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진 곳에서 확진자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이번 달 11일 기준, 쿠팡 물류센터 관련 확진자는 140명을 넘어섰다.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쿠팡은 초과된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대거 고용했다.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택배 물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40대의 한 택배기사는 과로사했고, 지난해 대비 올해 오토바이 사망사고는 13% 증가했다. 이 또한 코로나19로 비대면 서비스 이용이 늘면서, 많은 주문량을 빠르게 배달해야 했던 탓이다.

  사실, 이러한 사고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비대면 산업은 최근 몇 년 새 급격하게 성장했다. 디지털 특수고용과 새벽 및 총알 배송은 우리 일상에 스며들었고, 속도의 혁신이라고 불렸다. 우리는 이러한 혁신을 가리켜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18~24세 산재 사망’ 1위가 배달 사고라는 기사가 나왔지만, 우리는 혁신이 가져다주는 편리함과 간편함만을 말했다. 우리가 지금까지 혁신이라 부르던 것들의 대부분은 사실 기술과 시대의 발전으로 인한 것이 아님에도 말이다. 누군가의 과로, 교묘하게 발달한 특수고용으로 인한 무한경쟁이 원인임에도 말이다.

  이쯤에서 우리는 물음을 던질 수 있다. 누군가의 과로로 얻은 혁신이 진짜 혁신일까. 사람을 갈아 넣어 한 단계 상승시킨 발전이 진정한 발전이 될 수 있을까. 누군가의 밤샘과 ‘링거 투혼’이 칭송받고, 과로가 단순한 열정으로 표상돼선 안 된다. 그 혁신을 가능케 한 누군가의 ‘과로’가 배제되기 때문이다. 총알만큼 빠른 배송을 가능케 한 노동자의 현실이 가려지고, 어긋난 시스템의 개선 여지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제는 혁신이랍시고 내세우고, 장려하기 바빴던 발전 이면에 낮 밤 없이 움직여야 했던 ‘사람’을 생각해야 할 시간이 아닐까. 
                                                                                  하주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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