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이미지
Ⓒ네이버 이미지

  영화 <남매의 여름밤>은 방학 동안 할아버지 집에서 생활하게 된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독립 영화다. 영화는 남매와 가족들의 소소한 일상을 덤덤하게 풀어내 매일 마주하는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영화가 묘사한 평범한 가족의 모습은 공감을 일으켜, 관객이 영화에 더 깊이 몰입할 수 있게 한다.

잔잔한 위로를 전하는 여름밤의 이야기

  여름방학이 시작된 후 아빠와 옥주, 동주 남매는 방학 동안 할아버지 집에 머무르기로 한다. 적막했던 할아버지 집은 반가운 고모까지 모여 사람 소리로 북적북적해진다. 영화 <남매의 여름밤>은 어디선가 들어본, 혹은 우리일지도 모르는 가족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풀어낸다.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평범한 일상을 소재로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는 점이다. 생일 케이크를 보고 환하게 웃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세월에 무뎌졌을법한 노인에게도 순수함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일러준다. 또한, 옥주에게 선물 받은 모자를 할아버지는 집 앞 텃밭을 나갈 때도 항상 쓰고 나갔다. 무뚝뚝한 할아버지의 손녀를 향한 애정이 느껴지는 이 장면은 관객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이처럼 영화는 가족이 함께하는 일상의 온기를 전하며, 바쁜 하루 속에서 미처 신경 쓰지 못한 우리의 가족을 떠오르게 한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영화 속의 남매가 ‘옥주와 동주’ 남매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아빠와 고모’ 남매의 모습도 함께 담아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두 남매의 모습을 통해 영화는 한 사람의 일생을 보여준다. 싸우고 화해하며 성장통을 겪는 옥주와 동주는 ‘어린 시절의 모습’을, 지난날을 추억하고 이제는 현실적인 고민을 나누는 아빠와 고모는 ‘어른의 모습’을 대신한다. 상반된 두 남매의 모습을 보며 관객은 어린 시절의 추억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그리는 시간을 갖는다. 
  영화 <남매의 여름밤>은 나와 우리를 포괄한 평범함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가치를 지닌다. 극적인 상황의 연출 없이 일반적인 일상으로 만들어 낸 공감은 생각보다 깊은 여운을 남긴다. 그리고 그 공감은 우리 모두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위로로 번진다. <남매의 여름밤>은 사소하지만 함께이기에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그려낸 따뜻한 작품이다.

김가희 기자 skyballoon00@naver.com

 

 

Ⓒ네이버 이미지
Ⓒ네이버 이미지

  최근, 영화 산업의 성평등 지수를 판단하는 ‘벡델 테스트’가 화제다. 이 테스트를 고안한 미국의 만화가 앨리슨 벡델의 그래픽노블 『펀홈』에는, 자신과 가족에 대한 자전적 이야기가 녹아있다. 그래픽노블이란 만화와 소설을 결합한 형식의 작품으로, 작가의 내면을 그림과 글을 통해 보여준다.

딸과 아버지, 함께 평행선 위를 걷다

  레즈비언임을 커밍아웃하고 살아가는 딸 앨리슨 벡델과 게이라는 사실을 평생 감추고 살았던 아버지 브루스 벡델. 두 사람 사이에는 좁혀지지 않는 틈이 있다. 어느 날, 브루스가 갑작스레 사망하게 되고 앨리슨은 아버지의 사인이 자살이라고 판단한다. 그래픽노블 『펀홈』의 작가이자 주인공인 앨리슨은 ‘죽음’과 ‘퀴어(queer)’를 중심으로 아버지의 지난 삶을 추적해나간다.
  이 책은 앨리슨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의 기억이 뒤섞인 채 전개된다. 따라서 시간의 흐름이 아닌, 앨리슨의 내면을 중심으로 사건의 퍼즐을 맞춰나간다. 책의 제목인 펀홈은 ‘Funeral home’의 약자로, 벡델 가족이 운영하는 장례식장의 이름이다. 장의사였던 브루스는 앨리슨에게 시체를 보여주곤 했는데, 그 영향 탓인지 앨리슨은 브루스의 시체를 볼 때도 무덤덤한 반응을 보인다. 이러한 태도를 통해 책은 죽음이란 삶의 일부이자 평범한 일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전달한다.
  앨리슨은 브루스의 죽음을 되짚어가며 은연중에 그의 성 지향성이 드러났던 순간들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는 모두 앨리슨의 추측에 불과할 뿐, 브루스가 자신의 이야기를 가족에게 단 한 번도 들려준 적 없다는 사실에 씁쓸함을 느낀다. 이 책은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도 진실하지 못했던 브루스의 태도를 통해, 가족이라도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어렵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하지만 “아버지가 버텨온 거짓의 끝이 내 진실의 시작”이라고 말하는 앨리슨의 모습에서, 그가 아버지 브루스의 과거를 딛고 일어나 자신의 삶을 나아가리라는 희망을 엿볼 수 있다. 『펀홈』의 부제는 ‘가족 희비극’이다. 책의 부제가 말하듯 가족이란 혼란스럽고 불편할 수 있지만, 동시에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공동체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김도헌 기자 heenglow@naver.com

저작권자 © 동덕여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