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마스크를 끼고 세종문화회관 앞으로 나왔다. 이들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이 코로나19와 맞물려 더욱 악화되고 있다며 근로 형태에 따른 차별을 멈춰달라고 외쳤다. 바이러스 앞에 무방비로 놓인 콜센터 비정규직 노동자부터 항공·공항 비정규직 노동자의 한시적 해고까지, 전염병을 통해 비정규직의 문제가 사회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사실,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향한 차별은 늘 존재해 왔다. 대표적으로, 비정규직과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 격차는 2018년 기준, 68.3%를 기록했을 정도로 꾸준히 벌어지고 있다. 이뿐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는 사회보험 적용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해 정규직 노동자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약 90%인 반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가입률은 30~40%에 그쳤다. 이렇듯 오랜 시간 한국 노동시장에선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이라는 상식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는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비정규직 근로 형태는 늘어나고 있는 데 반해 임금 격차, 4대 보험 미가입 등의 차별은 사라지지 않아 더욱 문제가 되는 실정이다.


  비정규직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문제 개선에 대한 국회의 의지가 약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20대 국회에서 처리한 노동 관계법 개정 46건을 살펴보면 이 중 비정규직 관련법 개정은 단 3건에 불과하다. 그런데 법안이 개정되더라도 세심하고 면밀한 과정을 거치지 않아 하나 마나 한 개정으로 남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지난해 시행된 ‘최저임금 산입 범위’ 개정법은 구체적인 로드맵의 상실로 되려 역효과를 냈다. 이 개정은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임금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으로, 확대된 최저임금 산입 범위엔 식비 등의 복리후생비와 정기상여금이 포함됐다. 그런데 이는 회사가 기존의 무료 식사 제공을 식비로 전환하는 등 악용할 수 있는 여지로 작용했고, 오히려 역효과로 기능했다. 


  노동의 문제는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만큼 다양한 대안 준비와 구체적인 방향성이 요구된다. 이젠 20여 년 동안 해결되지 않았던 한국 비정규직의 근본적인 문제를 면밀하고 체계적인 정책으로 해결해야 할 때다. 더 이상 재난 앞에서 사회적 약자의 삶이 흔들리는 것을 방관해선 안 된다. 

                                                                                    곽예은 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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