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주택 수리 서비스 ‘라이커스’ 안형선 대표

 

“여자는 힘이 약하니까 수리하기 힘들 거야.” 여성에 수리란 단어가 붙으면 흔히 따라오는 문장이다. 여기 이 편견을 뒤집고, 여성 ‘수리기사’로 구성된 브랜드가 있다. 바로 여성을 위해 여성이 만든 주택 수리 서비스(이하 주택 수리) ‘라이커스’다. 성 고정관념을 깨겠다는 포부로 시작된 라이커스는 현재 기존 업계가 가진 고질적 문제를 개선하는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다. ‘라이커스’를 운영하는 안형선 대표를 만나 그의 삶과 경영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소셜 벤처 주식회사 ‘왕왕’의 대표이자, 왕왕의 브랜드인 라이커스 대표 안형선입니다.

라이커스는 어떤 업체인가요
  라이커스는 여성 수리기사가 여성 주택에 방문하는 주택 수리 업체입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면서, 여성들이 느끼는 두려움과 불편함이 크잖아요. 하지만 그동안의 주택 수리 업계에선 이 두려움에 대한 공감대가 전혀 형성되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업계 공급자 대부분이 남성이기 때문이죠. 라이커스는 이 공감대에 주목해 ‘여성 수리기사가 오면 더 편안한 마음으로 서비스를 받을 것 같은데, 왜 주택 수리 업계에는 여성이 없을까’라는 의문에서 시작된 브랜드입니다.

라이커스의 소명인 ‘주택 수리 업계 토질 개선’은 무슨 의미인가요
  ‘주택 수리’라는 단어엔 기술 측면뿐 아니라 고객과의 소통도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기존의 주택 수리 업계는 소통과 같은 서비스 부분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죠. 따라서 토질을 개선하겠단 말은 이 업계가 갖는 서비스의 고질적인 불편을 보완해나가겠다는 뜻입니다. 단순히 업계의 남성 수리기사를 여성으로 대체해 성별을 바꾸겠다는 취지가 아닌 것이죠.
  기존 주택 수리 업계는 현금 결제를 선호하거나, 결제 증빙과 견적서 발급을 배제하고 있습니다. 아무런 설명 없이 수리만 진행하는 경우도 많고요. 반면, 저희는 수리 전 온라인으로 상담을 진행하면서 견적서를 제공합니다. 결제수단을 다양화하고 수리 항목을 자세히 나열해 구체적인 증빙을 제공해드리죠. 수리 시에는 전반적인 고장 원인부터 수리 과정, 관리 방법까지 설명해 드리고 있어요. 또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저희는 불편한 대화로 이어질 만한 사담 자체를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라이커스는 여성 수리기사님을 ‘일당제’로 채용하지 않고 직원으로 직접 고용하고 있어요. 저희가 기사님의 신상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객은 1차로 안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성 노동자들에겐 어떤 일터를 제공하고 싶으신가요
  저는 주택 수리 업계를 넘어서 건설업에도 여성 노동자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요. 여성 노동자가 많아지려면 업계 내부에서 여성 고용이 꾸준히 유지돼야 합니다. 그리고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선 결국 안정적인 일거리와 급여가 기반이 돼야 하죠.
  그런데 여성은 건설업계에 들어가기 어려울 뿐 아니라, 경험이 없다면 업계에서 잘 알아주지도 않아요. 애초에 여성은 공구를 다뤄볼 기회 자체가 남성보다 적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여성은 이 분야에 소질이 있는지, 적성은 잘 맞는지 등을 알 수조차 없는 거죠. 그래서 라이커스 출시 이전에 수리 기사라는 직업에 관심이 있는 여성분을 찾고, 그분들에게 공구를 다루는 기회를 제공하는 ‘고쳐볼LAB’이란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저는 브랜드가 갖는 탄탄함을 통해 여성 노동자에게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일터를 제공하고 싶어요.

라이커스를 운영하시면서 뿌듯함을 느낄 땐 언제인가요
  저는 산업공학과를 졸업했고, 대학에 재학 중일 땐 물류에 흥미가 있었어요. 그래서 물류 분야에 꼭 취업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졸업 학기를 보냈죠. 하지만 실제 면접을 보는 과정에선 여성이라는 이유로 인정받지 못하고 평가절하되거나, 사적인 질문을 받는 상황에 부딪혔어요. 그래서 당시엔 이런 차별에 대해 아무도 언급하지 않고, 이런 환경이 조성된 것에 의문을 품으면서 힘들게 취업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후엔 라이커스 같이 사회적 의미를 가진 브랜드에 입사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고요. 하지만 이런 방향성을 가진 기업이 없었고, 결국 제가 직접 회사를 설립해 업계에 종사하게 됐죠. 이렇다 보니 고객의 후기나 인터뷰 제의를 통해 저희가 사회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 뿌듯함을 느낍니다.

라이커스의 활동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저희 브랜드의 지향점이 성 역할 고정관념의 개선이잖아요. 그 고정관념을 변화시키기 위해선 결국 생각의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라이커스가 만들 수 있는 전환점이 ‘여자도 주택 수리기사를 할 수 있구나’라는 인식이라고 봐요. 따라서 라이커스는 생각의 전환을 유도하고, 나아가 성 역할을 부수는 데 일조함으로써 사회적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기업 왕왕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최종 목표는 저희 서비스가 돋보이지 않는 겁니다. 지금 왕왕은 성비가 맞지 않는 산업 환경에서 여성의 존재를 드러내고, 채용 기회를 만드는 회사잖아요. 하지만 이후에 성 역할 인식이 개선된다면, 저희 브랜드는 의미가 없을 거예요. 결국, 왕왕이라는 브랜드가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충분한 성인지 감수성이 형성되고, 고정관념 없이 평등하게 살아가는 사회의 모습이 저희 기업의 최종 목표가 아닐까 합니다.

여성이자 왕왕의 대표 이사로서 꿈꾸시는 미래가 있다면요
  라이커스를 운영하며 진행한 모든 인터뷰에서 꼭 “강남에 사옥을 세우고 싶다”라는 이야기를 해요. 이 말은 두 가지를 의미하는데, 하나는 강남에 사옥을 세울 수 있을 정도로 사업의 경제적인 성장을 이루고 싶다는 뜻이고요. 다른 하나는 제가 개인적으로 더 꿈꾸는 의미인데, 여성 건설 근로인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뜻입니다. 건축물을 짓는 현장 사진 속 직원들은 모두 남성인 경우가 많아요. 저는 그런 사진을 볼 때마다 ‘건설 현장엔 왜 항상 여자가 없을까’라는 의문이 들었고요. 그래서 저는 모두가 여성으로 구성된 팀이 각자 제 역할을 맡아서 건물 하나를 세우고, 안전모를 쓰고 사진 찍는 모습을 항상 머릿속에 그립니다.

마지막으로 동덕여대 학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무엇이든 도전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대학생에게도 인턴 프로그램 등 다양한 기회가 열려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관심 분야가 있다면 그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보셨으면 합니다. 기회를 통해 얻어낸 경험들은 어떤 진로를 선택하더라도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유용한 밑거름이 될 테니까요. 사소한 활동이더라도 도전해 보길 바랍니다. 

김가희 기자 skyballoon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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