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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덕혜옹주』는 조선의 마지막 옹주인 덕혜옹주의 비극적인 삶을 다룬 최초의 장편 소설이다. 작가는 나라와 자유를 빼앗긴 덕혜옹주의 일생을 섬세한 문체로 풀어낸다. 덕혜옹주의 심정을 내밀히 묘사한 이 소설은, 독자들이 일제강점기를 살아갔던 조선인들의 아픔에 더 깊이 몰입할 수 있게 한다.

한 사람의 일생 속 드러나는 슬픈 역사

  ‘나’를 이루고 있는 것들에는 생김새와 성격, 국적 등 여러 부분이 있다. 그중 국적, 즉 나라의 주권이 상실된다면 삶이 어떻게 바뀔지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장편 소설 『덕혜옹주』는 나라를 잃은 상황에서 자유를 뺏긴 채 태어난 한 여성의 삶을 그린다.
  『덕혜옹주』는 고종의 딸인 덕혜옹주의 일대기를 다룬 소설이다. 이 소설은 장르 특성상 역사적 사실을 온전히 반영하지 않으며, 작가의 상상력에 의존한 허구 요소를 일부 포함하고 있다. 『덕혜옹주』에서는 이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데, 그 이유는 바로 가상의 인물들을 통해 다양한 인간상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양반 박무영, 농민 복순, 일본 경찰 앞잡이 김갑수 등을 통해 여러 계층의 생활상을 독자들이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서술했다. 물론 많은 인물이 등장해 복잡할 수는 있지만, 주권이 뺏긴 나라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계층의 모습은 현실감 있고 생생하게 다가온다.
  이에 더해, 덕혜옹주의 자유롭지 못한 삶이 내면을 중심으로 담담하게 그려진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작가는 덕혜옹주의 심정을 위주로 서술하면서도, 소설의 흐름이 끊길 수 있을 만한 지나친 감정 묘사를 피했다. 이를 통해 소설은 이야기의 전개와 등장인물의 감정선을 조화롭게 이끌어나갔다. 특히 절제미 있는 문체는 독자가 덕혜옹주의 심정과 삶을 적당한 거리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이끌었다. 동시에, 소설은 크고 작은 사건들을 효과적으로 배치해 차분한 문체에 자칫 늘어질 수 있는 속도감과 긴장감을 높인다.
  소설 『덕혜옹주』는 처음부터 끝까지 세밀하면서도 절제된 심리 묘사를 통해 ‘옹주’보다는, 조선의 한 백성인 ‘이덕혜’의 삶과 심정을 조명했다. ‘마지막 소망은 오로지 자유롭고 싶었을 뿐’이었던 한 사람. 그의 일생과 나라 잃은 역사의 설움을 조금이나마 느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 

곽예은 기자 yeeun363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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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말모이>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사라져가는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조선어학회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우리말을 쓰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지금 시대의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우리말의 소중함과 더불어, 민족의 정신을 지키고자 한 선조들의 노력과 희생정신을 일깨워준다.

우리의 언어는 그냥 이어진 것이 아니다

  광복 후 서울역에서 26,500여 장의 원고가 우연히 발견된다. 이는 조선어학회가 우리말 사전을 제작하기 위해 정성을 쏟았던 초고들이었다. 일제에 빼앗겨 잃어버린 줄 알았던 초고를 되찾은 조선어학회는 마침내 1947년, 숙원 사업이었던 ‘우리말 큰사전’을 편찬하게 된다. 영화 <말모이>는 조선어학회가 이 수많은 원고를 어떻게 만들고, 지켜왔는지를 관객들에게 생생히 전달한다.
  무엇보다 <말모이>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주체를 조선어학회로만 한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전 제작에 도움을 보태고자 지역의 언어를 담아 편지를 보낸 수많은 사람, 일제를 속여가며 조선어학회에 편지를 전달한 우체부 등 숨은 조력자들의 모습도 함께 담아낸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말은 우리 민족 전체가 함께 지켜낸 것이라는 의미 있는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또한, 주인공 김판수의 희생으로 지켜진 말모이가 결국 우리말 큰사전으로 제작됐다는 결말은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그의 죽음은 단순히 관객들의 눈물을 유도하는 장치가 아닌, 독립을 열망하며 민족의 정신을 지키고자 한 모든 이들의 노력과 희생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말이 당시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렇게 지켜진 우리의 언어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다시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한국은 제2차 세계대전 후 독립한 식민지국들 중 거의 유일하게 자국의 언어를 온전히 회복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광복 후에도 여전히 우리만의 언어를 보유하고 구사할 수 있는 이유는, 일제의 압박 속에서도 우리말을 지키기 위한 선조들의 노력과 희생 덕분이다. 그들의 이야기가 담긴 영화 <말모이>는 우리가 한국어라는 소중한 유산을 물려받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매우 뜻깊은 작품이었다.

정채원 기자 jcw99053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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