한 가장 좋은 행동이 바로 SNS에 고기 또는 가죽 제품 사진을 전시하지 않는 거예요. 이를 전시하면 자연스럽게 타인의 소비를 부추기기 때문이죠. 대신에 채식이나 친환경 제품 소비 사진을 SNS에 올린다면 다른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거니즘은 다양한 가치관이 맞물려 작용하는 실천적 행위거든요. 타인에 공감하는 마음, 책임감, 스스로 변화하려는 용기와 같은 가치관이 비거니즘과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님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SNS에서 ‘#나의비거니즘일기’ 해시태그를 통해 비건 일상을 공유하는데, 이 행동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나요
  우선, 비거니즘이라는 개념을 가시화할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보통 비건이 아닌 분들은 비거니즘이라는 단어부터 익숙하지 않죠. 저도 비건이 되기 전까진 몰랐거든요. 그런 분들에게 해시태그를 통해 “비거니즘이란 게 있어”라고 말을 건넨다면 그들의 마음에 파동을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를 통해 다양한 비건 사진이 한데 모임으로써 비거니즘에 대한 편견을 깨줄 거라고 봐요. 대표적인 편견이 채식주의자는 샐러드만 먹는다는 생각인데요. 이 해시태그로 모인 사진들을 보면 굉장히 자극적이고 맛있는 비건 음식들도 많이 있거든요. 이 해시태그를 통해 비거니즘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만들어진 장벽을 부서트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자들은 책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많은 분이 동물권 이야기를 부드럽게 받아들이시더라고요. 가끔 SNS 댓글이나 이메일로 ‘비건을 지향하게 됐다’, ‘책을 굉장히 잘 읽었다’ 등의 메시지가 오는데, 저라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독자의 직접적인 반응을 볼 수 있는 자리는 북 토크나 강연인데, 이땐 비건을 지향하는 분들이 많이 오세요. QnA 시간에 수다 떨 듯이 비건과 관련한 자신의 경험과 고민을 공유하고, 일종의 동질감을 나누는 자리를 가지기도 했죠.

2016년에 에세이 『평범을 헤매다 별에게로』를 발간하셨는데, 사람을 탐구하는 일에 관심이 많은 편인가요
  『평범을 헤매다 별에게로』라는 책은 고등학생부터 어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삶을 에세이와 통계 형식으로 정리한 독립출판물이에요. 사람들을 만나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후, 그분들의 삶과 기억을 둘러보며 느낀 감정을 정리했습니다. 제가 내향적이지만, 그래도 사람에게 관심이 많은 편이에요. 사람마다 가치관과 삶, 그리고 세상도 다 다르잖아요. 사람을 만나면 여행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사람을 통해 세상에 대해 많이 배우게 되죠.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본인의 작품 특징은 무엇인가요
  보통은 그림을 그리는 순간에 드는 감정에 따라 색을 정해요. 제 만화와 일러스트를 모아보면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저만의 스타일을 찾아 나가는 중이라 아직은 중구난방인 부분도 많습니다. 나름 일관성을 보이는 작품들로는 작년 일러스트레이션 페어에 참여한 일러스트들을 말씀드릴 수 있어요. 대부분 파란색으로 이뤄져 있는데, 저는 파란 그림을 통해 희망 같은 의미를 되새기는 스타일이거든요. 파란색으로 슬픔이나 우울 같은 어두운 마음을 녹여내되, 조그만 희망을 넣고자 했습니다. 파란 배경에 반짝이는 별 하나, 달 하나처럼요.

현재는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시나요
  크게 두 가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우울에 대한 그래픽노블이고, 다른 하나는 자유를 주제로 한 그림 에세이예요. 그래픽노블은 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으로, 이 작품에는 우울을 스스로 치유해 나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형식의 작업을 선택한 이유는 제가 그림뿐만 아니라 글쓰기 또한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저는 무엇보다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위해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거든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일을 통해 더 자유로워질 수 있고, 저 스스로 변하게 되죠. 이 두 가지는 저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도구라고 할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동덕여대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앞서 제가 사람이 궁금하다고 했잖아요. 아마 동덕여대 학생분들이 각자 가진 역사도 굉장히 가치 있을 거예요. 그래서 세상으로 그 이야기를 들려주시면 좋겠어요. 자신을 더 많이 드러내고, 다양한 생각을 나눠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도헌 기자 heenglow@naver.com

저작권자 © 동덕여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