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대비 2018년 여성 노숙인의 비율이 증가했다
△2013년 대비 2018년 여성 노숙인의 비율이 증가했다

  ‘2018 서울시 노숙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시 전체 노숙인 수는 3,478명이며, 성별에 따른 노숙인 수는 △여성=732명(21%) △남성=2,741명(78.8%) △미상=5명(0.2%)이다. 전체 노숙인 인구는 5년 전보다 1,027명 감소한 추세지만, 성별 비율을 비교해보면 여성 노숙인의 비율은 오히려 4%가량 증가한 상태다. 이러한 흐름에도 여전히 ‘홈리스’는 통념상  남성의 이미지로만 공유되고, 여성 홈리스는 가시화되지 못한 채 남아있다. 그렇다면 여성 홈리스들은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시설에서 생활하는 여성 노숙인의 비율이 남성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시설에서 생활하는 여성 노숙인의 비율이 남성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거리로 나오는 여성들
  노숙인 시설은 ‘입소 기준’에 따라 △자활 시설 △재활 시설 △요양 시설 △일시보호시설로 나뉜다. 그리고 노숙인은 거리에서 생활하는 ‘거리 노숙인’과 시설에서 생활하는 ‘시설 노숙인’으로 구분된다. 2018년 서울시를 기준으로 남성 노숙인의 75.5%(2,071명), 여성 노숙인의 92.3%(676명)는 시설에서 생활하는 시설 노숙인이다. 이렇듯 일반적 통념과 달리, 홈리스는 거리가 아닌 시설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불어 수치를 통해 알 수 있듯, 시설에서 생활하는 여성 노숙인의 비율은 남성보다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성범죄 등 여성 홈리스가 거리에서 마주하는 위험 요소가 남성보다 더욱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은 시설에 입소해야만 그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렇다면 여성이 노숙을 시작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여성 노숙인 생활 시설인 ‘열린여성센터’의 김민아 팀장은 그 이유로 ‘경제적 빈곤과 정신질환’을 꼽았다. 실제로 ‘2017 서울시 노숙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여성 노숙인은 남성보다 100명 이상 많다. 이를 증명하듯 재활 시설에 입소한 여성 중 65.9%가 정신질환자이며, 요양 시설의 경우 여성 입소자의 96.2%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그러나 김 팀장은 노숙의 원인을 다양한 요인이 얽혀 발생하는 복합적인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정신질환을 앓는 경우, 일자리를 구하기 매우 힘들어진다. 실업 상태가 지속되면 경제적 빈곤으로 이어지게 되고, 경제적 빈곤은 결국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처럼 여성 홈리스가 거리로 나오게 된 원인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유기적인 방식으로 연결된다. 김 팀장은 “홈리스가 어느 한 가지 이유만으로 노숙을 선택한 것이라면, 명확한 해결 방안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매우 다양한 원인이 혼합된 결과이기에 사회복지사의 적극적인 개입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고 전했다. 

△시설에서 생활하는 여성 노숙인의 비율이 남성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시설에서 생활하는 여성 노숙인의 비율이 남성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여성 노숙인 시설은 어디에 있나요
  더불어 여성 홈리스를 보호하는 데 가장 어려운 점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설의 수가 매우 적다는 것이다. 서울 복지 포털에 등록된 34개의 노숙인 보호소 중, 여성 노숙인 보호 시설은 모자 기관을 포함해 고작 8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26곳은 대부분 남성 노숙인을 위한 보호 시설인 셈이다. 게다가 노숙인 시설은 자활, 재활, 요양, 모자 기관, 가족 기관 등으로 세분돼, 요건별로 입소할 수 있는 곳이 정해져 있다. 그러다 보니 여성 홈리스가 갈 수 있는 보호 시설의 선택지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문제는 노숙인이 보호 시설에서 머무를 수 있는 기간이 짧다는 점이다. 노숙인 생활 시설의 보호 기간은 2년으로 규정돼 있어, 시설에 입소한 홈리스는 2년 이내로 자립 준비를 마쳐야 한다. 남성 홈리스의 경우, 경제적인 준비가 되지 않은 채로 시설에서 퇴소하더라도 비교적 보호 시설의 수가 많기 때문에 다른 시설로 재입소가 가능하다. 그러나 여성의 경우 보호 시설 수가 적기 때문에, 남성처럼 곧바로 다른 시설에 입소하기 어렵다. 심지어 서울 외 다른 지역은 여성 노숙인 시설이 아예 없는 경우도 많아, 남성 노숙인 보호 시설에 방 한 칸을 마련해 사용하기도 한다.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그렇다면 홈리스를 위한 지원 및 제도는 잘 마련돼 있을까. 먼저, 노숙인 시설은 크게 △숙식 지원 △건강 회복지원 △신용 회복지원 △일자리 사업지원 △심리 정서 지원 △주거 지원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개인이 운영하는 시설을 제외한 대부분의 노숙인 시설에 △인건비 △운영비 △급식비를 지원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홈리스를 위한 주택 지원 사업 역시 제도화돼 있다. 그 대표 사례가 바로 ‘임대 주택 사업’과 서울시의 ‘지원 주택 사업’이다. 임대 주택 사업은 주거가 불안정한 가구를 대상으로 임대 주택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사업이다. 초기에는 쪽방 혹은 고시원에 독립한 홈리스만이 지원 대상이었다. 그러나 2012년 임대 주택 사업이 정식으로 법적 제도화 되면서 지원 대상이 홈리스 전체로 확장됐다. 임대 주택의 월세는 10만 원 안팎으로, 최대 20년까지 2년씩 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 따라서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오랜 시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렇듯 임대 주택 사업이 본격적으로 자립을 시작할 때 주택을 얻을 수 있게끔 하는 제도라면, 지원 주택 사업은 역으로 홈리스에게 집을 먼저 제공한 후 치료 및 일자리를 지원하는 정책이다. 따라서 홈리스는 쪽방과 고시원 같은 불안정한 주거지에서 독립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갖춘 상태에서 자립을 준비할 수 있다. 


  그러나 다양한 제도와 지원이 마련돼 있다 하더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보호 시설의 수 자체가 현저히 적다면 적절한 지원이 이뤄지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여성 홈리스를 위해 사회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이에 대해 김 팀장은 ‘여성 홈리스 연계 시설 확충’과 ‘기관 내 생활 가능 기간 연장 제도’를 꼽았다. 대부분의 시설 노숙인은 2년 이내에 자립을 준비해 퇴소하지만, 현실적으로 2년 안에 완벽하게 독립을 준비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여성 홈리스 연계 시설을 확충해, 자립 준비 환경을 지속해서 제공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설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보호 시설의 생활 가능 기한을 2년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간 연장 제도를 통해 실질적으로 홀로서기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보장해야 한다. 이에 덧붙여 김 팀장은 여성 홈리스의 심리 상담을 위한 재정 지원도 절실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기관 내에서 정신질환이 있는 홈리스는 치료 마지막 단계에 약을 처방받곤 하지만, 사실 약물치료보다는 심리 상담을 통한 치유가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리 상담은 금액이 높아 홈리스 개인이 홀로 진행하기 어렵고, 상담 진행을 위해 연계할 수 있는 기관 또한 드물다.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 홈리스를 위한 심리 상담 재정 및 관련 제도를 마련해 홈리스 생활을 청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 김 팀장의 입장이다.  


  결론적으로 여성 홈리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마련되기 위해선 이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홈리스 자체에 대한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 ‘게으름’, ‘실패자’ 등 우리 사회에 만연하게 퍼져있는 홈리스에 대한 편견을 되돌아봄과 동시에, 그들이 거리로 나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이제는 여성 홈리스 문제를 개인사로 치부한 채 외면할 것이 아니라, 관심을 가지고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할 때다.

김가희 기자 skyballoon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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