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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노블 『환절기』는 아들과 그의 친구가 우정을 넘어선 관계임을 알게 된 엄마의 시선에서 전개되는 작품이다. 이 책은 주인공들의 풋풋하고도 순정적인 연애뿐 아니라, 제삼자인 엄마가 느끼는 혼란과 고민을 함께 제시한다.

우리에게도 아픔은 과거가 된다

  그래픽노블 『환절기』는 사실적인 그림 묘사와 절제된 감정 표현으로 인물들의 아픔을 담은 작품이다. 수현은 동성 연인인 용준과 함께 사고를 당해 식물인간이 되고, 수현의 엄마 미경은 홀로 살아남은 용준을 미워한다. 사고의 충격도 잠시, 미경은 아들의 성 지향성과 남편의 불륜을 알게 돼 혼란에 휩싸인다.
  이 책은 가족애의 부재와 동성애자의 고충을 소재로, 인물들의 아픈 시간을 ‘환절기’에 비유한다. 그중 용준은 가족애가 부재해 괴로워하는 인물로 표상된다. 그의 결핍은 엄마의 죽음 후 드러나며, 용준은 자신을 외면하는 아빠와 형에게서 거리 두기 시작한다. 가족으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 용준은 행복을 불필요한 것으로 여기며 자신의 처지를 합리화한다. 독자는 행복을 좇지 못하고 공허함에 안주하는 그의 모습에서 공감과 연민을 느낀다. 수현의 경우, 가족에게 자신의 성적 지향을 털어놓지 못해 힘들어한다. 이를 통해 작품은 사회적 시선을 감당해야 하는 동성애자의 심경을 보여준다. 이는 퀴어에겐 공감으로, 논퀴어에겐 그들이 견뎌내는 편견의 무게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로 작용한다.
  미경은 견디기 힘든 일들이 계속되자, “평범히 사는 게 힘들다. 착하게 산 나한테 왜 이러지?”라고 심경을 토로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주변의 수군거림과 차가운 동정에 절대 주저앉지 않는다. 한 계절이 지날 때 지독한 감기를 앓아야 새 계절에 적응하는 것처럼, 혼란스러운 환절기를 겪고 미경은 끝내 용준을 받아들인다. 이에 작가는 ‘아픔은 인격적으로 한 층 성장하게 만드는 기회’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래픽노블 『환절기』는 가족의 사랑과 믿음이 필요한 사람들을, 동성애를 바라보는 제삼자의 태도를 현실적으로 표현했다. 서로를 향한 원망은 희미하게 남을 뿐, 겨울이 지나 봄이 오듯 영원할 줄 알았던 고통의 시간은 지나간다.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살아가는 인물들의 모습은, 아픔도 지난날의 기억이 된다는 깨달음을 남긴다.

이주은 수습기자 flowerjue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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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은 삶의 주체가 될 수 없던 18세기 프랑스.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현실을 뛰어넘고 교감하는 두 인물의 이야기를 전한다. 신분의 벽을 허물고, 숨김없이 감정을 드러내는 이들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예술’을 통해 전하는 특별한 기억 방식

  동성 간의 사랑을 허용하지 않던 시대에서 두 여인이 화가와 피사체로 만난다. 억압된 현실 속, 엘로이즈와 화가 마리안느는 서서히 사랑에 빠진다.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서로를 향한 열정으로 타오르는 두 여인을 화려한 기법 없이 섬세하게 표현한다.
  우선, 이 영화는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여성을 그린다는 점에서 가치를 지닌다. 당시의 순리인 결혼이 아닌 직업을 선택한 마리안느 그리고 원치 않은 임신에 낙태를 선택하는 하녀의 태도는 그들의 주체성을 잘 보여주는 예다. 영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나아가 색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바로 엘로이즈가 남성 중심 신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를 여성 인물 중심으로 해석하는 장면이다. 엘로이즈는“(뒤돌아보라고) 여자가 말했을 수도 있죠”라며 기존의 성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대사를 남긴다. 
  이 영화가 갖는 가장 큰 매력은 다채로운 예술 장르의 등장이다. 대표적인 예로 엘로이즈의 초상화를 들 수 있다. 마리안느가 엘로이즈의 초상화를 완성하는 즉시 작품은 정략결혼 상대에게 보내진다. 그렇기에 초상화의 완성은 곧 두 인물의 이별을 뜻한다. 영화는 이러한 의미를 지닌 초상화의 완성과정을 캔버스 위 붓질을 통해 세밀하게 보여준다. 이뿐 아니라, 백색소음부터 입체음향까지 적재적소에 맞게 등장한 음악은 영화를 빈틈없이 채우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렇게 영화는 미술과 음악이라는 두 장르로 몰입감과 예술성을 한층 높였다.
  끝내 초상화가 완성되고, 엘로이즈는 원치 않던 결혼을 받아들인다. 그럼에도 그는 ‘초상(肖像)’을 통해 마리안느와 함께했던 순간을 절대 잊지 않는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떨어져 있지만 있는 힘껏 서로를 기억하는 두 인물의 사랑법을 통해, ‘기억’이라는 사랑의 또 다른 정의를 알려준다.

장수빈 수습기자 subin53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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