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1학년이던 어느 날, 수업 이외에 특별한 활동 없이 침대 위에서 하루를 보내는 스스로가 갑작스레 한심하게 느껴졌습니다. 인생에서 제일 찬란하다는 대학 생활을 허무하게 보내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생겼고, 바쁘게 대학 생활을 보내겠다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이에 학보사 수습기자 모집에 지원하면서, 만약 학보사에 붙게 된다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끝까지 하겠다고 스스로 다짐했습니다. 그렇게 2년 반이 흐른 지금, 저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고 퇴임사를 쓰고 있습니다.

  학보사 활동을 하면서 쌓은 추억이 너무나도 많지만, 퇴임사를 쓰는 지금은 첫 번째 보도기사를 준비하던 수습기자 시절이 떠오릅니다. 취재를 준비하면서 교직원과 인터뷰를 하기 위해 처음 학교에 전화를 걸던 순간의 떨림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전화를 걸기 전 여러 차례 준비하고 연습한 멘트와 긴장으로 인해 덜덜 떨리던 목소리, 학교 측의 답변을 받고 느꼈던 안도와 쾌감. 그렇게 전화 한 통에 긴장하던 수습기자가 어느덧 데스크단으로 한 해를 보냈다는 게 아직 믿기지 않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데스크단과 문화부장이라는 자리가 제게 주어졌다는 게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특출난 재능이나 능력은 없지만, 그저 오래 버텼다는 이유 하나로 주어진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래 버텼다는 것, 그리고 임기를 무사히 마쳤다는 것은 그만큼 학보사 활동에 최선을 다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감히 자부합니다.

  단언컨대 학보사 생활을 하면서 단 한 번도 여유로웠던 적이 없습니다. 학보사 기자들은 매번 한 호를 마무리하면 곧바로 새로운 학보 제작에 돌입합니다. 하루하루가 취재와 기사 작성의 연속이었고, 중간중간 틈틈이 과제와 시험 준비를 병행해야 합니다. 방학 역시도 학보사 스터디와 회의로 대부분을 보내며, 학보의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했습니다. 매번 반복되는 쉴 틈 없는 굴레에 지치기도 했지만, 진심으로 학보사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몸은 지칠지라도 학보사 생활로 얻는 뿌듯함과 경험이 훨씬 소중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학보사는 제 대학 생활의 전부였습니다.

  이런 저에게 같은 과 친구는 “학보에 대한 관심도는 낮은데 열심히 활동하는 이유가 뭐야?”라고 질문하기도 했습니다. 수많은 말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지만, 곧바로 대답을 찾았습니다. “한 명이라도 학보를 찾는다면 그것만으로 존재 가치가 있어.” 학보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가 낮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꾸준히 학보를 찾는 학내 구성원들은 분명 존재합니다. 저는 학보함에서 학보를 가져가던 그 손길들을 기억합니다. 이러한 손길과 관심은 기자들이 멈추지 않고 학보를 제작하는 원동력입니다. 그리고 독자를 위해 매번 최선을 다하는 학보사 기자들은 저의 자랑이고, 제가 학보사를 하는 이유입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기자이자, 선후배였고, 동기였습니다. 그런 제가 학보사에서 10번의 계절을 무사히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아낌없는 격려와 지지로 저를 위해준 분들 덕분이었습니다. 그분들께 이 글을 통해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먼저, 언제나 든든한 보호막이 돼주는 가족들에게 사랑한다고 전합니다. 친구가 만든 학보라며 열심히 챙겨봐 준 동기들도 고맙습니다. 여태천, 박성환 주간교수님과 김종희, 이지우, 유서린 조교님들께 감사하단 말씀을 전합니다. 그리고 부족한 선배였지만 잘 따라와 준 김가희, 김도헌, 노희주 기자에게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함께 한 주은, 서율, 수빈, 감비, 유진 수습기자는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해주길 바랍니다. 또한, 58기 기자들에게 아낌없는 애정을 보내준 김규희, 김현지, 임나은 선배 기자님들께 진심으로 고맙단 말을 전합니다. 무엇보다 힘든 학보사 생활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준 하주언 편집장에게 수고했다고, 정말 자랑스럽다고 전해주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학생과 기자라는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낸 정채원 기자에게도 고생했다, 자랑스럽다고 격려해주고 싶습니다.

  제가 쓴 기사들은 먼 훗날의 제가 20대 초반의 저를 추억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가 되겠지요. 이렇게 20대의 정채원을 기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지난 2년 6개월의 시간은 앞으로의 40년을 살아갈 귀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이제 소중한 추억을 마음에 간직한 채 동덕여대 학보사를 떠나,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지난 시간 스스로를 움츠러들게 했던 학생 기자라는 한계를 뛰어넘는, 당당히 세상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멋진 기자가 되겠습니다. 부족한 제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단 말씀을 전하며, 학보사 기자로서 쓰는 마지막 글을 마무리합니다. 고맙습니다.

정채원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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