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더스키퍼’ 대표 김성민

  지난해, 2,587명의 보호종료아동이 보호 시설에서 퇴소 조치됐다. 퇴소와 동시에 이들은, 만 18세에 홀로 자립해야 한다는 현실과 마주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 보호종료아동의 안정된 일자리 마련과 정서적 자립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사회적 기업 ‘브라더스키퍼’가 있다. 본지는 보호아동 출신이자 브라더스키퍼의 설립자인 김성민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사람을 살리고, 자연을 살리는 브라더스키퍼의 대표 김성민이라고 합니다. 브라더스키퍼는 보육원에서 퇴소한 보호종료아동을 고용하고, 이들의 자립에 필요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사회적 기업입니다.

 

브라더스키퍼를 설립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브라더스키퍼 설립 이전에는 비영리단체에서 근무했습니다. 그곳에서도 보호아동 및 보호종료아동을 후원하는 일을 했어요. 그런데 후원만으로는 사람을 살릴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됐죠. 그래서 보육원 아이들과 선생님을 만나 인터뷰했고, 그 결과 보호종료아동의 자립을 위해서는 안정된 일자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때부터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했고, 이 노력이 모여 브라더스키퍼 설립으로 이어졌어요.

 

보호종료아동을 우선으로 채용하시는 이유는요
  이는 보호종료아동이 보육원 출신이라는 사실을 당당하게 드러낼 수 있게끔 만드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호종료아동은 자신이 보육원 출신이라는 사실을 감추곤 해요. 하지만 그 사실을 숨겨야 하는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보육원에 들어가게 된 것은 그들의 잘못도, 선택도 아니었기 때문이죠. 보육원 출신이라는 점을 숨기거나 감추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에, 보호종료아동을 우대사항으로 삼게 됐습니다.

 

브라더스키퍼의 프로그램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보호아동 및 보호종료아동에게는 주거․기술․법률․자립과 관련된 교육이 필요합니다. 이를 교육하기 위해 직접 보육원에 방문하거나, 브라더스키퍼 자체에서 캠프를 열기도 해요. 이러한 교육을 통해 보호종료아동을 중심으로 다양한 연대체가 생기게 됩니다. 도움을 받은 보호종료아동이 또 다른 보호종료아동을 소개해주는 역할을 하면서 서로가 연결되는 것이죠. 이를 통해 그 안에서 각자가 겪은 다양한 아픔이나 상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자연스레 형성되곤 합니다.

 

이러한 교육이 보호종료아동에게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보호아동 및 보호종료아동은 지금 우리와 같은 시대에 살고 있지만, 살아가는 문화는 너무 다릅니다. 간단한 사례를 들어보면, 보육원 안에서는 급식을 먹기 때문에 아이들이 음식을 만들어볼 기회가 전혀 없어요. 또, 자신을 증명하는 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동사무소나 은행에 가는 것도 어려운 일이죠. 보육원에는 그런 도움을 줄 사람이 없기에 더욱 실질적인 교육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따라서 학문적인 소양을 위한 교육보다는, 당장 사회로 나갈 때 필요한 것들을 가르치고자 하는 거죠.

 

‘브레스키퍼’를 통해 환경 문제에도 접근하게 된 이유는요
  식물 또는 환경과 관련한 사업을 진행하는 브레스키퍼는 브라더스키퍼의 또 다른 브랜드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저희 회사는 ‘사람을 살리고, 자연을 살리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슬로건을 갖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자연이 먼저 아이들을 살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보호아동들이 매일 식물을 키우고, 가꾸면서 정서적으로 크게 회복했어요.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이점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 저 또한 자연을 지키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조경 사업 및 공사를 할 때도 최대한 친환경 제품을 쓰려고 노력하고, 일상에서도 머그잔과 텀블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보호아동은 만 18세가 되면 보호 조치가 종료되는데요, 이 나이 기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보호 기간이 연장된다고 해서 보호아동들의 자립이 더 잘 이뤄진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중요한 것은 나이가 아니라 ‘보호 기간 중 자립에 대한 준비가 얼마나 철저하게 이뤄지는가’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보호 시설 내 자립 교육을 통해, 보호아동이 사회로 나가는 데 필요한 준비 과정을 도와야 합니다.

 

보호종료아동이 자립 시 겪는 어려움에는 무엇이 있나요
  취업부터 일상생활까지 다양한 어려움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취업 시 부모의 인적사항을 이력서에 모두 적어야 했어요. 그러다 보니 이력서에 보호종료아동이라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노출됐죠. 이 때문에 보호종료아동들은 ‘사람들이 나를 다르게 보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많이 가졌습니다. 타인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모든 것을 자신이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요. 

 

보육원에서부터 현재까지, 대표님의 삶은 어떻게 변화했나요
  저는 보육원 안에서 많은 폭력에 노출되곤 했어요. 그렇지만 그보다 두려운 것은 언젠가 보육원에서 퇴소해야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보호종료 직후의 삶은 정말 막막했어요. 처음에는 제가 보육원 출신이라는 사실을 숨겨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비영리단체에서 근무하며 보육원을 계속 방문하다 보니, 제가 아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이 되고 있더라고요. 저 역시도 이런 아이들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었죠. 그래서 아이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하게 됐습니다. 그 후 브라더스키퍼를 운영하게 되면서, 보육원에서의 삶과 경험에 감사함을 느끼게 됐어요. 또, 앞으로도 보호아동을 위해 살아야겠다는 사명이 생겼습니다.

 

브라더스키퍼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먼저, 보호종료아동을 위해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자 합니다. 현재는 브레스키퍼가 브라더스키퍼의 유일한 브랜드인데, 내년에는 두 개의 브랜드를 추가로 만들 계획입니다.

  또한, 앞으로 아이들이 본인의 과거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도록 바꿔 나가려 합니다. 그래서 보호아동들을 만날 때면 “우리는 많은 어려움을 멋지고 당당하게 이겨낼 사람”이라고 이야기를 해주곤 합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특별한 존재라는 걸 인식하게 해주는 것이죠. 이들에게 이전에는 없었던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주고, 잘 이뤄나가게 도와주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입니다.
 

마지막으로, 동덕여대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친구 중에 보호종료아동이 있을 수도 있고, 혹은 당사자일 수도 있을 겁니다. 만약 이런 친구들을 만난다면 그냥 편하게 대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또한,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캠페인이 있을 때 동참해주신다면 아이들이 사회를 살아가는 데 큰 힘을 얻을 수 있으리라 봅니다. 이렇게 작은 실천을 이어나가면 세상은 언젠가 변화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 행동들을 함께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도헌 기자 heenglo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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