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미세 플라스틱은 온갖 식자재는 물론, 매일 마시는 생수와 공기 속에서도 발견된다. 세계자연기금(WWF) 조사에 따르면, 이들을 섭취하는 우리 몸속에도 마구잡이로 배출했던 플라스틱들이 조금씩 축적되고 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평소 사용하는 빨대부터 친환경 제품으로 대체해봤다.

 ‘플라스틱 팬데믹’을 막아보겠다는 당찬 포부와 함께 쌀 빨대를 구매했다. 쌀 빨대는 식용으로도 쓰여 부드러울 것이란 예상과 달리, 씹을 수 없을 정도로 딱딱했다. 그만큼 오래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들었지만, 얼마 되지 않아 크게 실망하고 말았다. 입구는 침이 닿아 금세 미끄러워졌고, 끝부분은 30분도 채 되지 않아 하얗게 부풀면서 흐물흐물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다 결국 구멍이 생기면서 갈라지고, 음료를 마실 수 없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자 짜증이 났다.

 그 이후로는 실리콘 빨대와 스테인리스 빨대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외출할 때마다 항상 빨대 주머니를 가지고 다녀야 해 불편했다. 무엇보다, 주머니 안에서 음료들이 뒤섞여 끈적끈적해진 빨대를 매번 씻어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 번거롭게 느껴졌다. 그런데 막상 빨대를 세척해보니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고, 주머니를 챙기는 일도 어느 순간부터 익숙해졌다. 오히려 플라스틱 사용을 조금이나마 줄이고 있다는 보람을 느껴 앞으로도 실리콘 빨대와 스테인리스 빨대를 이용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매일 버려지는 플라스틱에 비하면 비록 작은 결심에 불과하지만, 이젠 플라스틱 빨대와 영원히 이별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들었다.

노희주 기자 nnwrigg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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