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야 몇 달이면 끝날 줄 알았던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이하 코로나)가 유발시킨 비대면 현상은 사회 전반에 큰 충격과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대학은 양질의 교육을 받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화상 수업으로 많은 실망감을 주고 있으며, 기업은 가능한 범위에서 재택근무 방법을 구하는 등 해결점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코로나는 지금까지 유지해 왔던 인간 삶의 보편적 패러다임을 급속하게 변화시키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의식주 중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주거 개념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과거부터 이어져 온 주거의 기본이었던 집합주택, 특히 우리나라처럼 아파트가 중심인 주거문화의 문제점이 코로나로 인해 부각되고 있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는 “현재 주거공간의 체계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요구하는 기능을 수용하지 못한다”며 “예컨대 그동안은 아파트 내 테라스 등을 확장해 넓게 쓰려는 추세였다면, 앞으로는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별도로 마련하려는 수요가 많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잭 도시 트위터 CEO는 “코로나가 끝나더라도 직원들은 앞으로 계속 원격근무가 가능하다”고 선언했다.

  뉴욕은 최근 시내 중심인 고가의 집합 주거공간에서, 재택근무가 용이하고 독립된 주거 생활이 가능한 외곽지역으로 인구가 움직이고 있다. 국내 또한 네이버와 같은 IT기업이나 삼성, LG, SK와 같은 대기업에서도 비대면 근무방식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수요가 성냥갑처럼 획일화되고 자연과 함께하지 못하는 아파트로 대변되는 도시중심의 집합주택에서, 자연환경과 가족 및 개인 프라이버시가 중시되는 개인주택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예상을 남긴다. 또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사람들은 주거공간 내 사무공간 마련, 운동시설, 가구 교체 등 인테리어와 조경 환경에 많은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안락성과 편리성을 갖춘 가구와 IT가전도 인기를 얻고 있다.


  어떻게 보면 코로나는 과거 주거문화가 기반으로 하는 잘못된 자본주의의 투자 개념에서 탈피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일과 여가생활의 병행이 가능하고 자연과 함께할 수 있으며 다양한 인간의 공간 활용이라는 ‘신개념 주거문화’를 촉발해낼 것이다.

                                             박찬호 (디자인대학 시각실내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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