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와 집을 오가는 길은 늘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예전에는 교통편의 출발과 도착 시간을 수시로 확인하며 이동 시간을 단축하는 데 집중했다면, 코로나19(이하 코로나) 이후엔 함께 탄 승객들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에 신경을 곤두세우게 된다. 차에 오르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있는지를 확인하게 되고, 눈 밑까지 철저하게 마스크로 가린 무표정한 사람들의 모습을 봤을 때 오히려 감염으로부터의 안전을 보장받는 안도감을 느낀다. 나도 다시 마스크를 가다듬고 틈새로 공기가 새어 들어오진 않는지 확인하며 조용히 목적지를 기다린다. 주변 모두 자신을 차단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적절한 거리두기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집 밖의 공간 대부분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면서 이러한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듯하다.


  코로나 관련 여러 뉴스를 접하다 보면 특히 문화권마다 마스크 착용에 대한 인식이 다름을 확인할 수 있다. 마스크 착용에 별다른 거부감이 없는 우리와 달리 공공장소에서 얼굴을 가리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서구인들의 시각이라든지, 마스크 미착용에 대한 제재를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여기는 태도를 접하게 될 때, 옳고 그름을 떠나 여전히 동양과 서구 간에 개인과 집단 간에 있어서 우선순위의 차이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새 유행병의 급속한 전파를 보면서 세계가 얼마나 밀접히 연결됐는지를 알 수 있었다면, 대유행의 지속은 지역마다 여전히 다른 태도와 시각을 갖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유행병은 어느 순간 멈춰지겠지만 코로나 확산으로 표면화된 사회·문화·종교적 인식의 차이를 좁히는 데는 코로나 소멸 이후에도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코로나 초기에 나타났던 인종 혐오나 증오의 발산은 잦아들고 대부분 사람이 이성적인 대처법에 수긍하고 이를 실천하고 있어 안심이다. 오늘 하루도 쉴 새 없이 울리는 코로나 안전 경보 문자를 보며 언젠가 ‘확진자 0명’이란 문구가 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하곤 한다.


  결국, 이 시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 각자의 성숙한 의식과 긍정적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컵라면 뚜껑에서 우연히 발견한 해시태그처럼 우리 동덕인 모두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짜증과 우울함에 빠지지 말고 유쾌하게 이 시기를 넘기기를 바란다.
                                                                박성환 (예술대학 회화과 교수)

저작권자 © 동덕여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