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ReSET

△프로젝트 리셋의 활동 중 일부를 간략하게 그린 표다
△프로젝트 리셋의 활동 중 일부를 간략하게 그린 표다

  일명 ‘N번방 사건’으로 불리는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은 한국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의 초기, 이를 알리고자 노력했던 한 여성단체가 있다. 바로 Project ReSET(이하 리셋)이다. 이들은 디지털 성범죄의 실태를 고발하며, 가해자 중심주의에 대항하는 여성 연대를 실천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 중인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리셋은 지난해 말부터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단체의 이름인 ‘ReSET’은 Reporting Sexual Exploitation in Telegram의 약자로,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을 고발한다는 뜻이에요. 단어 자체로는 ‘다시(re)’ ‘세우다(set)’라는 의미를 가집니다. 즉, 강간 문화로 사라진 디지털 공간 내 여성의 안전과 가해자 중심의 잘못된 제도 및 문화를 다시 세운다는 의미죠.

리셋이 만들어진 계기가 궁금합니다
  지난해 11월 보도된 한겨레의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 기사를 접하고 문제의식을 느낀 개인들이 모여 설립하게 됐습니다. 이 보도를 접한 후 텔레그램에 성 착취 채팅방을 검색해봤는데, 너무나 쉽게 찾을 수 있더라고요. 그 순간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강간 문화의 뿌리를 뽑아야겠다고 결심했죠. 그리고 혼자보다는 단체로 활동해야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이 커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익명의 여성들이 온라인상에서 모여 현재의 리셋을 만들게 됐고, 온라인으로 활동가분들을 추가 모집하며 7개월째 운영 중입니다.

리셋은 주로 어떤 활동을 하나요
  리셋은 성 착취가 발생하는 채팅방을 모니터링하고 신고하는 프로젝트팀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디지털 성범죄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신고 활동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5개의 팀으로 나눠 체계적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대표적인 활동으로는 국민동의청원인 ‘텔레그램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성범죄 해결에 관한 청원’을 국회청원 1호로 달성시킨 것을 꼽을 수 있습니다. 법무부, 여성가족부 그리고 양성평등교육진흥원 등의 정부 부처를 대상으로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 및 디지털 성범죄의 현 세태를 브리핑하기도 했죠. 성범죄 피해자를 지원하는 제도 및 기관에 대한 정보를 한데 모아 안내하는 카카오톡 채널인 ‘Project ReSET 채팅봇’도 제작했습니다.

디지털 성범죄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무엇인가요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강간 문화가 그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문화에 무한한 복제 가능성과 영구 삭제의 어려움과 같은 디지털 특성이 더해져 지금의 디지털 성범죄가 생겨났다고 봐요. 이 범죄의 근절을 위해선 남성 중심 문화를 기반으로 한 강간 문화가 사라질 수 있도록 전반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하죠. 하지만 무엇보다,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가 충분하지 않은 현 상황에는 제도적 변화의 선행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에 리셋은 사회적 제도 보완을 1순위로 두고 있습니다.

지난달, 리셋의 입법 요구안인 ‘디지털 성범죄물 근절 및 범죄자 처벌을 위한 국제공조 구축 촉구 결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됐습니다. 이 안건의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요
  이 결의안의 핵심은 해외에 서버를 둔 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하려면 다변화된 국제공조가 필요하다는 것이에요. 해외 거점 사이트의 경우, 국내 플랫폼보다 수사 협조가 어려울 뿐 아니라 ‘텔레그램’같이 국내 법망이 미치지 않는 곳도 있어요. 이에 ‘디스코드’나 ‘위커’ 등의 해외 플랫폼을 국내법으로 규제하기 위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대안)’의 제1장 제5조 2항 신설과 함께 이 안건이 결의됐죠. 정리하자면, 국외에서 이뤄진 행위라도 국내 시장 또는 이용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을 적용한다는 법안과 유례없이 강력한 국제공조가 이뤄져야 한다는 결의안이 통과된 것입니다.

현안과 관련한 여론을 모으는 ‘릴레이 이슈파이팅’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을 비롯해,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점차 줄어들고 있어요. 따라서 매주 새로운 이슈파이팅을 진행해 주기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촉구하고, 일상 속에서 연대할 방법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온라인에서 진행한 해시태그 잇기부터 오프라인을 통한 길거리 포스트잇 부착까지, 디지털 성범죄자의 엄벌을 촉구하고 피해자에 연대하는 내용이 이어졌죠. 특히, 세 번째 릴레이 이슈파이팅인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 릴레이 탄원서 제출 인증’은 바쁜 현대인들도 손쉽게 할 수 있는 연대 표현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참여하는 방식이 어렵지 않고 많은 시간을 투자할 필요가 없는 데다가, 대중에게 정치적 효능감을 안겨줄 수 있다고 생각했죠.

활동하시면서 힘든 점이 있었다면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리셋 활동 초기에는 모니터링으로 모은 채증 자료를 경찰에 넘겨도 유의미한 피드백이 없었어요. 하지만 꾸준히 관련 기관과 연락하고 자료집 등을 제공하면서, 결국 수사기관과 협력관계를 맺게 됐죠. 이에 따라 현재는 리셋에서 구축한 데이터베이스와 채증 자료들을 경찰청 본청 사이버수사대에 제공하면, 수사대가 이를 지방청으로 이관해 디지털 성범죄자를 검거하는 방식으로 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일반 시민이 모니터링과 채증을 한다는 것은 국가기관의 심각한 태만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저희는 공권력 내에 수사권을 가진 디지털 성범죄 모니터링 팀이 구성돼야 한다고 봅니다. 이에 21대 국회에 선제적이고 체계적인 디지털 성범죄 모니터링 팀 구성을 요구할 계획입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궁금합니다
  올해 초 여성가족위원회에 제출한 디지털 성범죄 자료집 ver.2를 제작하고자 합니다. 그동안 여성가족부를 비롯한 각 부처에서 브리핑했던 내용 등을 추가해, 6월 중으로 완성할 예정입니다. 또, 디지털 성범죄의 새로운 유형과 이에 대처하는 방법 등을 알리는 영상 콘텐츠 제작도 계획하고 있어요.

동덕여대 학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선, 리셋이 활동하는 동안 계속해서 연대해주시길 부탁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예로부터 ‘여자 대학교’라는 공간은 여성 인권의 최전방이었습니다.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미래를 뺏겼던 선대 여성들을 위한 공간이 이젠 이 사회에서 가장 안전하고, 여성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이 됐어요. 그 안에서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저마다의 싸움을 하고 있을 여러분께 굳센 지지를 보냅니다.
                                                            곽예은 기자 yeeun363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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