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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화를 향한 열망으로 수많은 이들이 거리로 쏟아졌던 33년 전. 만화『100°C』는 주인공 ‘권영호’와 그 가족의 시선을 통해, 많은 사람의 노력과 희생으로 일궈낸 ‘6·10 민주항쟁’을 잔잔하고 깊이 있게 그려냈다.

사람들의 열정이 모여 사회의 100°C를 이루다

  역사의 한 면을 차지하는 위대한 변화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바로 목표를 향한 사람들의 열정과 이를 이루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다. 만화 『100°C』는 민주화의 실현을 위해 하나 된 사람들의 노력이 큰 변화로 이어졌던 6·10 민주항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100°C』는 민주화 운동가들을 반공 분자로 여기던 인물들이 점차 독재 정권의 이면을 깨닫고 변화하는 모습을 생동감 있게 담아냈다. 특히 한 인물에만 치중하지 않고, 다양한 인물과 군상을 통해 6·10 민주항쟁을 조명했다는 점에서 큰 가치를 지닌다. 만화는 시민운동가에게 음식을 나눠주는 상인들, 시위 시간에 맞춰 경적을 울리는 버스 기사 등 각자의 자리를 지키면서도, 운동을 도왔던 숨은 조력자들이 존재했음을 시사한다. 이처럼 다양하고 입체적인 등장인물의 등장은 독자가 작품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했다. 

  만화 전체가 흑백으로 표현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작가 특유의 투박한 그림체가 녹아든 흑백의 지면은 격렬했던 민주화 운동을 담담하게 표현해냈다. 하지만 시위하는 시민들의 노랫말과 ‘독재 타도, 호헌 철폐’라는 구호만큼은 붉게 묘사함으로써 시민들의 민주화를 향한 열망, 독재 정권을 향한 비판의 메시지를 강렬하게 드러낸다. 또한, 빛바랜 과거를 표현하는 듯한 흑백의 분위기로 독자들에게 작위적이지 않은 감동을 선사한다.
  『100°C』는 민주화를 향한 사회 구성원들의 간절한 염원이 결국 세상을 바꿨음을 전한다. 결말 부에서 민주화 운동에 앞장선 대학생들과 부모와 자녀를 잃은 시민들, 그리고 생계로 바쁜 노동자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여, 끝내 새하얀 투표용지를 얻어냈음을 보여주면서 말이다. 100°C가 되면 끓어오르는 물처럼, 사회의 100°C를 이끈 6·10 민주항쟁을 기념하며 이 작품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곽예은 기자 yeeun363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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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화를 향한 염원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던 1987년의 6월. 시위 현장에서 앞장서 민주주의를 부르짖던 청년 이한열의 죽음은 ‘6·10 민주항쟁’이라는 거대한 불길의 도화선이었다. 장편소설 『L의 운동화』는 이한열 열사의 오른쪽 운동화 한 짝을 복원하는 과정을 통해 민주화 투쟁의 기억을 소환한다.

‘그날’의 기억 담은 역사 유물의 재생

  장편소설 『L의 운동화』는 이한열 열사의 오른발에 신겨져 있었던 운동화를 복구하는 과정을 담은 소설이다. 1부는 L의 운동화를 복원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고뇌하는 화자의 모습을, 2부는 운동화의 복구 과정을 중심으로 서사가 전개된다. 
  우선 이 소설은 복원 작업에 대한 지식이 없는 독자라도 이한열 열사의 운동화를 복구하는 과정에 몰입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미술품 복원 전문가인 화자의 시점으로 L의 운동화를 세밀하게 관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관련 미술품 이야기도 함께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마르셀 뒤샹의 「제발 만지시오」는 L의 운동화에 주로 쓰인 폴리우레탄을 재료로 사용한 작품으로, 운동화 재료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사례로 활용됐다. 사례에 더해진 화자의 전문적인 분석은 생소할 수 있는 운동화 복원 작업의 과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하지만 일부 내용은 작위적인 요소가 강하게 느껴져 아쉬움이 남는다. 그 예시로 미술품 복원 강의를 듣는 학생이 렘브란트의 자화상을 102장이나 반복해서 모사하는 장면이 있다. 학생은 작품을 모사하는 과정에서 렘브란트의 얼굴이 매번 달라 보였다고 주장하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이유는 나오지 않아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 외에도 작가는 주변 인물들의 서사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들의 이야기를 운동화 복구 과정에 지나치게 꿰맞춘 측면도 있다. 다소 억지스러운 장면과 작위적 설정은 소설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소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편소설 『L의 운동화』는 우리 역사의 한 장면을 기록하는 작품으로서 가치를 지닌다. 개인의 물건을 넘어서 시대의 유물로서 빛을 발하고 있는 L의 운동화. 이를 복원하는 과정을 그린 소설을 통해 그날의 뜨거웠던 열기를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
                                                               노희주 기자 nnwrigg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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