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련함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계절입니다. 2018년 2학기, 추가의 추가모집으로 학보사에 들어왔습니다. 중도에 그만둘 수 없으리란 선견지명이었던 걸까요. 한참을 망설이다 뒤늦게 지원했습니다. 기자라는 직함이 멋쩍어 발음을 뭉개던 첫 순간이 떠오릅니다.


  취재가 막히던 날, 조판 당일에 기사를 엎던 날, 이틀을 연이어 새던 밤 모두 선명합니다. 조판이 끝나면 바로 다음 호를, 방학엔 다음 학기의 학보를 준비했습니다. 학과와의 병행도 힘들어 다른 활동은 거들떠보지도 못했습니다. 과중한 업무에 동기는 하나둘 떠났고, 학보사만 바라보는 제가 미련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오래 가는 것이 진정 강한 것이란 믿음으로 나아갔습니다.


  언제부턴가 저는 어떻게 해야 학우들이 기사를 한 줄이라도 읽을지 고민하는 ‘기자’가 돼 있었습니다. 수업을 듣거나 핸드폰을 보다가도 아이템이나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메모에 적기부터 했습니다. 기사를 준비할 땐 녹취를 반복해 듣고 수십 번의 퇴고를 거쳐 완성했습니다. 뛰고 고민하고 쓰는 동안 학보사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은 어느새 불어났습니다.


  데스크단으로 임했던 올해, 학생 없는 학교에서 신문 발행은 쉽지 않았습니다. 기자로 일하며 많은 어려움을 마주했지만, 코로나19(이하 코로나) 사태는 결을 달리했습니다. 불가피하게 발행 부수를 줄이고, 대부분의 일정을 비대면으로 진행해야 했습니다. 계획이 몇 번이고 무너지면서 겪는 낭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때일수록, 학내 언론만큼은 더 굳건하게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안 될 이유를 찾기보다,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고 다짐했습니다.


  먼저, 코로나 사태로 접근성이 높아진 온라인 학보 사이트와 SNS를 개편했습니다. 카드뉴스의 디자인, 색, 폰트 등을 모두 학보사의 정체성을 담아 개편·획일화했습니다. 많은 학우가 이용하는 교내 커뮤니티와 인스타그램에도 기사와 카드뉴스를 매 호 올렸습니다. ‘우편발송서비스’도 도입했습니다. 더 많은 학우가 지면학보를 읽기 바라며, 사비를 보태 학보를 발송했습니다. 이뿐 아니라, 작년부터 준비한 학보사 캐릭터를 지면 위로 내보냈습니다. 공모전을 실시해 학우의 아이디어로 캐릭터 이름을 짓고, 기사에 삽입해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서고자 했습니다.


  보도의 본질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올해만 다섯 번의 속보를 썼고, 등록금 반환을 포함한 코로나 관련 사안을 쫓았습니다. 국제교류 학생, 생활관 운영 등을 다루며 실태를 점검했고, 하일지 전 교수 사건의 피해자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흩어진 관심을 다시 모았습니다.


  아울러 페미니즘과 사회 이슈에도 주목했습니다. 빅데이터 성차별, 여성 홈리스부터 무연고자 장례식, 청년 주거 문제, 기후위기까지 다양한 사회 문제를 다뤘습니다. 외연도 넓혔습니다. 5개 여성대학과 연합해 기획기사를 작성했고, 교내 동아리와 협력해 동덕문화상 수상작을 큐레이팅하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외부 이벤트 없이 학보사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수습기자 지원자 수 또한 지난해보다 두 배 증가했고, 교내 커뮤니티에서 학보사를 언급하는 글도 눈에 띄게 많아졌습니다. 사건이 생기면, 학우분들께서 먼저 학보사를 찾아주셨습니다.


  기자로 일하며 저는 자주 거절당하고, 가끔 실패하고 아주 가끔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종종 무용함과 의구심을 마주하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학보사의 존재 이유와 보람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와 보람은 오로지 학우들이 기사에 반응했을 때, 학보사를 먼저 찾아주셨을 때 채워졌습니다.


  매년 학생사회와 대학언론 앞엔 위기론이라는 단어가 붙습니다. 그 위기를 넘고 읽히는 신문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읽을지 말지의 선택권은 결국 학우들에게 있습니다. 학우들이 읽기를 택했을 때, 비로소 학보사는 학교를 견제하고 진실을 보도하는 본분을 다할 수 있습니다. 동덕여대학보가 그 본분을 다할 수 있도록, 학우들의 관심이 끊기지 않길 소망합니다.


  끝으로 임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도와준 분들께 인사를 전합니다. 가장 먼저, 늘 힘이 돼준 가족과 친구들 고맙습니다. 여태천, 박성환 주간교수님 그리고 김종희, 이지우, 유서린 조교님 감사합니다. 앞서 고군분투해주신 김규희, 김현지, 임나은 선배 덕에 사명감으로 활동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일의 기쁨과 슬픔을 기꺼이 나눠준 동기 정채원 기자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부족한 선배를 군말 없이 따라준 가희, 도헌, 희주기자 건투를 빕니다. 마지막으로 주은, 서율, 수빈, 감비, 유진기자는 성장해 학보사의 기둥이 돼주길 바랍니다.


  한계에 갇히고 싶지 않아 학보사에 지원했습니다. 학보사 기자로 일하며 많은 사람을 만나 다양한 취재를 했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얻었습니다. 한계를 마주하더라도 덜 겁내고, 넘어지더라도 금방 일어날 수 있으리란 믿음이 생겼습니다. 이제 이 믿음을 동력으로 계속해서 써나가려 합니다. 비겁하고 시시하지 않은 글을 쓰겠습니다.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다분한 불확실성 속에서 임기를 마친 저와 2년 6개월간 마주한 모두에게 고맙단 말 덧붙입니다.

하주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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