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맛과 화려한 외향을 뽐내는 디저트 세계에서 한국의 전통 간식은 점점 생소해져만 간다. 그렇다면, 선조들이 즐겨 먹던 우리나라 전통 간식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쫄깃한 우메기부터 달콤 쌉싸름한 수정과, 다채로운 색의 찹쌀경단까지. 기자들이 직접 만들어 본 전통 간식으로 그 고유의 맛을 느껴보자.

김가희 기자 skyballoon00@naver.com
김도헌 기자 heenglow@naver.com
노희주 기자 nnwriggle@naver.com

 

달콤 쫀득한 맛, 우메기

재료: 찹쌀가루, 밀가루, 설탕, 생막걸리, 쌀 조청

 즐겨 먹던 과자들이 슬슬 지겨워질 때쯤, 유튜브 알고리즘은 나를 전통 간식 채널로 이끌었다. 수많은 섬네일 사이 눈을 사로잡은 음식은 ‘우메기’였다. 우메기는 찹쌀가루와 밀가루, 막걸리로 만든 반죽을 기름에 지져내는 떡이다. 최근 들어 베이킹에 욕심이 생긴 탓에, 영상을 끄고 당장 마트로 달려가 필요한 재료를 사 왔다.

 떡 반죽을 시작하기 전 달콤한 맛을 더해줄 ‘즙청액’을 먼저 만들었다. 물과 쌀 조청을 냄비에 넣고 센 불에 5분 정도 끓여내니, 손쉽게 즙청액을 완성할 수 있었다.

 즙청액을 식히는 동안 냄비에 물을 올렸다. 우메기를 만들기 위해선 뜨거운 물로 반죽하는 익반죽이 필수기 때문이다. 체로 한 번 거른 찹쌀가루와 밀가루에 설탕을 넣은 다음, 생막걸리를 조금 붓고 손을 갈고리 모양으로 만들어 섞어줬다. 이후 끓어오른 물을 조금씩 넣어가며 익반죽을 시작했다. 역시나 반죽을 치대는 손은 점점 뜨거워졌고, 손목에는 시큰한 통증마저 느껴졌다. 하지만 5분 정도 지나니, 끈적한 반죽이 손에서 묻어나지 않았고 마침내 반죽을 완성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반죽을 찹쌀도너츠 정도의 크기로 동그랗게 빚어 가운데 구멍을 냈다. 식용유를 부은 냄비를 불에 올리고, 식용유에 기포가 올라오기 시작할 때쯤 반죽을 냄비 속에 넣었다. 그리고 15분 정도 기다리니 반죽에 먹음직스러운 갈색빛이 돌았다. 우메기를 건져 살짝 식힌 후, 즙청액에 30분 정도 담갔다 꺼내 실온에 굳혀 완성했다.

 조금 오래 익힌 탓인지 우메기의 겉은 약간 딱딱했지만 속은 쫀득했다. 너무 달까 우려했던 것과 달리 심심한 듯 달곰한 우메기는 계속 손이 갔다. 무엇보다 떡을 직접 만들었다는 사실에 뿌듯했다. 완성하기까지 그 과정이 쉽진 않았지만, 만들어 먹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알싸하고 건강한 맛, 수정과

재료: 통계피, 생강, 흑설탕, 물

 어느덧 여름이 지나고 바람이 쌀쌀해지고 있음을 실감했다. 서늘함이 느껴지는 날씨와 함께 건강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되는 요즘, 몸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러던 중, 호흡기 면역에 좋은 ‘수정과’가 환절기에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료로 사용되는 계피는 혈액순환과 체온 유지에도 효능이 있다고 해, 수정과를 직접 만들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우선, 통계피와 생강 손질에 나섰다. 둥글게 말려있는 통계피를 세로로 쪼갠 후, 안쪽 면에 먼지가 남지 않도록 깨끗이 씻어냈다. 생강은 껍질을 벗겨내고 칼로 잘게 썰었다. 그 후 끓는 물에 통계피와 생강을 넣고, 불의 세기를 중간으로 맞췄다. 끓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물이 진한 색으로 우러났고, 알싸한 계피 향이 집안에 맴돌기 시작했다.

 30분이 지나고, 끓는 물에 흑설탕 세 숟가락을 넣고 저었다. 계피와 생강만으로는 맛이 텁텁할 수 있기에, 기호에 맞춰 설탕의 양을 조절해 넣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상태에서 1시간을 더 끓여 체에 계피와 생강을 걸러내면 수정과 완성이다. 하지만, 완성된 수정과는 다소 오랜 시간을 끓인 탓인지 물이 증발해버려 남은 양이 매우 적었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지만, 끓는 상태를 틈틈이 확인해야 한다는 것을 그때야 깨달았다.

 온기가 식기 전, 수정과를 얼른 찻잔에 따라 한 모금 마셨다. 한약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쓰고 독한 향이 났지만 의외로 달콤한 맛도 공존했다. 얼얼함도 느껴졌는데 자극적인 조미료 하나 없이도 이런 맛을 낼 수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수정과는 시원하게 얼려 먹어도 맛있고, 취향에 따라 대추나 잣, 곶감 등을 띄워 마셔도 좋다. 계절을 가리지 않고 몸의 안식을 선사하는 수정과, 집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들어볼 수 있는 만큼 많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알록달록 나만의 맛, 찹쌀경단

재료: 카스테라, 치자 가루, 녹차 가루, 자색 고구마 가루, 찹쌀가루, 감자 전분, 올리고당

 ‘우리 선조들은 당이 떨어질 때 어떤 간식을 먹었을까?’ 자꾸만 몸이 처지는 요즘, 브라우니와 머핀을 집어 들다 궁금증이 들었다. 다가오는 명절에는 달콤 짭조름한 서양과자 대신 우리나라 고유의 맛을 느껴 보고자, 전통 간식인 찹쌀경단을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

 우선, 카스테라를 중간 크기의 체에 으깨 가루로 만들었다. 그다음 카스테라 가루를 삼등분으로 나눠 각각 치자, 녹차, 자색 고구마 가루와 섞었다. 2분 남짓한 시간 동안 섞으면 가루에 적당히 발색이 오르는데, 이러면 찹쌀경단 겉면을 장식하는 고물 준비는 끝이다.

 그다음 찹쌀경단의 하이라이트, 찹쌀가루 익반죽에 도전했다. 익반죽은 찹쌀가루에 끓는 물을 조금씩 첨가해 점성을 가하는 반죽 방법으로, 경단의 모양을 만들기 위해선 꼭 거쳐야 하는 절차다. 하지만 익반죽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하려니 매우 위험하고 어려웠다. 몇 번이나 화상을 입을 뻔한 것은 물론, 손에는 찹쌀가루가 달라붙어 도무지 떼어지지 않았다. 실패를 거듭하다 찹쌀가루를 소량씩 익반죽해야 점성이 쉽게 붙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뒤부턴 뜨거움을 견디며 천천히 반죽해 나갔다.

 이제 반죽을 익히고, 고물을 입히면 완성이다. 완성한 반죽은 22g씩 계량해 둥글게 빚은 후 감자 전분을 묻혔다. 그리고선 끓는 물에 둥근 모양의 반죽을 하나씩 집어넣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찹쌀경단이 물 위에 동동 뜨기 시작했고, 다 익은 찹쌀경단을 골라 곧바로 얼음물에 담가 식혔다. 식힌 찹쌀경단은 올리고당을 묻히고 겉면에 고물을 덮어 마무리했다. 완성한 경단은 한입에 쏙 들어가는 크기로, 겉은 달달하고 속은 쫄깃쫄깃해 이색 간식으로 제격이었다. 천연가루에 따라 고물의 맛이 달라져, 색깔별로 먹는 재미도 있었다. 만드는 과정은 분명 고단했지만 인내하며 만든 만큼 더욱 맛있는 간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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