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핸드에서 집계한 전국 유기동물 현황 통계다
△포인핸드에서 집계한 전국 유기동물 현황 통계다

 

  오늘도 인터넷엔 반려동물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담은 사진이 수도 없이 올라온다. 그러나 한쪽에선 구조된 유기동물들의 보호조치 공고가 업로드된다. 반려동물 천만 시대, 그 이면엔 동물 유기라는 고질적인 사회 문제가 자라나고 있다.
  반려동물은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어서’, ‘짖어서’ 혹은 ‘너무 빨리 자라서’ 등의 이유로 거리로 쫓겨난다. 특히 명절과 같은 휴가철을 거치고 나면 보호조치 공고 건수는 더욱 늘어난다. 실제로,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였던 지난 6일에만 전국에서 총 610마리가 구조됐다.
  유기동물 입양 및 실종동물 찾기 플랫폼 ‘포인핸드’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월부터 올해 10월 7일까지 전국에서 집계된 유기동물의 수는 456,904마리다. 유기동물은 주로 구조를 통해 지자체 동물보호센터로 이송된다. 하지만 여기서 구조되지 못하거나 사설 유기동물보호소에서 관리하는 동물까지 포함한다면 실제 유기동물 수는 집계된 것보다 더 많다. 
  통계에 포함된 유기동물 중 입양 성사 비율은 단 30%(135,189마리)다. 입양률은 매해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사망한 동물의 수도 적지 않다. 전체 유기동물 중 26%(119,344마리)는 자연사했으며, 22%(100,776마리)는 안락사됐다. 그 외에는 △보호 중=7%(31,140마리) △반려인 반환=13%(58,447마리) △기증=2%(7,984마리) △방사=1%(4,024마리)에 해당한다.

 

△사설 유기동물보호소에서 보호 중인 개의 모습이다
△사설 유기동물보호소에서 보호 중인 개의 모습이다

 

재정‧인력난의 사설 유기동물보호소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등록된 동물보호센터로는 △시‧군 직영 △시설위탁 △위탁 보호 센터가 이에 해당하며, 지자체가 운영하지 않는 보호소는 ‘사설 유기동물보호소’로 분류된다.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지자체 동물보호센터 인증을 위해서는 ‘진료실, 사육실, 격리실 및 사료 보관실을 각각 구분해 설치해야 한다’는 기준이 있다. 그 외에도 출입구 소독조, 외부인 출입 통제 장치, 위생관리를 위한 급수시설 등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
  하지만 사설 유기동물보호소는 별도의 규제가 없어 위와 같은 시설이 필수로 마련돼있지 않다. 무엇보다 개인이 자체로 운영하는 사설 유기동물보호소는 정부로부터 운영비를 받지 않고, 불규칙적으로 들어오는 후원(후원금, 후원 물품)에 의존한다. 따라서, 부족한 운영비로 완벽한 보호 환경과 시설을 갖추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사설 유기동물보호소의 운영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2일,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한 사설 유기동물보호소에 방문했다. 이곳은 소장님 한 분이 운영하는 보호소로, 대중교통으로 방문하기 어려운 외곽 지역에 있다. 구체적인 주소는 봉사자에게만 공개하고 있는데, 주소를 공개할 경우 보호소에 동물을 유기하는 경우가 간혹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보호소에는 약 150마리의 유기견이 생활하고 있다. 보호견의 크기와 행동 특징에 따라 견사를 실내‧외로 분리하고,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적절한 공간이 확보된 견사 내에 보호하고 있다. 이 보호소에서 머무는 유기견 대부분은 봉사자들을 살갑게 반긴다. 기자가 견사 내부로 들어갔을 때, 일부 보호견들은 다리를 붙잡고 한참을 놓아주지 않거나 뒤꽁무니를  계속 따라다녔다. 하지만 몸을 떨며 봉사자들의 손길을 두려워하는 보호견도 적지 않았다. 그 모습에서 보호소에 오기 전 누군가로부터 받았을 공포와 두려움이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 가기도 했다.
  유기동물보호소에서는 매일 1~2회 정도 견사 청소 작업을 하고, 수시로 사료와 물을 배급한다. 그러나 소장님 외에는 상근 직원이 따로 없어, 봉사자가 없는 날은 작업을 진행하지 못한다. 따라서 자원봉사자의 발걸음이 절실한 상태지만, 기자가 방문한 날에도 오직 세 명의 봉사자만이 보호소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봉사자 A 씨는 “봉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고정적으로 방문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관심을 두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견사 앞에 각 동물의 행동 특징이 적혀있다
△견사 앞에 각 동물의 행동 특징이 적혀있다

 

폭력과 죽음에 노출되는 유기동물
  이렇게 유기동물을 구조한다 해도, 지속적인 관리는 보장되지 않는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지자체 동물보호센터는 ‘보호 중인 동물에게 질병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인도적인 방법으로 처리’해야 한다. 여기서 인도적인 방법이란 ‘안락사’를 뜻한다. 원칙적으로, 유기동물의 보호조치를 공고한 후 10일이 소요되고도 기존 반려인을 찾지 못한다면 지자체가 동물의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 이 소유권을 취득하면 유기동물은 입양이 가능하다. 그러나 10일이 지난 유기동물 대부분은 입양되지 못해 안락사로 삶을 마감한다. 일부 보호센터에서는 질병 회복 가능성이 작다는 이유로 이 공고일을 지키지 않고 안락사를 강행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사설 유기동물보호소의 경우 안락사에 관한 법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때문에 ‘안락사 없는 보호소’라는 문구를 내걸며 관리하는 보호소가 있는 반면에, 무분별한 안락사로 논란이 된 보호소도 존재한다. 실제로 지난해 1월에는 국내 최대 규모로 꼽히던 한 동물보호단체에서 건강에 이상이 없는 동물까지 안락사를 강행했다는 사실이 전해지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수많은 동물을 수집하곤 제대로 된 관리 없이 방치해 입양 문화에 악영향을 미치는 ‘애니멀 호더’도 만연하게 존재한다.

‘사지 말고 입양’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
  보호소의 환경 개선 역시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동물을 사지 않고 입양하는 것이다. 유기동물 입양은 안락사되는 동물 수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는 장기적인 측면에서도 구조 및 보호 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유기동물을 입양할 시엔 동물들이 또다시 폭력에 노출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한 기준을  통해 입양이 이뤄질 수 있게 해야 한다. 따라서 동물보호시민단체 ‘동물권행동 카라’는 동물 입양 시 입양자의 거주 환경과 가족 형태 등 자세한 정보를 수집하고, 입양 동물의 중성화 수술을 필수로 하고 있다. 또한,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018년부터 유기동물 입양 시 입양비를 지원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를 통해 중성화수술비, 질병 치료 및 예방접종 비용을 지원함으로써, 유기동물 입양 문화를 활성화하고자 하고 있다.
  동물 유기는 곧 생명에 대한 책임을 저버리는 것과 같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선 여전히 ‘공장식 사육’으로 동물이 손쉽게 출생하고 버려진다. 그리고 유기동물이 ‘불법 개 농장’과 같이 버려진 동물을 식용 목적으로 매매하는 업자에게 흘러 들어가는 일이 발생한다. 이처럼 동물로 이윤을 취하려는 비도의적 행위로 생명 윤리를 저버리는 일은 계속해서 자행되고 있다. 그 폭력으로부터 동물을 보호하고, 안전한 공간에서의 삶을 영위시키기 위해 여러 유기동물보호소에서는 자발적인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보호소의 문을 걸어 잠그고 뒤돌아서는 순간, 유기동물들은 다시 홀로 남는다. 그 눈동자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김도헌 기자 heenglo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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