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되는 장애인 노동자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되는 장애인 노동자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 전국 직업재활시설 평균임금 하위 10개 시설을 조사한 결과다
△ 전국 직업재활시설 평균임금 하위 10개 시설을 조사한 결과다

 

 250원. 서울의 한 직업재활시설에서 일하는 장애인 근로자의 평균 시급이다. 해당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장애인 근로자는 한 달간 평균 100시간을 근무하고, 그 대가로 약 79,000원의 급여를 받는다. 비장애인 근로자가 동일한 시간을 근무한다고 가정했을 때 최소 859,000원의 월급을 받는 것을 고려하면, 이곳에서 근무하는 장애인 근로자의 월급은 터무니없이 낮은 금액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근로자라면 누구나 시급 8,590원을 보장받아야 마땅하지만, 일부 장애인 근로자는 최저임금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이 법의 테두리에서 배제되고, 정당한 노동의 가치를 보장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합법화된 ‘저임금’ 노동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조에 따르면 모든 생활 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한다. 특히, 제10조 제1항에서는 임금으로 장애인을 차별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장애인 근로자 임금 현황’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직업재활시설에 다니는 장애인 근로자 중 84.6%가 최저임금제도에서 제외되고 있다. 심지어 이들 중 29.9%는 월 10~30만 원의 저임금을 받으며, 4.1%는 월 10만 원의 급여도 받지 못한다. 직업재활시설에서 일하는 장애인 근로자의 월 평균 임금이 약 40만 원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들 중 대다수가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에 놓여있음이 드러난다.

 그렇다면 장애인 근로자들이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성혜(동국대 법과대학) 교수는 「장애인 직업재활시설과 근로 장애인에 대한 최저임금 배제」 논문을 통해 그 문제의 원인이 현행 최저임금법 제7조 조항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 조항은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는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근거해 직업재활시설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장애인 근로자의 임금을 따로 책정하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장애인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보장하지 않아도 법적으론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결국, 해당 조항은 장애인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보장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회적 인식과 그들에게 과도하게 낮은 임금을 지급하는 사회 구조를 고착화하고 있다. 실제로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하는 장애인 근로자의 수는 2013년 4,495명에서 2018년 9,413명으로, 5년 사이에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최저임금이 오를수록, 이를 적용받는 근로자와 적용받지 못하는 장애인 근로자 간의 임금 격차 또한 점점 벌어지고 있다. 지난 2017년 최저임금 적용 제외 장애인 근로자의 평균 시급은 2,679원으로 최저임금 대비 41.4%에 해당하지만, 2018년에는 38.1%(2,872원), 2019년에는 36.6%(3,056원)로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해마다 최저임금은 오르고 있으나, 여기서 장애인 근로자는 꾸준히 배제됐기에 생겨난 결과다.


그들에게도 안전한 일자리가 필요하다
 통계청에서 조사한 ‘2020 통계로 보는 장애인의 삶’에 따르면, 작년 기준 장애인의 고용률은 전체 인구 고용률인 60.9%의 약 절반 정도인 34.9%에 불과했다. 장애인 의무고용제도에 따라 공공·민간 기업은 각각 3.4%, 3.1% 이상 장애인을 의무로 고용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비장애인과 업무 능력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경증 장애인이 차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기업이 중증 장애인에게 적합한 업무 환경과 근로 조건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장애인에게 노동의 기회를 보장하는 여러 지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증 장애인의 취업 문턱은 높다. 설사 취업이 되더라도 위험한 노동 환경에 의해 위협받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렇기에 직업재활시설은 비록 장애인 근로자에게 저임금을 지급할지라도 그들에게 중요한 일터로 기능하고 있다. 이 시설은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제41조에 따라 장애인 근로자가 자신의 특성에 맞는 업무 환경에서 직업 훈련을 받고 근로할 수 있게 설립됐다. 사실상 직업재활시설만이 중증 장애인이 안전하게 보호받으며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인 것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직업재활시설에서 근무하는 인원 중 96%(17,490명)가 중증 장애인에 해당한다. 그렇기에 노동력 대비 낮은 생산성으로 직업재활시설은 높은 수익 창출을 기대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조 교수는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를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하는 규정을 삭제하는 방안은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기도 했다. 중증 장애인에게 무조건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은 사업주의 부담을 가중시켜 오히려 중증 장애인 고용이 악화되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그들이 최저임금보다 현저하게 낮은 임금을 받는 것을 정당화할 순 없다. 근본적인 원인인 최저임금법 제7조 조항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장애인 근로자 처우 개선을 위해 정부에서 마련한 대책조차 실효성이 떨어질 뿐이다. 따라서 조 교수는 현 사회에 장애인의 근로 능력에 따라 최저임금의 일정 비율을 정해 지급하는 ‘최저임금 감액적용방법’이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감액의 하한선을 법률로써 보장한다면 장애를 이유로 과도하게 낮은 임금을 받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존중’ 사회가 실현되려면
 “일한 만큼 급여도 받고 쉬는 시간도 보장받는 노동 환경이 갖춰졌으면 좋겠어요.” 직업재활시설이자 사회적기업인 ㄱ 시설장에서 제품 생산 및 포장을 담당하는 A 씨의 바람이다. 그는 작업 외에도 ㄱ 시설장을 통해 캠프 체험, 영화 관람 등에 참여하며, 이러한 지역사회 적응훈련 프로그램이 가장 재미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직업재활시설은 단순히 장애인 근로자의 직업 능력을 훈련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 사회에서 직업재활시설이 순기능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ㄱ 시설장을 운영하고 있는 대표 B 씨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직업재활시설과 장애인 근로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로부터 지원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답했다. 직업재활시설이 큰 수익을 창출하면 장애인 근로자에게도 최소한의 급여를 보장할 수 있는 체계가 자연스레 만들어진다. 하지만 현재 직업재활시설은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을 뿐 아니라 기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인력이 부족해 체계적인 성장이 어려운 상태다. 그는 정부에서 장애인 노동 환경을 지속해서 관리·감독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장애인 노동권을 제대로 보장하는 사회 구조가 체계화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이 제정된 지 30주년이 된 오늘날, B 씨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을 향한 인식 개선이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말처럼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시혜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같이 일하는 동료로서 인정해야 한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장애를 이유로 사회에서 분리되고 동정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권리를 동등하게 보장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누구나 정당한 노동권을 보장받는 사회가 찾아오길 기대해본다.

노희주 기자 nnwrigg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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