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의 4가지 지표와 선호 경향이다  ⓒ네이버 이미지                                                                
△MBTI의 4가지 지표와 선호 경향이다  ⓒ네이버 이미지                                                                

  “너 MBTI 뭐야?”, “넌 완전 E일 듯.” 최근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문장이다. 이 대화에서 등장한 MBTI 성격 유형 검사(이하 MBTI)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새롭게 자리 잡은 이야기 주제다. MBTI가 국내에 들어온 지 30년이 지난 지금, SNS엔 MBTI 관련 밈(meme)부터 영상까지 다양한 콘텐츠가 넘쳐나고 있다. 고전 성격 유형 검사인 MBTI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게 된 이유와 검사의 신뢰성을 둘러싼 논란의 진실은 무엇일까.

MBTI가 대체 뭐야?
  MBTI는 스위스 정신분석학자 카를 융(Carl Jung)의 심리 유형론을 토대로 고안된 자기 보고식 성격 유형 검사 도구다. 성격 유형은 4개의 알파벳 형식으로 이뤄져 있다. 알파벳은 각 지표에 해당하는 양극적 선호 경향을 나타내며, 지표와 선호 경향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에너지 사용 방향-외향(E)과 내향(I) △정보인식방식-감각(S)과 직관(N) △의사결정 방식-사고(T)와 감정(F) △생활 양식-판단(J)과 인식(P). 이렇게 4가지 지표를 통해 만들 수 있는 조합은 총 16가지로, 이를 가리켜 MBTI라고 부른다.

MBTI에 열광하는 젊은 세대
  우리는 스스로에 대해 얼마나 잘 안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MBTI는 나도 모르는 나의 모습 혹은 타인이 보는 나를 4개의 알파벳으로 정의하고, 그 특징을 해석해준다. 예를 들어 ISFP형이라면 결과지에 ‘자신만의 공간과 시간 안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특성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MBTI는 이렇게 정체성을 정답처럼 명료하게 설명해준다는 점에서 자신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화두인 젊은 세대에 급속히 퍼지고 있다. 포털에 검색만 하면 누구나 검사할 수 있는 낮은 진입장벽 또한 MBTI의 인기 요소 중 하나다. 이렇듯 MBTI는 나를 표현하는 또 다른 도구로서 SNS ‘인증’ 욕구를 자극하며 하나의 놀이 문화로 굳어지고 있다. 이러한 유행은 단순히 SNS 인증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황별 MBTI 대답’, ‘MBTI별 공부법’과 같은 다양한 분석 콘텐츠 생산으로 확장되고 있다. 결국, MBTI는 유행을 넘어 콘텐츠의 새 영역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MBTI는 진짜 ‘과학’일까?
  그런데, MBTI 결과를 100% 신뢰해도 되는 걸까? 실제로 역사가 깊은 MBTI는 문항의 수정과 재표준화를 통해 높은 신뢰도와 타당도를 확보해나가고 있다. 따라서 MBTI를 완전히 비과학적인 심리검사라고는 할 수 없다. 다양한 인간의 성격을 단 16개의 유형으로 분류할 수 없다는 비판 또한 여전히 제기되지만, 유형별로 그 경향성은 유사하다는 게 현 심리학계의 입장이다.
  그러나 MBTI는 ‘자기 보고식’ 검사라는 점에서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는다. 애초에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일은 어려울뿐더러, 사람마다 그 정도의 기준 또한 모호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중압감을 받을 때도 쉽고 침착하게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와 같은 질문에 응답자는 자신에 대해 좋은 쪽으로 대답하거나, 자신이 원하는 이상향의 모습을 투영해 답변할 수도 있다. 더불어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무료 성격 유형 검사 사이트 ‘16 personality’는 정식 MBTI 지표를 도용해 만든 ‘가짜’로 밝혀졌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인터넷에 출처 없이 떠도는 관련 자료와 검사 결과만을 맹신하는 것은 무리라고 보고 있다.  
  MBTI는 젊은 세대에게 단순한 심리 검사를 넘어 일종의 문화로 정착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엔 재미를 떠나 맹신하는 현상이 종종 나타나기도 한다. 다양한 성격 유형을 가진 타인을 이해하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본인을 이해하는 용도로 MBTI를 활용한다면 더 유익한 놀이 문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김가희 기자 skyballoon00@naver.com

저작권자 © 동덕여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