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플레이컴퍼니 조일지 대표

각종 영화제에서 여성 감독의 입지가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영화계에서 그들의 영화는 여전히 평가 절하되거나 재단되곤 한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 여성영화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등장했다. 바로 ‘㈜퍼플레이컴퍼니’다. ㈜퍼플레이컴퍼니는 최근 ‘2020년 여성가족형 우수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되면서, 여성영화의 판로를 개척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성평등한 영화계를 꿈꾸는 ㈜퍼플레이컴퍼니 조일지 대표를 만나 그의 삶과 경영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퍼플레이컴퍼니 대표 조일지입니다. ㈜퍼플레이컴퍼니는 여성영화 스트리밍 서비스 ‘퍼플레이’와 온라인 매거진 ‘퍼줌’을 운영하는 기업이에요. 저희는 기존 영화 시장에서 활발히 유통되지 않던 여성영화를 위한 콘텐츠를 제작합니다.

 

퍼플레이를 기획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한국퀴어영화제에서 사무국장으로 일하면서 1년에 천 편이 넘는 영화를 봤는데요. 그 당시 영화제에서 심혈을 기울여 선정한 영화들이 일회성으로 소모되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극장 상영뿐 아니라 온라인으로 관람할 수 있는 플랫폼조차 없었고, 영화를 검색해도 관련 정보를 얻기 어려웠죠. 특히 여성영화는 영화계의 성비가 불균형한 탓에 더욱 주목받지 못했고요. 이러한 한계를 넘어, 누구나 쉽게 여성영화를 즐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퍼플레이를 기획하게 됐어요.

 

개발 중 어려움이 있었다면요
 퍼플레이를 제작하면서 몇 번이고 자금난에 부딪혔어요. 작은 규모로 시작했기에 거대 자본이 만든 OTT(Over The Top) 플랫폼만큼의 관람 환경을 제공하는 게 쉽지 않았죠. ‘월정액 결제’와 같은 구독형 서비스를 시행하지 않은 이유 역시 자본의 한계 때문이었습니다. 구독자 수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서비스를 도입하면 감독님께 수익을 바로 지급하지 못할 우려가 있었거든요. 따라서 감독님께 수익을 안정적으로 배분할 수 있도록 ‘건별 결제’를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건별 결제는 이용자가 보고 싶은 영화만 개별 구매하는 방식인데요. 앞으로도 스트리밍 서비스 결제 방식은 감독님의 수익을 보장하면서 동시에 이용자의 편의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보완해나갈 계획입니다.

 

스트리밍 서비스로 영화를 배급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해요
 퍼플레이를 개발하기 전, ‘영화계에 정말 여성영화가 없는 걸까?’라는 의문으로 199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여성 감독이 만든 영화를 조사했어요. 이를 통해 장편영화 300여 편과 단편영화 900여 편의 작품 목록을 만들고, 일차적으로 영화를 선정했습니다. 이후의 영화 배급은 퍼플레이 내부에서 정한 평가 항목을 따르고 있어요. 이 영화가 갖는 가치는 무엇인지, 현 사회의 흐름에 어긋나지는 않는지 등 영화의 전반을 살피는 과정이죠. 이러한 과정을 통과한 영화들이 스트리밍 서비스 제공으로 이어집니다.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여성영화의 정의가 궁금합니다
 여성 서사 혹은 여성 감독이 제작한 영화, 젠더 이분법에 도전하는 영화까지 전부 여성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즉, 여성 인물의 역할을 제한하거나 선정적인 모습만을 부각하는 남성 중심 영화의 대척점인 거죠. 여성영화는 다양한 상황에 놓인 여성을 다루면서, 남성의 역할도 한정하지 않는 특징이 있어요. 그렇기에 여성영화를 계속해서 소비하고 제작한다면, 한국 영화계가 다양성을 지향하는 영화계로 발돋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성영화 제공 서비스가 영화계에 선순환을 일으킬 수 있는 이유가 있다면요 
 퍼플레이는 기존 영화계에서 쉽게 접할 수 없던 여성영화의 관람 창구인데요. 저희 서비스를 계기로 누군가는 새로운 분야의 영화를 알게 되거나, 남성 중심의 상업 영화가 갖는 문제를 인지할 수도 있겠죠. 이를 통해 다양한 결의 영화를 원하는 관객이 늘어나면 영화계는 그 수요를 반영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고의 선순환은 여성 제작자들이 계속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끔 그 환경이 마련되는 거겠죠. 기존 영화계는 남성 중심 서사가 지배적이었고, 그로 인해 여성 감독은 빛을 받지 못했어요. 실제로 전국 연극영화과 입학생 성별의 비율은 여성이 남성을 웃도는 데도, 최근에 개봉한 상업 영화 중 여성 감독이 연출한 작품은 소수에 불과하죠. 아무래도 수가 적다 보니 여성 감독에게는 안정적인 수입 환경이 더욱 보장되지 않고요. 퍼플레이 같은 플랫폼을 통해 여성영화가 더는 비주류에 속하지 않게 된다면, 그 자체로 분명 선순환이 아닐까요.

 

매거진 퍼줌의 의의는 무엇인가요 
 퍼줌은 여성영화 평론을 비롯해 영화 제작기, 여성 영화인의 인터뷰를 담는 온라인 매거진입니다. 여성영화와 관련된 얘기를 여성의 시선에서 공유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기획했죠. 개인적으로는 이 서비스를 통해 영화인을 꿈꾸는 여성들이 힘을 얻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퍼줌은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측면으로 제작되곤 했는데요. 앞으로는 독자와 더욱 소통할 수 있는 매체로 나아가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성영화가 활발히 제작·유통되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영화계 시장 조사를 하면서, 대중이 영화를 고를 때 본인 취향보다 타인의 견해를 더 많이 반영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대부분은 영화 평점이나 지인 추천 등 외부적인 환경의 힘이 더 크게 반영됐던 거죠. 그렇기에 여성영화가 활발히 제작되기 위해선 대중으로부터 적극적이고 가시적인 행동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포털 사이트에 여성영화의 평점을 등록하는 것, SNS를 통해 영화 후기를 기재하는 것 모두 영화계를 바꿀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대학생 시절 대표님은 어떤 분이셨나요
 대학생 땐 ‘공동체 라디오’에서 열심히 활동했습니다. 공동체 라디오는 쉽게 말해 지역 공동체가 운영하는 라디오로, 오늘날 팟캐스트와 유사해요. 당시 라디오 운영 전반에 참여하면서 제가 가치 있다고 여기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에 매력을 느꼈고, 미디어의 힘을 깨닫기 시작했죠. 그중 가장 영향력 있는 대중 미디어가 영화라고 생각했고요. 이러한 경험들이 쌓여 퍼플레이 제작까지 이를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마지막으로, 동덕여대 학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퍼플레이를 운영하면서 유독 여성이 자기검열을 심하게 한다고 느꼈어요. 준비를 잘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동덕여대 학우분들도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주저 말고 도전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노희주 기자 nnwrigg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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